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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이 너의 마음이기를

  • 이명희 울진문학회장 기자
  • 입력 2007.03.0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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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참 고단한 날이었습니다. 몹시 가파른 심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 오랫동안 실랑이를 벌여야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이라는 말 속에는 꼭 시간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팍팍한 마음을 어떻게든 풀어내어야 물건을 팔 수 있으니 말이지요.   
 

다섯 평 남짓 되는 조그만 공간에서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 온 지도 벌써 여섯 해가 되었습니다. 이정도면 어지간히 사람들에게 면역이 되어야 마땅하련만 그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제 나이도 이제 마흔 중턱을 넘어섰으니 사람 때문에 상처 받고 아파할 나이는 아니지 않느냐는 소리도 참 많이 듣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번번이 까탈 맞은 손님이 다녀가시고 나면  가게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울 때가 많으니 아직은 더 살아야 모든 것으로부터 담담할 수 있는 기운을 몸 안에 고일 수 있는 걸까요?   
 

제가 파는 물건은 대부분 집 안에 두고 살림살이를 좀 더 윤기 나게 만들 수 있는 소품정도입니다. 말하자면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아쉬울 것 없는 그런 종목들인 셈이지요. 그런 형편이고 보니 실제로 제 가게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집안을 조금 더 남다르게 꾸미고 싶다거나 흔히 말하는 예쁜 살림을 꾸려가고 싶다는 작은 바램을 몇 개 더 가진 사람들일 겁니다.   
 

예쁜 커피 잔이나 시계, 바구니 혹은 액자 같은 물건들이 가득한 제 가게는 그래서 얼핏 참 낭만적인 가게로 보여도 지는가봅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일이란 그다지 남다를 턱이 없고 치열하기는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가 아닐 런지요.   
 

비좁아서 돌아서기도 힘든 빽빽한 공간에서 하루 종일 물건을 사 갈 사람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람이 오면 이왕이면 좋은 사람이어서 편안하게 물건이 팔려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가게 주인이나 똑같은 마음이겠지요.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어느 땐 내 안의 것이라도 순간순간 바뀌거나 포악과 다감이 얇은 냄비 안에서 죽 끓듯 하는 것이 일반인지라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 내 입에 딱 맞을 수가 없을 거라 생각은 늘 합니다만, 그래도 어느 때 거친 표현을 해서 조금 별나다는 손님을 만나면 그야말로 그날은 푹 익은 파김치가 되기 일쑤입니다.   
 

세상사람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한다는 철갑 방패를 가슴에 두르고 사는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더 쓸쓸한 일이 또 있을까요?   
 

작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따지고 가늠하며 사는 일을 혹자들은 꼼꼼하다거나 알뜰하다는 표현에 빗대어 칭찬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 도대체 세상 못 믿어 식 고형된 생각으로 가득한 닫힌 마음의 사람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물건 값도 못 믿고 사람도 못 믿고 품질조차도 도통 못 믿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맞닥뜨리는 일은 우울하다 못해 평상심을 잃게 되기가 십상이 되더군요.   
 

장사꾼 말을 어떻게 믿어요? 장사하는 사람들 다 그렇지. 그 말은 당신을 못 믿고 당신뿐만 아니라 세상을 못 믿는다는 말이겠지요. 그러니 불신감이란 걸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나는 손해 볼 수 없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내가 왜 당신 때문에 손해를 보냐는 마음일 테지요. 
 

지난 해 있었던 지방의회 선거가 생각납니다. 참 많은 수의 사람들이 군정을 책임지겠다며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출마자가 너무 많아서 유권자의 판단이 흐려지는 것 같다고 볼 멘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누가 누구인지를 모르겠다고 하시는가 하면 맨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냉소적일 정도로 선거에 차가운 사람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자 결국 잘 꾸며진 프로그램 한편을 본 것에 불과했다고 선거 결과를 혹평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대체로 수긍이 갔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사람들의 불신감이 어디까지 팽배해있는가를 아프게 바라본 선거였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무엇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기 때문입니다.   
 

작은 그릇 하나나 사진 넣을 액자하나를 사러 와서도 아예 못 믿겠다는 전제하에 필요하니 하는 수 없이 구입은 한다는 생각은  얼마나 무서운 건가요. 그것처럼 하는 수 없이 투표는 하되 정치도, 정치하는 사람도 아예 믿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만들어 낸 선거 결과는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꿈꾸는 희망은 늘 같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내가 조금 손해를 더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속지 않기 위해 안간힘 쓰기보다 차라리 손해보고 속아버리는 편이 마음 편하다고 말하면 너무 건방진 꼴이 되지나 않는지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한대로 사는 것이 잘사는 길이더라는 믿음이야말로 이만큼 살아오면서 터득한 제 나름의 생각이고 고집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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