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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보고 웃는 아들

  • 페인트 최 기자
  • 입력 2007.05.0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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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최’는 서울이 고향으로 울진에서 15년간을 생활했고, 현재 경기도 양수리에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미협·도무스·예형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 Lomo / 이명동기자>

   

남과 북으로 등뼈처럼 길게 버팅긴 7번 국도는 높고 푸른 산줄기를 타고 깊고 맑은 동해의 바람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그 길을 참 많이도 다녔다.
 

숱하게 보는 아름다운 풍경들 속에서 나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을 하나 그림같이 간직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5년 전의 시간이고 그 때 그 아이는 아마도 바다를 닮은 큰 눈을 가진 아들 하나쯤 키우고 있는 아빠가 되어 있겠지.
 

그 당시, 전날 저녁 제사를 모시고 아침에 영덕에서 울진 오는 길에 병곡 마을 방파제를 지날 때. 이제 막 중학생 티가 나는... 아마도 더 어릴지 모르는 소년이 배낭 하나 짊어 매고 한 손에 스케치 북인지 노트인지 펼쳐놓고 한 없이 조용하게 바다를 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싱긋 미소 지으며 팔짱을 끼고 아들의 뒷모습을 지켜봐주는 아버지와, 다리를 늘어뜨리고 앉아 바다를 하염없이 보고 있는 소년을 보던 순간 뒷좌석에서 나를 보는 내 아들이 꼭 저렇게 컸으면 하고 소원했다.
그 때 아들은 지 애미와 애비를 보고 쪼개지는 봄 햇살처럼 맑게만 웃었던 네 살 때였다.
 

떨어지는 별꼬리를 보고 소원을 빌 듯 나는 그 소년의 모습을 보고 이성과 지성 감성이 조화로운 다분히 바다같이 큰마음을 가진 사내가 되길 원했고, 항상 멀찍이라도 그 아들을 보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아버지를 갖기 원했다.
 

왠지 모르게 그 소년 같이만 크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짧은 순간 이였지만 공명되던 그 시간은 너무나 생생하다.
살다보면 사람마다 간직하는 그림 같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에겐 하나도 안 보이는데 딴 이에겐 전부일 수 있는 그런 ...

 

어젠 군복을 입은 건장한 아들과 그 부모가 식사를 하러왔다. 그 장면을 본건 참 우연하고도 특별했다. 그들이 가고 외숙모가 그러는데 세번째 오는 손님이라 했다.
아들 군대 가기 전에 식사하러 외박 나오고 휴가 나와서 한번씩, 맑은 웃음으로 마주앉은 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있는 아들.    

평화와 사랑의 표상이 바로 저것이 아니겠나...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즈그 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있는 남의 아들을 보노라니, 참...
 

이 세상의 불의와 분쟁과 음모는 아마도 저렇게 아버지를 보고 웃어본 적이 없는 아들들의 짓거리일지도 몰라. 병든 에비들이 너무 많아,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에비들이 너무 많아, 독초 같은 에비들이 너무 많아, 야비하고 더러운 에비들이 너무 많아, 어리석고 징그러운 에비들이 많고 많아, 먹통에 무쇠 같은 에비들이 많고 많아, 장님 같은 에비들이 쓸데없이 많아, 자기 몸 같은 아들의 웃음도 마주보기 부끄러운 에비가 넘치게 많아, 우리의 아들들은 마주보고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아버지를 지금도 어딘가에서 끝없이 찾고 있을지 몰라.
 

아들을 위해 세상의 좋은 글로 기도를 아무리 많이 한들, 건강하고 행복하고 씩씩한 인간, 더 나아가 전 인류의 평화를 위한 처방, 단연 언제나 마주보고 웃을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는 그림만 한 강력한 약제는 드물 것 같다.
 

전화비 내어주고 간만에 듣는 아들 목소리. 시험 때라 공부하고 있다고... 그리곤 그가 그랬다.
엄마 나중에 내 아들한테 느그 아빠는 이러이러했다고 하려면 시간이 참 소중하다고... 하면서 몇 개 안되는 상장 찾아 화일에 껴 놓아달라니, 장가도 먼 어린 아들놈의 없는 손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우짜노. 
 

아들의 옷 먼지까지도 모아 도와줘야지. 그리고 또 그가 그랬다.  
방학 때 알바해서 2학기 등록금 벌 테니까 걱정 말라고... 이번에 합격한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도움이 될 거라는 소리였다. 짜식... 말만으로도 얼마나 귀여운지
 

내 아들. 언제나 어디에서나 항상 너를 보고 웃을 수 있는 네 아들의 에비가 되길 기도한다. 내가 그토록 원했으나 나에겐  없었던 그림으로, 그들에겐 하나도 안보였으나 나에겐 완전하게 보였던 그림. 
 

 아버지를 보고 웃는 아들... 이 세상의 아버지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할 최고의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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