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울진5호기도 부식되어 조사위원회 구성돼
| (주)한국수력원자력이 울진원전 6호기의 복수기가 심각하게 부식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1년여 동안이나 방치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
2005년 5호기 동일 부위 부식, 조사위원회 구성

복수기는 터빈을 돌리고 난 원자로의 증기를 차가운 바닷물로 식혀서 다시 물로 바꾸는 응축기로서, 발전소 1호기당 3대의 복수기가 있으며 복수기 동체, 튜브, 지지판, 수실 등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울진원전 5,6호기는 복수기 재질로 100% 티타늄을 사용한 국내의 다른 원자력발전소와는 달리 티타늄 70%에 슈퍼 스테인레스 스틸을 30% 섞어 사용하고 있다.
울진 5,6호기의 경우 1호기당 튜브수량이 6만5천232개(상부 1만9천560개, 하부 4만5천732개)로서 재질은 상부 30%가 슈퍼 스테인레스, 하부 70%가 티타늄으로 이뤄져 있고, 지지판 재질은 탄소강 모재(28.6m)와 티타늄 피복(64.m)으로 구성돼 있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심각하게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복수기 부식현상’은 엄밀하게 ‘이음새 부식현상’으로써 슈퍼스테인레스와 티타늄으로 이뤄진 튜브와 이것을 지지하는 탄소강 모재와 티타늄 피복으로 이뤄진 지지판의 틈새 사이로 해수가 스며들어 발생한 현상이다.
한수원은 복수기 튜브와 지지판을 모두 티타늄으로 사용한 기존 국내원전에서 이물질 낙하 및 증기에 의한 마모 등 기계적인 원인으로 상부에 위치한 튜브의 손상이 잦아 국내원전 최초로 울진 5,6호기 튜브의 상부 재질을 슈퍼스테인레스 스틸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7월24일자 한겨레신문을 포함한 일부 중앙 언론의 보도와 관련하여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울진원전 5,6호기의 복수기 문제는 이미 지난해 10월경 SBS를 통해 보도되면서 국정감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 산자부에서 연구소와 학계의 전문가들로 울진 5호기 복수기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정밀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사위, 부품 소재 기술에 대한 인식 부족 지적
2005년 국정감사 이후 구성된 산자부의 ‘울진원전 5호기 복수기 조사위원회(위원장 황일순 서울대학교 교수)’는 정밀조사를 거쳐 지난 3월 펴낸 최종보고서를 통해 “울진 5,6호기의 녹은 새로운 재질 자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기존의 티타늄과 새 재질을 섞어서 적용하기 위해 변경된 제작과정에서 튜브시트와 튜브간의 밀봉용접이 불가능한데 대한 대책 검토와 시험이 부족한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개량 재질을 이용한 국산화에 대한 의욕은 높았으나, 결과물이 완성을 갖추는데 필수불가결한 부품 소재 기술에 대한 인식 부족을 복수기 녹 발생의 원인으로 판단했다.
해외 원자력발전소는 복수기 상단에 슈퍼스테인레스강을 일부 적용할 경우 이종재질간의 용접이 불가능하므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틈새까지 에폭시로 밀봉하여 부식을 예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지적은 결국 국내 원자력발전소 기술진은 사소한 금속 재질의 기본 특성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요 부품의 재질을 바꾸는 데만 급급했다는 얘기로도 해석되어질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특히 1998년 당시 국내 원전 최초로 슈퍼스테인레스강을 울진원전 5,6호기에 적용하는 시점에서 설계사인 한전기술과 제작사인 두산중공업(당시 한국중공업)이 “제1세대 슈퍼스테인레스강 튜브가 해수 부식기에서 부식문제를 일으킨바 있고, 제2세대 슈퍼스테인레스강도 티타늄에 비해 부식 저항성이 낮고 소재의 가격이 높다”는 사실을 토대로 반대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주사인 한수원이 제작을 강행했다는 대목은 눈길을 끈다.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울진5호기 복수기 조사위원회는 “울진 5,6호기에 적용된 재질이 기존 티타늄 튜브에 비해 복수기 상단부에서의 누설 억지력이 우수하여 제2세대 슈퍼스테인레스강 튜브의 적용은 경제성 및 가동 신뢰성을 크게 제고하므로, 국산화가 가격 경쟁력으로 이뤄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1998년 당시의 결정이 적절한 판단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위원회는 향후 설치될 복수기 상단 30%에 제2세대 슈퍼스테인레스강을 적용할 경우 탄소강 튜브시트 표면에 사용하는 피복재(clad)로서 슈퍼스테인레스강을, 나머지 Ti 튜브부분은 Ti 피복재를 사용하여 분리 제작한 후, 둘을 내식성을 갖도록 접합하여 하나의 튜브시트로 제작함으로써 튜브와 튜브시트사이의 틈새가 생기지 않도록 최적의 확관 공정을 적용하고 튜브시트 피복재에 튜브를 밀봉 용접하는 보완 대책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방사능 누출 가능성, 한수원-언론-환경단체 서로 달라
원자력발전소의 응축장치인 복수기에서 누설이 발생하여 해수가 침투할 경우의 방사능 누출 가능성에 대한 입장도 한수원측과 중앙언론 및 환경단체는 서로 판이하다.
한수원은 “복수기는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원자로 냉각재 통로와 완전히 격리되어 있고, 복수기 튜브에서 바닷물이 누설되어 복수기 내부로 유입된다 하더라도 복수기 내 응축수의 수질을 연속적으로 감시하는 설비가 작동하여 경보를 발령하고, 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발전소를 정지할 수 있으므로 부식으로 인한 방사능 물질의 유출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 반면 중앙의 일부 언론은 “복수기의 부식이 심해지면 원자력 발전 중단은 물론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어 대형 참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재차 표출된 이번 논란과 관련하여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청년환경센터는 7월24일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최근 잇따라 발생한 원자력 사고는 우리나라 원전 안전 시스템의 총체적 결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원전 안전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독립적 규제기구 전환’, ‘사고의 원인과 결과를 토대로 하는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 환경단체는 “울진 6호기 부식은 원자력발전의 안전 규제책임이 있는 KINS에도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발전소를 설계하고 건설하기 전에 ‘최종 안전성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당시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이 공문을 주고받으면서까지 복수기의 튜브 재질 변경에 대해 논란을 벌였는데도 이런 내용이 ‘최종 안전성 분석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안전 기술 검토가 진행되지 않았으므로 KINS가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주민·환경단체 참여 합동점검단 구성, 원인과 책임 규명해야
2006년, 올해는 마침 체르노빌 원전에서 핵 참사가 발생한지 20주기가 되는 해이다. 체르노빌 사고결과를 두고도 전기사업자와 환경단체, 또는 반핵단체와 찬핵단체는 그동안 일관되게 상반되는 주장을 펼쳐 대다수 국민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려왔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 다시 터져 나온 울진원전 5,6호기 복수기 튜브 확관 부위의 부식문제를 두고도 정부 및 한수원, 일부 언론과 환경단체들은 서로 끝없이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해 나가고 있다.
‘무기’인 동시에 ‘에너지원’, 또는 ‘돈벌이’인 동시에 ‘위험성’으로 상징되는 원자력발전소의 이중적인 특성, 이런 이중적 특성은 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가치 판단 또한 쉽사리 이중적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절대다수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에너지 재원 조달이라는 명목 하에 이미 울진 땅에 6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세워 가동 중이고, 추가로 4기를 더 건설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미 원전 6기가 가동되고 있는 울진에서 올해 들어서만도 십여 차례 이상의 연속지진이 일어났고, 지금까지 가동해 오면서 크고 작은 숱한 사고·고장을 기록해왔다. 원자력발전소 직접 종사자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원전 관련 지식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은 언론을 통해 ‘울진원전’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궁금하고 걱정한다.
시민 환경단체들로부터 원자력 안전을 규제하는 KINS까지 불신을 받게 된 지금 이 상황에서 정부와 한수원은 주민들의 궁금증과 의혹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울진원전 5,6호기 복수기의 튜브 확관 부위 부식과 관련하여 정부와 한수원은 관련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아니라, 산·학·연을 포함하여 주민과 환경단체등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합동 점검단을 구성, 철저한 현장조사를 벌여서 단 한점의 의혹도 없이 이번 사고·고장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여야 한다.
결국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너무도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명동기자(uljin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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