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동해바다에는 아침을 알려주는 붉은 태양이 떠올랐다. 나는 늘 그렇듯 급하게 등교준비를 마치고, 혹시나 그 시끄러운 참새들과 강아지들을 만날까 걸음을 빨리하여 학교에 갔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항상 시끄러웠던 강아지들과 참새들을 또 만났다.
그런데 오늘은 강아지들과 참새들 간에 싸움이라도 났는지 연신“멍멍, 짹짹”난리를 피워서 아침부터 귀가 멍멍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가고 있는데, 학교에 거의 도착할 무렵... 어제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하얀 눈이 얼어 있었다. 그 얼어버린 눈 위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는 슬라이딩을 했다. 오늘 하루 왠지 일진이 안 좋을 것이라는 걸 예고라도 해주는 듯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교실로 들어선 순간, 그곳엔 민주와 은혜 그리고 용이 딸랑 4명이 쓸쓸히 난로를 쬐고 있었다. 나머지 친구들의 자리가 비워진 건 아무래도 어제 폭설 때문에 버스가 못 다녀서 학교에 못 온 것 같았다. 교실이 좀 썰렁하긴 했지만, 어쩌면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매우 설레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삼산 친구들과 이평 친구들이 다 온 것이다. 삼산 친구들과 이평 친구들이 들어오는 순간 난로를 쬐던 친구들은“왜 왔는데!!”버럭 대면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그래도 친구라고 잠시 버럭버럭 대더니 현정아~ 하면서 서로를 부둥켜안고는 좋아서 난리였다.
그렇게 찐한 인사를 다 끝내고는 전교생이 다 운동장으로 나와서 눈을 동글동글하게 뭉쳐서 보이는 대로 선후배가 없다는 듯이 막 던지고 놀았다. 눈싸움 도중에 눈을 상대방 얼굴에다가 비벼버리는 반칙행위도 나왔지만, 뭐 눈싸움에 룰이라는 게 있나? 잡히는 대로 안고 뒹굴고, 눈 속에 파묻어 버리고 그러는 거지. 그렇게 전교생이 즐겁게 눈싸움을 하고 있는데, 수업을 알리는 종이 치자 고양이에 쫓겨 쥐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쥐같이, 전교생 모두가 하나같이 교실로 쏘옥 들어갔다.
지루했다면 지루한 수업을 다 끝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하희진주와 친구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역시 하희진주! 끼가 하도 많아서 넘치고 넘어 교실을 끼의 바다로 만들어버린 전설의 그룹! 또 넷이서 뭉쳐서 노래를 했다. 노래를 하기 위해 혜진이와 민주, 나는 일명“와키자카”머리를 하고 탬버린을 흔들며 현숙의“춤추는 탬버린”을 불렀다. 탬버린까지 흔들었던 걸 보면 아무래도 눈이 와서 하희진주가 더 들뜨고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학교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하얀 눈을 뽀드득 뽀드득 밟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글짓기를 하려고 컴퓨터를 켰다. 먼저 메신저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글짓기를 했다. 그런데 친구들과 이야기 도중 내 단짝친구 민주와 조금 트러블이 생겼다. 어제부터 민주가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였는데 왠지 나 때문인 것 같았다. 민주가 말하기를 자신이 화난 이유는 내가 거짓말을 해서라고 했다. 그래서 난 혼자서 멍하니 앉아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나 도무지 난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냥 넘어가자는 민주에게 끈질기게 계속 물어봤다. 알아야지 해명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내가 끈질기게 계속 물으니까 민주도 화가 더 난 것 같았다. 그러나 난 내가 한 거짓말의 내용을 꼭 알고 싶었다. 그런데 속 깊은 민주, 끝내 아무 말도 안 한 채 (메신저에서)나가 버렸다. 몇 시간동안 민주한테 솔직히 말해달라고 매달렸는데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나가버린 민주가 섭섭하고, 밉고, 그냥 혼자 서러워서 펑펑 울었다.
며칠 전부터 민주는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 거짓말 이외에도 속상한 일, 힘든 일, 그리고 여러 가지 고민들이 많이 있을 텐데... 민주도 혼자서 생각할 시간, 멍하니 있을 시간이 필요했을 건데... 오늘도 눈치 없는 나는 민주에게 매달려 심난한 민주를 더 심난하게 한 것 같았다.
그렇게 민주가 나가고 나도 나갔다. 혼자서 심난하게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내일은 민주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친하게 지내야지! 이러면서...
그 다음날, 조금은 무겁고,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보니 민주는 아직도 좀 화가 나 있어 보였다. 화를 풀어 줄려고 은근슬쩍 아는 문제도 그냥 물어보고, 말도 걸어보며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하루 종일 서먹서먹했다.
그런데 방과 후 민주와 혜진이는 후포로 갔다. 또 그렇게 난 민주와 어정쩡하게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온 나는 늘 그랬듯이 컴퓨터를 켰다. 메신저에는 민주는 없었고 민주와 함께 후포에 갔었던 혜진이만 있었다. 그래서 혜진이에게 민주가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나 있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혜진이가 하는 말이,“오늘 민주랑 후포 가서 크리스마스 선물도 미리 주고받고~ 카드도 골랐다. 그리고 민주랑 너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맞다! 민주, 니 카드만 제일 예쁜 거 고르더라!”혜진이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감동해서 울컥했다.
나는 다시는 민주랑 못 친해질 줄 알았다.
민주가 많이 화가 난 것 같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좀처럼 화를 안 내는 민주가 그렇게 화난 건 아주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와 나는 서로 화가 나 있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것을 보면 역시 민주와 나는 어쩔 수 없는 친구인 것 같다. 옛 속담에 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기라고 하면, 나는 또 현대 속담에 이 말을 추가 해야겠다.“친구간의 싸움도 칼로 물 베기다.”라는 속담을...
이렇게 이 이야기를 쓰니까 생각나는데, 예전에 난 친구들에게 전학 간다고 뻥을 친 적이 있다. 그걸 믿은 우리 순진한 민주는 혼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장난이라고 하니까 딴 친구들은 화내고 그랬는데, 민주는 화도 내지 않고 내가 안 가서 너무 안심했다고 했다. 민주는 그 정도로 내가 없으면 못 사는 친구다. 당연히 나도 민주 없이는 못산다. 우리가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한 친구가 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많은 일 때문에 서로 힘들어하고 아파했지만, 그런 일들이 있었기에 민주와 나는 바늘 하나 들어가지 못 할 정도의 빽빽하고 끈끈한 우정이라는 옷을 만든 것 같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면서 민주 생각을 많이 했다. 민주와 2년 동안 친구를 하면서 내가 민주에게 섭섭하게 한일도 많았고 그만큼 많이 다투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다투고 섭섭하면 미운 마음이 더 많이 쌓일 법도 한데, 우정이 더 두텁게 쌓인 것을 보면, 우리는 어쩔 수 없는“best friend''인 것 같다. 그리고 나의 “best friend'' 민주는 이 세상에 하나 있을까 말까하는, 적어도 정말 내겐 너무나도 소중한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이다. 마지막으로 민주에게 할 말이 있다.
“민주야,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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