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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울진군의 문화예술은 실종되었다

  • 이명동기자 기자
  • 입력 2007.04.05 14:24
  • 글자크기설정

지난 2000년 초반 뉴욕시장을 지냈던 루돌프 줄리아니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뉴욕시가 보유하고 있는 예술품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일이 뉴욕시의 역점산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예술이 뉴욕시의 상징인 동시에 주요 산업으로서 경제적 부흥을 일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했던 것이다.
그 결과 뉴욕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예술 애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1990년대 후반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낡고 오래된 런던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젊은 런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도시의 외형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전략적으로 문화와 예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거리의 입간판을 포함하여 예술품 구입, 전시관 건립 등 시각적인 모든 영역을 총괄할 관리인으로 현직 예술가들을 대대적으로 투입했다.
 

현재 런던은 21세기 현대미술의 메카로서, 유럽의 정신적 원형으로 거듭나 전통을 상징하는 도시로 새롭게 부상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넓게는 세계적으로, 좁게는 국내 각 지자체별로 문화예술 마케팅의 전쟁이 불가피한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의 문화예술은 우는 아이가 젖동냥하듯 주민들의 관심과 예산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실물경제의 주체로써 시·군 단위의 경제수익구조에서 큰 몫을 감당해 나가고 있다.
 

이미 국내 선진 지자체와 단체·기관들은 일년 총예산의 일부를 예술품 구입비 명목으로 별도 편성하여 지역작가 등을 포함한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는데 투자함으로써 이미지 개선을 포함한 자산 증식을 꾀하고 있다.
 

앞서 예로 든 뉴욕과 런던이 그러하듯, 또 일부 선진 지자체와 단체·기관이 그러하듯이 예술품 보유는 이미지 제고와 홍보 측면에서조차 필수적이다.
 

울진군도 각 지자체간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화 예술 구입·보유는 물론이고 건물 하나를 세우더라도 지자체의 브랜드 이미지 측면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함은 당연하다. 

울진군이 창조하고 보유한 문화 예술은 결국 울진군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 예술 앞에서 모든 주민들은 평등하다. 울진군 군민으로서 세금을 납부하는 모든 주민들은 공연, 음악, 미술품, 건축물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각 장르별로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울진군으로부터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향유하게 되는 군민들은 삶의 질 향상과 아울러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런 문화의 민주화로 이루어지는 울진 군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울진군의 수장인 울진군수와 담당 공무원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일관된 정책으로 연결되는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관내 각처에서 다양한 용도의 건설공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울진군 단체장과 공무원들은 지역의 문화 예술을 장려하고 육성하는 것이 결국 군부(郡富)의 원천이 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 후포면에는 90억원이 투입되는 문화예술회관이 공사 중에 있고, 울진읍에는 50억 원 이상이 소요되어 건립되는 복지회관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울진군은 애초부터 완공된 건물의 실내에 걸릴 예술작품 한 점 구입할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일부 관심 있는 군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은 이런 지적에 예산타령부터 앞세우지만, 애초 사업을 기획하던 초기부터 예술품 구입은 염두에 없었는데 뒤늦은 예산타령은 웬 말인지......?
 

이미 앞서가는 선진 지자체들은 정형화된 관공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수준 있는 예술작품들이 살아 숨 쉬는 편안하고 격조 있는 공간을 꾸미려고 노력중이고, 이것은 또 지역작가들을 발굴 육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울진군에서 추진 중이거나 이미 완료된 사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담당공무원들이 문화와 예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들은 전혀 발견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7억6천5백만원을 들여 지난해 연말 완공한 울진대종과 종각은 현판은 물론 지역 출신 김명인 시인의 시를 종 표면에 새기면서 조악한 컴퓨터 체를 사용했고, 누가 지은 시인지, 언제 건립했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한줄 없다.
 

이미지 반영 측면에서도 철저하게 실패했다. 명색이 울진대종이라면서도 울진군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죽은 아버지의 공덕을 알리고자 제작했던 성덕대왕 신종의 문양을 국내 최고라며 그대로 모방하여 종의 표면에 새겨 넣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울진군 문화관광과 담당 공무원들은 아직까지 가타부타 한마디 말이 없다.
 

100억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공사를 추진 중인 문화예술회관은 또 어떠한가?   
엄청난 예산을 들이면서도 얼마 전 부실시공 파문으로 인해 긴급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불명예를 떠안았고, 미처 부지 매입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했기에 진입로는 형편없이 좁고 주차장도 너무 협소하다.
 

또한 문화예술회관 어느 곳에도 전시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애초부터 예술품 한 점 구입할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전시실 하나 없고, 예술작품 한 점 걸리지 않은 문화예술회관에서 대체 어떤 종류의 문화와 예술을 논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50억원이 투입된 종합복지회관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예술품 구입비는 계획 초기 예산 편성에서 철저하게 무시되었고, 그나마 한쪽에 마련된 전시공간은 뒤늦게 지역작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조명 등 이것저것 신경 쓰는 눈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건물 설계 당시 지역 예술가들을 조력자로 참여시키지 않고서, 이미 건설공사를 끝마친 마당에 한두 군데 뜯어 고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마 모르긴 해도 울진군은 또 다시 예술회관과 복지회관의 화장실을 비롯하여 각 벽면들마다 수년 동안 이곳저곳 너무 많이 사용해서 식상해져버린 울진군의 관광지 사진들로 도배질을 할 것이다.
 

엑스포를 앞두고 근남면 수산교를 아름답게 장식한다며 울진군의 관광지와 특산물 사진 등을 교각 난간마다 수십 장씩 내건 결과, 오히려 내·외지 관광객들로부터 촌스럽고 싸구려 티가 난다며 비난을 샀던 그런 아픈 기억들은 너무도 쉽게 망각하겠기에......
 

언제부턴가 울진군의 문화와 예술은 실종됐고, 그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이 떠안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근래 울진경찰서에서 수백만원의 거금을 들여 지역작가의 그림 한 점을 구입하여 현관 로비에 걸기로 한 것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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