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그럼 가격이 얼마나 나가는지 확인하겠습니다. 보여주시죠!”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전광판에는 쉴 새 없이 숫자가 바뀌고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은 거기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가격이 결정되면 놀라움과 실망, 환호와 탄식이 교차되고 감정사로 출연한 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떡이는 사람도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모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내가 아는 한 분도 자타가 공인하는 이 프로그램의 애청자이다. 매회 출품된 고서화나 도자기들을 보면서 자신이 예상했던 가격과 비슷한 감정금액이 나오면 좋아하면서, 나중에 만나면 그걸 자랑삼아 화제로 삼는다.
이 프로그램이 일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조상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조차도 가격으로 환산하여 그 금액의 많고 적음을 가지고 유물로서의 가치가 많고 적음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이런 프로그램이 버젓이 우리의 안방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한, 문화재 보호를 일깨우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 방송조차도 이런 프로그램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무시하고 그저 시청률에만 신경을 곤두세운 결과이다. 이 프로그램은 몇 년 간 지방 출장감정까지 하면서 전국을 순회하는 동안에 어느 새 우리 국민들의 유물 보는 눈을 상당한 수준으로 올려놓는데 큰 공헌(?)을 했다.
얼마 전 전국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던 국립공주박물관의 국보 도난사건도 결국은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의 한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하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어떤 이는 문화재를 훔치는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들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훔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시장 논리를 들이댄 것이다. 그래서 그 의혹의 시선을 박물관에 보내고 있다. 만약 그런 논리로 세상의 모든 문제를 이해하려 든다면 대단히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고아원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버려지는 것일까? 산부인과가 있기 때문에 낙태가 일어날까? 고아원이 없어도 아이들은 여전히 버려질 것이고 산부인과가 없다고 해도 낙태는 일어난다.
문제는 고아원이나 산부인과가 그렇게 일어나는 사회적인 현상을 더 악화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수습하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가진 곳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데서 오는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 유물을 사들이기 때문에 문화재 절도가 일어난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하는 분이라면 인사동이나 장안동 고미술상가에 한 번 다녀오기를 권하고 싶다. 국토개발 과정에서 사라지는 그 많은 유물들을 우리 국가는 얼마나 수용하고 있는가? 그런 논리라면 세상에 박물관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박물관은 그렇게 사라지는 것들을 사모아 그 유물을 만든 목적에 부합되도록 보존하고 학술적인 연구를 통해 조상들의 지혜를 밝혀 생산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국가나 지방정부조차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일들을 개인이 사재를 털어 만든 사설박물관을 더욱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물관은 돈을 벌기 위해 만든 곳이 아니라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 우리 고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유물들이 사라졌을까? 그 많은 소중한 유물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다소 늦기는 했지만 군립향토박물관이라도 세워 사라지는 소중한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적어도 인기 프로그램을 매 주 빼놓지 않고 보는 정성(?)이라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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