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 사회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도시 보다는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의 정도가 심하다. 우리군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각 읍·면의 소재지를 벗어나면 그 정도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 농·어촌의 골목길을 누벼 다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점차적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텅 빈 그 공간을 우리네 노부모들이 당신들의 보금자리를 힘겹게 지켜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지키며, 가슴속에 소박한 꿈을 품으며 논밭을 일구고 산과 바다에서 하루하루의 땀방울을 더해가며 힘겨운 현실에 넘어지고, 타협하고, 때로는 부딪치면서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분야에서 아직은 초보자(?)에 불과하다.
그러하기에 실패에 맞서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 보고자 연재를 기획한다.
조업을 하지 않는 날도 거의 쉬는 경우가 드물다. 대게잡이가 마무리 돼가면서 그물 손질에 우리네 어머니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각종 어구와 그물, 배(船) 손질을 하다보면 어느새 하루해가 뉘엿뉘엿 서쪽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요즈음 바닷가 항구의 풍경이다. 6월 한 달 내내 날씨가 좋은(?) 관계로 인터뷰 상대방과 쉽게 만날 수 없어 속이 타고, 애가 마르는 것은 취재를 부탁한 본인이다. 연일 계속되는 조업으로 어쩌면 한가로이 인터뷰 할 시간보다는 쉬는 것이 더 유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연락에 애를 태우다 무작정 18일 오후 3시경 기성면 구산항에 도착 두 번째 주인공인 정승용(‘67년생, 하나호 선장)씨를 찾아 나섰다.
일하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미안해진다. 선뜻 다가서기가 힘들고, 쉬는 시간을 뺏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약속을 받아냈다.
26일 오전 9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집 대문을 들어섰다. 한쪽에 쌓여 있는 어구들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계속된 조업으로 다소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희미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정승용씨의 생각들을 들었다.
어부라는 직업이 고되고 힘든 직업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의 인식인데, 배를 타게 된 계기가 있다면...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96년부터 시작했으니, 만으로 꼭 10년이 돼간다. 객지에 나가 있으면서 고향에 집이 있어야 명절과 휴가 때 형제들도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다. 아내 모르게 회사에 사표를 내고, 둘째 애를 놓기
한 달 전부터 고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성격이 사근사근하지 못해 장사나 중매인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동안 아버지가 어부생활을 했는데, 자식들이 험한 바다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해 한 번도 배에 태워 준적이 없었다.
당신 대에서만 하고 자식들 어느 누구에게도 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더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할 때는 힘들지만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은 편하다.
상당히 새벽 일찍부터 하루가 시작되는데, 하루일과는...
-요즈음 대게발이를 막 끝내고, 왕돌초 부근에서 대구발이를 하고 있다. 대개 새벽 4~5시에 출항하면 오후 3~4시 경에 입항하는 것이 보통이다.
배타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바다의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고, 일을 빨리 끝내야 하기 때문에 식사도 배위에 서 간단 간단하게 해결한다.
대게발이의 경우에는 새벽 3시 반에서 4시 전에는 출항을 한다. 대게 잡이는 어군탐지기를 사용할 수 없어, 수심과 바다 지형, 잡혀 올라오는 대게들을 보고 그물을 어디에 놓을 것인지를 경험으로 판단해야한다. 대게를 잡기 위해 멀게는 20마일, 가까운 어장까지도 6~7마일 정도는 나가야 한다.
조업을 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어렵고 힘들게 잡아 왔는데 제 값을 못 받을 때면 허탈하고 힘이 쭉 빠진다. 대구나 대게 등이 제값을 받을 만하면 수입 수산물 때문에 현지 고기들의 가격이 너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현지 생산 어민들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이 정부 정책인 것 같다.
가령 수입시기의 조정을 통해 어민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줘야 하는 것이 행정에서 할 일 아닌가? (힘없는 사람들 얘기가 먹힐 리도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바다에 나가면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장관들도 볼 수 있었을 텐데요,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며칠 전에 작업 나가다가 덩치가 제법 큰 고래(밍크고래로 추정) 한마리가 꼬리가 물위로 올라 올 때까지 뛰는 광경을 보았다. 육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다.
한편 돌고래는 작업을 나가면 2번 중에 한 번 정도는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그러나 돌고래가 어민들에게는 적이 아닌 적이 됐다. 즉 회류성 어종인 오징어, 숭어 등의 고기떼는 돌고래 떼가 지나가고 나면 남는게 없다. 채낚기 어선에 있어서는 거의 치명타라 할 수 있다.
한 해 언제 오징어 배를 타고 나간 적이 있는데, 몇 시간 불을 켜서 오징어를 모아 놓은 곳을 돌고래 떼가 지나가고 나면 장소를 옮겨야 된다. 하루 저녁을 공칠 정도로 타격이 심하다. 돌고래와 어민이 함께 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답답하다.
처음 배를 탔을 때와 지금의 어획량 차이는 어느 정도...
-개인적으로 어획량이 수온과 많이 연관돼 있다는 생각이다. 3년 전부터 냉수대가 흘러 들어오면서 어획량이 많이 줄었다. 일례로 구산리 앞 어장에서 문어가 많이 잡혔었는데, 몇 년간 문어양이 대폭 줄어 소형 통발어선들이 애를 먹고 있다.
멸치도 최근 3년간 거의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대게는 최근 몇 년 중에서 올해 가장 많이 잡은 것 같다. 대게도 수온에 의해 많이 좌우 되는 만큼, 올해는 수온과 서식조건이 잘 형성됐다는 생각이다.
면세유(경유)의 가격변화는...
-10년 전에 한 드럼(200리터)당 3~4만이었다면, 지금은 10만 6천원이다. 면세유는 3배 이상으로 뛰었는데, 고기 단가는 별반 차이가 없다.
임금비 상승과 어구 값 상승 등 이래저래 계산하면 남는게 거의 없다(쓴 웃음). 문어 통발 어선들은 미끼 값과 기름 값을 제하고 나면 오히려 손해인 경우도 있다. 출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돈 버는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도 한다.
면세유 대책으로 두 달 전에 도와 군에서 각각 5%씩 지원해 10%를 지원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결국 결정된 사항은 일률적으로 일년에 30~35만원(세 드럼정도)을 지원한다고 결정됐다. 오징어 배가(10톤 기준) 하루 출항하면 5드럼을 소비한다.
나 역시도 대게잡이를 나가면 한드럼 반에서 두드럼 정도가 든다. 과연 지원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렇게 해서는 어느 누가 정부 정책에 대해 신뢰를 하고 기대를 하겠는가.
어자원이 고갈돼 가는 것이 현실정이다. 어업인 차원에서 어자원과 어장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장보호를 위해서는 어민들 스스로가 폐어망과 손실된 그물들을 수거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 어장 정화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는 배의 척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 척수가 줄어들게 되면 자연히 유실되는 그물도 줄게 된다. 배에 실을 수 있는 어구 양을 지금의 1/3로 축소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어자원은 한정돼 있고, 배는 자꾸 늘어가고 투망하는 어구가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면 어자원 고갈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치어까지 깡그리 잡는 트롤어선에 대한 단속이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어민들이 끊임없이 얘기해도 소용없어, 이제는 어민들도 거의 포기한 상태다.
현장에서 느끼는 어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소형선박들이 많이 어렵다고 아우성들이다. 어자원 보호를 위해서는 불법어로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시, 단속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어민을 헤아려 주는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소형 선박들이 어려우니 만큼, 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데도 너무 엄격하게 해석해서 적용하지 말고, 어민들 입장에 서는 자세를 가져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정도 어민들의 어려운 점을 헤아려 먼저 와서 도와주고, 어민들 입장에서 단속이나 정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애초에는 쉰 살까지 배를 타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아이들이 대학졸업 할 때까지는 해야 될 것 같다.
그러나 어업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면 구조조정을 신청하고 일찍 끝내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보따리 장사라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떠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쓴 웃음) 바다에 나가면 고기가 없다고 한숨짓는 어부들의 얼굴에 근심과 주름이 늘어만 간다.
정부차원에서도 많은 연구와 각종 방류사업을 통해 어자원 증대를 위해 끊임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군도 군과 어민들의 계속된 노력으로 자율관리어업 부문에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모범지역이 되고 있다.
이 땅의 많은 이들이 거친 바다와 부딪혀가며 삶을 꾸려왔고, 또 꾸려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추운 겨울의 칼날 같은 바람과 파도에 어부들의 몸은 굳어져 왔다. 그들의 억센 손에서 고된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힘들게 잡은 수산물을 공을 들인 만큼이라도 값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때로는 기름값도 나오지 않는다며 푸념을 하지만, 오늘도 다시 바다를 바라보며 생계를 위해 삶의 터전으로 향하는 시동을 건다.
김석칠기자/chimhyangm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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