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따사로운 봄 햇살과 함께 나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전날 밤 잠을 충분히 못자서 그런지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그렇게 축 쳐져서 학교에 도착하니 친구들 몇몇은 퍼질러져 자고 있고, 나머지 친구들은 전날 밤 숙제할 시간도 없이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학교에 와서 미친 듯이 숙제중이다.
요즘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 소금에 절여진 배추를 보는 듯하다. 하나같이 축 쳐져서, 여기저기서 하품을 하고 눈은 고장 난 형광등 같이 껌뻑껌뻑 눈을 감았다 떴다 하고, 쉬는 시간만 되면 처지거나 숙제를 하느라 정신없어 보여 정말 요즘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안쓰럽다.
솔직히 나도 소금에 절여진 배추 같아 보이긴 한다. 3학년이 되면 어느 정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그런데 막상 3학년이 되니까 정말 미쳐버리겠다. 정말 이렇게 힘들 것 이라고는...
영어선생님은 수능 독해를, 수학선생님은 거의 매일 한 장씩 학습지를 나눠주신다. 또한 주말이 되면 수학선생님은 일명 “선물보따리” 그러니까 학습지를 한 아름 가져오신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도 “급!” 빡세 지셨다.
학습지도 많이 나눠주시고 숙제도 정말 많이 내주신다. 선생님들은 다 우리를 위해서 그렇게 하시는 것이지만, 우리는 선생님들의 숙제공세에 죽어난다.(^^)
그래서 내가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잠 푹 자본지가 언젠지, 잠 좀 푸욱 자봤으면 좋겠다.” 이런 말이 대다수다. 솔직히 나도 그렇다. 자습시간에도 선생님 눈치 살살 보면서 졸기도 하지만, 선생님이 언제 오셨는지 졸고 있는 나를 깨운다.
왜 학교에는 잠자는 시간이 없는 걸까? 가끔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가 피곤이 밀려올 때 생각하는 것이다. 점심을 먹고 5교시는 잠자는 시간으로 하면, 충분히 쉬니까 그다음 6교시부터는 집중도 잘되고 수업능률이 막 오를 것이다. 그래서“5교시는 쉬는 시간으로 해주세요!”라고 교육부장관님께 건의드리고 싶은 자그마한 소망도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 무리라고 생각되어 건의는 몇 년 째 미루고 있다.
아무튼 그래도 나는 학원을 다니는 다른 친구들 보다는 덜 힘들다고 생각된다. 요즘 친구들이 학원을 많이 다니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교수업과 방과 후 활동까지 하고 바로 학원으로 직행한 후 늦게 집으로 가는 친구들을 보면 안쓰럽고, 내가 만약 저 친구들처럼 학원에 다녔더라면 아마 다닌 지 일주일 만에 끊어버렸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정말 대단하다! 저렇게 몸이 고생하면서까지 친구들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한가로이 글을 쓰고 있다. 숙제도 잔뜩 미뤄놓고 말이다.
그래서 요즘 공부도 안하고 빈둥빈둥하는 내 모습을, 열심히 학원까지 다니면서 공부하는 다른 친구들의 모습에 비추어보니 참 한심하고 부끄러워 보인다.
또 요즘 내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 보면, ‘위기감’ 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 친구들은 저렇게 학원을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이렇게 공부도 안하고 있다가 다른 친구들과 성적이 많이 차이나면 어떻게 하지? 같은 여러 가지 생각들을...
이런 생각들 때문에 수학공식은 물론이고 영어문법까지 저절로 잊혀지는 것 같다.
휴우~ 그런데 솔직히 요즘 같은 경우에는 숙제하기에도 버겁다. 4월초에는 교실 환경정리 때문에 5시 넘어서 집에 가고, 저녁 먹고 그러면 6시가 훌쩍 넘고 매일매일 한 무더기씩 날아오는 숙제들을 하다보면 기본 11시는 넘게 마련이다. 아무리 일찍 시작해도 다음날 수업을 위한 예습이나, 그날 했던 수업의 복습은 저절로 미뤄지거나 못하게 되었다. 만약 숙제를 끝내고 예습 복습을 하면 시침은 어느새 1시를 넘어가 있다.
솔직히 중학생의 신분으로 이정도 공부하기는 정말 힘들다. 벌써부터 꼭 수험생이 된 기분이다. 도시에 가면 이 정도는 기본이겠지만, 이렇게 공부나 숙제를 해본적은 정말 처음이라서 힘들고 피곤하다. 고등학생이 되면 저절로 하게 될 것을 미리하면 그때가서 덜 힘들 테지만, 고등학교에 가면 목표는 수능으로 잡혀져버리기 때문에 자유를 찾기엔 힘이 든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중학생 때 부모님과 시간도 많이 보내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자주 만나서 자주 놀고 싶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는 “무한 경쟁 사회”이다. 그래서 공부를 안 하고 못하면 밥 먹고 살기조차 힘든 세상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부모님이 가끔 사교육의 심각성과 실업자, 대학 경쟁률에 대해 보도되는 뉴스를 보고 항상 하시는 말씀이, “요즘 세상 살기 참 힘들어졌네, 우리 현희도 열심히 해야 될 텐데”이다. 맞는 말씀이다. 그래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휴식이라는 자유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이 현실은 도저히 우리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그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즐기는 수밖에 없다.
“천날 만날 불평해봤자. 쌓여가는 건 스트레스요, 떨어지는 건 성적 일세~”
그래서 나는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선 좋은 고등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에 3학년인 1년 동안은 “난 죽었다!”라고 생각하고 죽을힘을 다해 공부에만 전념을 해봐야겠다.
선생님들께서 내주시는 학습지들과 숙제들은 ‘저건 선생님들이 우리를 너무 사랑하는 증표야’라고 마음속으로 계속 되새김질 하면서 미루지 않고 학습지를 풀고 숙제를 하며,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내 성적은 곧 떨어지고 바닥을 기어 다닐꺼야!’라는 생각을 버려야겠다.
그리고 얼마 전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께서 훈화 말씀으로 해주신 “여러분들은 도시 아이들에 비해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과 좋은 선생님들을 가졌습니다”라는 말씀을 마음속에 새기고, 내가 가진 좋은 환경을 이용하여 학원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는 독학생의 저력을 보여줘야겠다.
또한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어야겠다. “내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학원을 안 다녀서가 아니라, 다만 나의 노력부족이 불러온 현상이다.
그리고 절망 같은 건 하지 말라! 대한민국 그리고 전 세계에는 안 되는 건 없다. 그리고 즐겨라, 즐기는 자를 따라올 자는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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