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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세상만사

  • 섬마을
  • 2020-03-05
  • 조회 : 6,164
  • 댓글 : 0
  • 추천 : 0

시로 읽는 세상만사<2>

꽃나무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나는막달아났소.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내었소.
(이상의 시, 꽃나무 전문)

난해 시로 유명한 이상(본명 김해경)의 시다. 이 시를 두고 비평가들은 여러 갈래로 해석했다. 큰집에 양자로 간 자신의 처지를 비유했다. 현실과 이상(理想)에 대한 괴리감, 남성의 일탈된 성적행위 등 분분했다. 작자의 손을 떠난 작품 감상은 독자의 몫이다.
기후가 변하여 4월 5일 식목일은 이제 무의미하게 되었다. 날씨가 따뜻해 어제 산에다 밤나무 몇 그루를 심었다. 산 밑 언덕을 팠더니 개구리 한 마리가 튀어 나왔다. 내일이 경칩이다. 개구리가 놀라 땅으로 나온다고 해서 경칩 아닌가? 이 개구리 녀석은 잠꾸러기인지 아직 땅 속에 있다니! 아니지, 마침 내가 땅을 팠기에 나온 게 아닌가? 하기야 내일이 자기들 생일날이지! 잠깬 개구리는 언덕 아래로 펄쩍 뛰어 가버렸다. 나무를 심고 잠깐 쉴 틈에 보니 진달래가 피었다.  주인이 방치한 해묵은 산골 밭에는 벌써 매실 꽃이 환하게 피었다. 벌들이 잉잉댄다. 봄바람에 골짜기가 두둥실 날아간다. 둘레에는 진달래꽃이 붉게 피고 있다. 산골 한복판에 꽃나무가 여럿섰다. 이상의 시처럼 열심히 피는 꽃이 아니라 자연에 따라 피었다가 진다. 그런 산골에 나는 밤나무 몇 그루를 심었다. 땀이 흘렀다. 내 머리에는 아지랑이꽃이 폈다. 異想의 꽃도, 理想의 꽃도 아닌, 현실의 꽃이 폈다. 올봄에는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있다는 『이상의 집』에 한번 가보아야겠다. (20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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