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출신의 오진원(여, 25세)씨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주최하는 대산창작기금 2006년도(제14회)선정자로 지난 7월 24일 확정됐다.
오씨는 아동문학 소설부문에 판타지 소설인 `꼰끌라베'를 출품,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대산창작기금은 대산문화재단이 창작문학계의 저변을 넓히고 역량 있는 신인을 발굴, 양성하며 나아가 건전한 창작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시(시조), 소설, 희곡, 평론, 아동문학 등 5개 부문에서 등단 10년 이하(미등단 신인 포함) 문인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미발표한 문학작품을 접수,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각 부문별로 1천만원의 창작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93년에 시작, 올해로 14번째를 맞이하고 있다.
오진원씨에게 글을 쓰게 된 동기와 소감,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글을 쓰게 된 동기 등...
제가 다섯 살 즈음이었을 거예요. 저희 집은 그때 참 가난했었어요. 네 식구가 쪽방에서 살 때였는데 어느 날 동화책 외판사원이 집에 온 거예요. 쪽방에 사는데 동화책 살만한 여유가 어디 있었겠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무슨 마음을 먹으신 건지 12개월 할부로 세계명작동화 50권을 사주셨어요. 어머니는 잠자리에 들기 전 저를 무릎에 눕혀놓고 동화책을 읽어주셨어요.
예나 지금이나 저는 기억력이 좋아요. 무언가를 기억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주변의 냄새라든지, 색깔이라든지 아주 세세한 것까지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어머니가 책을 읽어주시면 저는 그것을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더 재미있게 만들어서 어머니께 다시 들려드렸어요. 어머니는 제가 해 준 얘기가 동화보다 더 재미있다고 늘 격려해주셨어요. 그래서 이야기 만드는 게 신났죠. 저는 그때부터 쉴 새 없이 상상놀이를 했어요.
“상상은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였죠”
그 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어요. 부모님은 일 때문에 저를 외할머니께 자주 맡겼어요. 외할머니는 죽변항 어판장 안에서 풀빵장사를 하셨거든요. 풀빵을 팔아 돈을 받으면 분유통 안에 넣어두셨는데 그 분유통이 꽉 채워지는 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하루는‘저 분유통을 꽉 채워봐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어린 제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마침 골목에서 어떤 언니가 저를 부르더니 재미있는 얘기 하나만 들려달라는 거예요. 제가 동네 애들을 모아놓고 이야기 들려주는 걸 봤다는 거예요. 
어판장 앞에는 세 갈래의 골목이 있었는데 중간 골목이 사창가였지요. 낮에는 일이 없어 심심한 창녀들이 여럿 모여 있었는데 저는 그들에게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줬어요. 제가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여 가면서 웃어주었어요.
그때 그들 눈빛이 참 맑고 슬퍼보였어요. 이야기가 끝나면 그들은 제게 꼭 돈을 줬어요.
저는 그것을 외할머니 분유통에 몰래 넣어두었고요. 한 번은 그렇게 모은 돈으로 분유통을 꽉 채운 적도 있어요. 생각해보면 그 때가 제 창작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대산창작기금 당선 소감 등...
스무 살 때 한남문학상 시부문에 당선하면서 대학교에서 제게 거는 기대가 참 컸어요. 대학 1학년이 한남문학상을 탄 건 처음이었거든요. 최연소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죠.
소설을 쓰고 싶어서 문예창작과에 갔는데 그 일을 계기로 시를 쓰게 되었어요.
시를 쓰면서 이미지와 언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어요. 작년 10월에는 처음으로 `플로라의 비밀'이라는 장편동화를 써서 문학과지성사에 투고했는데 그게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게 되었어요. 그때 저를 뽑아주신 분이 문학평론가 김주연 선생님이세요.
김주연 선생님이 제게 그러시는 거예요.
지금껏 살면서 자신을 울게 만든 몇 안 되는 글 중에 하나라고요. 그러시면서 바로 계약을 하자고 하시는 거예요. 그 뒤로 동화를 두 편 더 썼는데 출판사 두 곳으로부터 연달아 계약이 되면서 빠르게 일이 진행되었어요.
“은사님이 최연소라는 꼬리표가 네게 함정이 될 수도 있으니 묵묵히 네 길을 걸어가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장하다는 말도 덧붙이셨죠. 그제야 눈물이 나더라고요”
저는 하나의 글이 끝나면 바로 새 작품에 대해 생각해요. 어느 날 ‘기억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거예요. 인간이 버린 기억은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될까. 인간이 버린 기억들이 모여 세계를 이룬다면 그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죠. 올해 2월부터 그 생각을 구체화시켰어요.
저는 머릿속에서 중간부분까지 이야기를 정리한 뒤에 글로 옮겨요. 결말은 제 상상에 맡기고요. 그렇게 한 달 반 만에 원고지 1000매 분량의 ‘꼰끌라베’라는 글을 썼어요. 대산창작기금에 당선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저는 담담했지만 오히려 주위 분들이 놀라셨어요. 어린 나이에 필력이 대단하다고도 하고, 뭐가 그렇게 급하냐고 천천히 쓰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셨죠.
얼마 전에는 죽변중학교 은사이신 김명희 선생님이 제 기사를 보고 전화를 하셨어요. 최연소라는 꼬리표가 네게 함정이 될 수도 있으니 묵묵히 네 길을 걸어가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장하다는 말도 덧붙이셨죠. 그제야 눈물이 나더라고요.
앞으로의 계획 등...
11월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장편동화 ‘플로라의 비밀’이 나올 예정이에요. 첫 책을 동화로 낼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요즘 마지막 교정을 보고 있는데 교정을 볼 때마다 한 없이 바닥으로 가라앉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심리적인 압박이 커지거든요. 우리나라 동화작가들 가운데 이십 대가 별로 없어서 제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고들 하세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제 시작이니 씩씩하게 맞부딪쳐 보려고 해요.
‘플로라의 비밀’뒤로 두 권의 동화책이 준비되어 있고요. 이번에 대산창작기금을 받은 장편동화‘꼰끌라베’는 여러 출판사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어요. 요즘에는 틈틈이 소설을 쓰고 있는데 주위에서 격려해주셔서 많은 힘이 돼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학시절에는 철학수업을 많이 들었고요. 한국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 글은 쓰고 싶지 않아요. 국적, 인종을 떠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국적·인종을 떠나서 누구나 공감하고, 누군가를 꿈꾸게 만들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무엇보다 상상력을 통한 글쓰기를 하고 싶어요. 그건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고 가장 쉽고 재미있는 글쓰기 방법이에요.
플로베르가 이런 말을 했어요.‘예술에 있어서 가장 고귀하게 보이는 것은 우리를 웃거나 울게 하고 흥분시키거나 격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꿈꾸게 만드는 것이다.’
저는 누군가를 꿈꾸게 만들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목숨만 붙어 있다고 살아 있는 건 아니잖아요. 꿈꾸고 상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식물인간이에요.
덧붙이고 싶은 말 등...
얼마 전 울진고등학교에‘시나브로’라는 문학동아리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문학을 하겠다는 아이가 저 밖에는 없었어요. 선생님들도 별로 탐탁치 않아 하셨고요. 그래서 혼자 글 쓰고 혼자 공부해야 했죠.
문학동아리에서 함께 공부하며 꿈을 키우는 후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해져요.
울진에 살면 학생들이 문화적 혜택을 받기가 힘들뿐더러 예술분야에 대해 꿈을 품고 도전하기가 힘들어요.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면서 지도해주시는 선생님들도 거의 없고요.
그런 점에서‘시나브로’와 같은 문학동아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제가 졸업한 죽변초·중학교 그리고 울진고등학교를 위해서 문학을 통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음은 아동문학 소설부문의 심사평이다. 심사위원으로는 노원호(동시작가, 중평초등교사), 이윤희(동화작가, 재능대 교수), 원종찬(아동문학 평론가)씨 등이 맡았다.
<출처 : 대산문화재단>
최종심사의 대상이 된 작품은 동화 부문의 ‘경복궁을 지켜라’, ‘비밀의 문’, ‘구쟁기닥살’, ‘꼰끌라베’등이었다. 
동화 부문은 판타지가 강세였다. 작품 내용을 보면 오랜 취재와 공력이 들어간 것들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씩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경복궁을 지켜라’는 주인공이 사건을 겪으면서 판타지 세계의 법칙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매개 인물이 일일이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된 점이 흠이었다.‘비밀의 문’은 마고신화를 모태로 해서 태초의 우주창조로까지 상상력이 확대된 작품인데 일반 판타지소설로 도전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을 만큼 어린이가 이해하기에는 관념적인 성격의 문장들이 많았다.
제주에 딸린 외딴 섬마을을 무대로 한 ‘구쟁기닥살’은 사실적인 이야기로서 가장 무난하게 잘 읽히는 작품이었는데 그 무난함이 새로운 해석과 도전을 기대하는 심사위원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이것들에 비해 ‘꼰끌라베’는 판타지의 전개가 논리적으로 가장 탄탄했으며,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모험 이야기면서 의미의 발견과 성장의 테마도 잘 부각되어 있었다.
기억상실과 자폐증을 앓는 동생의 병을 낫게 하고자 인간이 잃어버린 기억을 저장해 두었다는 판타지 세계에 뛰어 들어간 주인공이, 동생을 위해(危害)한 오래전 자기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면서 겪는 혼란과 아픔은 전율할 만한 감동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작품의 현실적인 배경까지도 외국으로 되어 있고, 등장인물 또한 외국인 이름을 쓰고 있어서 한국어로 씌어졌다는 사실 말고는, 한국작가가 창조한 한국문학의 정체성을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대 중반의 신인작가가 쓴 것치고는 앞으로의 활동에 큰 기대를 주는 성과이고, 세계문학의 지평에서 좀 더 전진적으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어, 약간의 수정을 제안해볼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꼰끌라베’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기쁘게 합의하였다. 
오진원 작가 약력
▲1981년 울진 죽변면 출생 (25세),
죽변초·중학교를 거쳐 울진고 졸업
▲2000년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입학
▲2000년 제27회 한남문학상 시 당선 <영혼의 창문>
▲2000년 한국문예진흥원장상 시 당선 <노을의 길>
▲2003년 제1회 창작문화상 시 당선 <허물속으로> 외 2편
▲2005년 시림문화상 시 당선 <냉골(冷骨)>
▲2005년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5년 장편동화 <플로라의 비밀> 문학과 지성사에 당선
▲2006년 장편동화 <꼰끌라베>로 2006 대산창작기금 선정
/ 김석칠기자(ksch014@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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