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치되어 있으면서 의·식·주 해결 가장 힘들어
지난해 11월 부산항을 떠났다가 4월4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어 넉 달 동안 억류되었다가 풀려난 동원호 선장 최성식씨가 장장 10개월여 만에 고향 울진의 부모님을 찾았다.
귀국 당시 중앙 언론의 취재공세에도 불구하고 애써 인터뷰를 거절했던 최성식 선장을 8월14일 울진 읍내에서 어렵게 만나 국내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단독으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8월9일 귀국한 후 가족들과 5일을 지낸 탓인지 117일 동안 납치되어 있으면서 생긴 오랜 여독과 피곤함은 상당히 가신 듯 한 밝은 얼굴이었다.
최선장은 부인 조미선(부산시. 38세)씨와의 사이에 초등학교 2학년과 4학년에 각각 재학 중인 딸 둘과 4살 된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4월4일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피랍될 당시의 상황은 어땠나?
당시 마구로(참치)를 잡기 시작한지 1시간 정도 지난 오전 9시경 갑자기 조타수가 스피드 보트 2척이 우리 배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온다고 보고해 왔다. 그 해역에서 조업하기 전에 위험 지역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전에도 한번 작업을 했던 적이 있었고, 단순하게 그물을 끊어가는 도둑들로 알았다.
그쪽에는 그물을 전문적으로 잘라서 훔쳐 도망가는 도둑들이 많이 있다.
그래도 자칫하면 심각한 사태를 부를 수 있겠기에 급히 철수준비를 시켜 돌아가려 하는데, 스피드 보트를 타고 쫒아온 괴한들이 무작정 배를 향해 총알 5발을 발사해왔다. 아차, 싶어 속력을 높여 도망가는데 다시 사격을 수차례 가해왔다.
배를 서서히 정지시키면서 동시에 주변에 흩어져서 작업하던 같은 선단 소속 선박 2척과 회사, 인근에 있던 미국과 네덜란드 군함들에 비상 연락을 취했다.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는 마약을 단속하는 강대국 군함들이 떠다닌다. 여러 군데 연락을 취하면서도 괴한들이 들이댄 총부리 앞에서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최대한 천천히 속도를 줄여 운항하면서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이미 그 해적들이 10일전에 납치한 또 다른 외국 선박 1척이 잡혀 있었다.
무엇보다 입고 먹고 자는 일이 못 견디게 힘들었다.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배에 실린 라면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았다.
또 우리들이 입고 있던 겉옷은 물론 속옷까지 모두 다 해적들에게 빼앗겼다. 심지어 속옷까지 빼앗기고 배의 엔진 기름을 닦기 위해 싣고 간 헌 옷가지들을 대충 골라서 걸치고 지냈다.
밤에 자는 일은 더 힘들었다. 총을 앞세운 해적들에게 선실을 빼앗기고 우리 선원들은 식당 등에 흩어져서 매일 밤 초조하고 불편하게 쪼그린 채 새우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납치되었던 초기에는 선원들 대부분이 말라리아에 걸려서 열 발작을 되풀이하며 말 그대로 죽을 고생을 다 했다. 특히 나는 일반 선원들과는 달리 선장이라고 피랍 초기에 2달 동안 혼자 인근 육지에 따로 잡혀 있었는데,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여럿이 아닌 혼자 있을 때의 극한의 초조감과 공포는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정부 또는 각급 기관단체에 하고 싶은 얘기는?
몇 해 전부터 일부 단체나 연예인등이 소말리아 난민과 어린애들을 돕는다며 모금을 하고 또 그 나라에 현금과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
도대체 소말리아라는 나라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일들을 하는가? 다들 현지사정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들을 도울 돈과 물자가 있으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 결식아동을 돕는 것이 백배옳다.
굶주리는 소말리아 어린이들을 살리겠다는 뜻은 이해하지만, 남자 아이들의 경우 10살이 넘으면 총 쏘는 법을 배우고 14살쯤이면 바다에 나가서 자신들을 도와준 국가의 선박들까지도 상관하지 않고 해적질을 한다.
대체 인간의 탈을 쓰고 고마움을 모르는 그런 나라에 왜 지원을 하는가?
앞으로의 계획은, 또 회사로부터 불이익은 없는가?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하루 빨리 배를 몰고 나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과실이 아니라 천재지변에 준하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회사로부터는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마 오는 연말쯤 출항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국 땅 먼 바다에서 마구로를 잡는 원양어선 한 척은 중소기업 하나가 바다위에 떠다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선박을 책임지는 각 선장들마다 수입도 천차만별인데 총 어획량에 따른 인센티브가 많이 적용된다.
걱정해준 주변 사람들에게 한마디...
먼저 나이 드신 부모님께 큰 걱정을 끼쳐드려 너무 죄송하고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모교인 제동중학교와 포항 수산고등학교 동문들이 부모님 댁으로까지 찾아와서 위로해주었다는데,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맙다. 불미스런 사고로 알려지게 되어서 죄송하다.
죽지 않고 살아서 고향땅을 밟을 수 있어서 너무 좋고, 또 마음으로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이명동기자(uljin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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