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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

  • 김석칠기자 기자
  • 입력 2007.06.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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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인터뷰 '이성호 영동교회 목사'

조용히 물을 끼얹는 소리와 아내들의 애써 울음을 참는 흐느끼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그동안 삭히고 삭혔던 감정들을 토로해 낸다.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붉게 충혈된 눈자위를 훔쳐낸다. (5월 12일 5주차 아버지학교‘세족식’ 현장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발을 씻겨 주는 '세족식'으로 5주간의 아버지학교 과정을 마무리 했다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2일까지 매주 토요일 5주간 제3기 아버지학교가 울진읍 모식당에서 진행됐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1995년 10월 서울에서 첫 개설된 이래 2006년 6월까지 10여년간 세계 25개국 170여개 지역에서 총 1,200회의 아버지학교가 개설되어 약 8만5천여명이 수료했다. 
 

우리지역에서는 1기 54명, 2기 54명, 3기 34명이 졸업해 지역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아버지학교에서는 자신의 아버지와 자녀, 아내에게 편지쓰기, 자녀와 아내와의 데이트, 자녀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 쓰기 등 과제물을 통해 가정을 한 번 더 되돌아보는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룬다.
 

매주 주제로 △아버지의 영향력(1주차) △아버지의 남성(2주차) △아버지의 사명(3차) △아버지의 영성(4주차) △아버지와 가정(5주차) 등으로 정하고 친교시간, 그룹 토의시간, 인터뷰 등을 통해 마음을 털어 놓고 아버지상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또한 서로 인사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단순히 손만 잡는 ‘악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 ‘포옹’하면서 인사를 건네 친밀감을 더하기도 했다.
 

첫 번째 만남인 1주차에는 ‘아버지의 영향력’이라는 주제로 아들로서의 내가 아버지와 맺었던 관계, 아버지가 나에게 뿌린 씨앗으로 인해 내가 맺은 열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자녀들에게 뿌리고 있는 씨앗이 무엇인지, 그 인과관계를 정립하여 내가 지금쯤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쓰기와 여성가족부가 개발한 ‘부부폭력성향’ 체크리스트를 이용해 가정 내의 현 상황을 스스로 진단했다.
 

두 번째 만남인 2주차에는 ‘아버지의 남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올바른 가정과 가장의 위치를 감당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아내에게 편지쓰기와 아내가 사랑스런 이유 20가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세 번째 만남인 3주차에는 ‘아버지의 사명’이라는 주제로 ‘그동안 아내에게 어떤 남편이었는지? 지금 아내에게 어떻게 하고 있나? 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자녀에게 편지쓰기와 자녀가 사랑스러운 이유 20가지 적기, 아내와의 데이트(아내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 읽어주기)가 과제로 주어졌다.
 

네 번째 만남인 4주차에는 ‘아버지의 영성’이라는 주제로 ‘가정 안에서 구체적으로 나(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제로는 자녀들과 일대일 데이트와 수료 소감문 쓰기가 주어졌다.
 

다섯 번째 만남의 시간에는 부부가 함께 참여해 진행됐으며, ‘세족식’을 통해 아내의 발을 씻는 시간을 끝으로 프로그램이 마무리 됐다.

 

미니인터뷰 ◈  이성호 영동교회 목사 /  울진아버지학교 진행자

울진아버지학교를 통해 3기 동안 142명이 수료했다. 아버지학교는 스스로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2기 때에는 별거하는 부부가 다시 합쳐 진 경우도 있고, 이혼을 보류한 부부도 있었다. 또 총각이 등록하여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하여 결혼승낙을 받기도 했다. 3기에는 3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등록 연령층의 폭이 넓어졌다.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했던 것을 편지를 통해 화해하고, 딸과 편지에 의해 서로 화해하기도 했다. 또한 아내들 중에는 남편의 고백을 듣고 ‘이제 죽어도 소원이 없다. 위장병이 고쳐졌다’는 사람도 있었다.
 

아버지학교를 통해 부부간 변화의 초점과 중심이 “나”에게로 돌아왔고, 부부와 자녀간 대화시간이 늘어났다.

 

가족 간의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화에는 반드시 규칙이 있어야 한다. 명령형적인 어조를 동기 유발적인 말투로 바꿔야 한다. 서로 의논하는 형태로 대화를 진행하는 것도 좋다. 상대방의 비언어적인 부분(표정, 몸짓 등)도 잘 파악해야 한다. 남·여 간의 ‘차이점’을 알고 특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훈련이 필요하고 절제하는 규칙을 정해 아내와 자식들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힘들어 하면 왜 힘들어 하는지, 쓰다듬어 줄 수 있는 배려와 기다려주는 것도 중요한 대화 기술 중의 하나이다. 싸우는 이유의 대부분은 앞서 얘기한 부분들을 불인정하기 때문이다.

 

아버지학교 운영을 통해서 본 '울진의 아버지들이 부족한 부분' 이 있다면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사람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울진의 아버지들이 무뚝뚝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솔직하고 담백한 면이 많다 보니 그렇게(무뚝뚝하게) 보일 여지가 충분히 있다. 표현이 다소 미흡하지만‘자기털어내기’를 잘 하는 편이다.


앞으로의 진행 방향은

우선적으로 아버지학교 군 지부를 결성할 예정이며, 4기는 농번기를 다소 피할 수 있는 11월 중에 실시할 계획으로 있다. 또한‘어머니학교’를 시작하기 위해 14명이 태백에서 매주 교육을 받고 있다. 이번에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분들은 다음 기수의 스태프(staff)로 봉사하거나 다른 아버지학교에서 실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으로 있다.

 

 

우리 가정을 지켜온 당신에게

 

서춘수 / 울진아버지학교 3기 (근남면, 71세)
사랑하는 아내 이숙자에게 
여보! 우리가 만나 결혼한지도 벌써 47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려. 정말 막내사위 한사람을 잘 본 것 같소. 내 희망이자 소원이었던 울진 바닷가로 이사를 오게 된 것도 임서방내외의 주선이었고 오늘 이 편지를 쓰게 된 것도 아버지학교를 등록해주어 숙제로 `허깅(정답게 껴안는)'하는 법도 배워 결혼 후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작고하신 아버님께 편지도 써 보았고 이제 당신에게도 사랑한다는 쑥스럽던 말을 하게 되는구려!

정말 그동안 참 고생 많이 하였소. 가난한 집안으로 시집와서 없는 살림 꾸려가며 시누이 둘 시집보내고 딸 셋 좋은 사람 골라 출가시키고 좋은 며느리도 보게 되어, 이제 환갑 진갑 다 지나 내일모레 칠순에 밥상을 받아도 시원찮을 나이에 평생 고생만 시키던 못난 남편의 밥상을 차리게 되었으니 말이오!
 

또 공기 좋고 경치 좋은 바닷가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한오백년 살고 싶어 하는 노랫말처럼 집도 짓고 살게 되어 소원을 이루었다 했으나 당신의 고생은 여전히 계속되는 것 같소. 
 

취미삼아 가꾸는 텃밭이 해가 갈수록 힘이 드오! 당신은 성격상 텃밭을 놀리지도 못하고 고추 외 20여 가지와 매실, 자두, 복숭아, 감, 대추 등 갖가지 과실나무의 김매기는 하루를 멀다하고 아예 밭에 붙어 있어야 하니 고생을 덜어주려던 것이 고생바가지를 쓰게 한 것 같소.

그동안 좋았던 일을 생각하려고 과거를 더듬어 보아도 둘만이 관광 다녔던 곳은 한 곳도 없고 단체로 다녔던 울릉도, 제주도, 금강산, 중국 등이 생각나지만 관광지에 가서도 두 내외가 다정하게 구경 한 번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으니, 지금 나이 많아 아버지학교에 다니면서 숙제로 아내에게 편지쓰기에서 아름다웠던 추억, 즐거웠던 일, 소홀하거나 부족했던 일, 제일 미안했던 일들을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미안하고 용서를 빌 일만 생각나는구려.

여보! 미안하오.
많이 남지 않은 여생이나마 용서를 빌며 살아갈 것입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당신을 힘들게 하였던 남편 서춘수가 사랑하는 이숙자에게

2007년 4월 28일 아버지학교에서 

 

 

너무 소중한 나의 아내에게

 

홍성남 / 아버지학교 3기
(북면, 35세)
오늘은 아침부터 출장을 올 일이 있어 새벽 같이 대구에 왔습니다.
새벽마다 기도하러 나가는 모습을 어렴풋이 잠결에 보아왔지만 이렇게 먼 길을 떠나 올 때면 당신의 기도에 더욱더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여기는 대구의 어느 대학 캠퍼스, 잘 가꾸어진 산책길을 따라 걷다가 우연히 포도송이처럼 생긴 향기 좋은 보라색 꽃을 보았습니다.
직장 동료가 “라일락꽃”이라고 하더군요.
 

순간 그 꽃 안에 그려지는 얼굴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한 번 더 눈을 감고 꽃향기를 맡으며 그 모습을 찬찬히 그려봅니다.
 

얼마 전 삼척에 다녀오다가 화사하게 피어있는 유채꽃밭에서 같이 사진도 찍고 데이트를 했을 때에도 유채꽃보다 당신의 웃는 모습이 더 아름다웠지만 내색하지 못했습니다. 
 

요즘 출장 갈 일이 많아서인지 혼자서 당신의 모습을 그려볼 때가 많습니다. 어디를 가든 떠오르는 모습에 더욱더 당신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돌아보면 우린 젊은 나이답지 않게 힘겨운 일들을 너무나 많이 겪었던 것 같습니다. 각자 서로의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화목하지 못해 겪었던 유년시절의 상처들과 나의 잘못으로 인해 더욱더 힘들었던 우리의 만남, 그리고 가정을 이루어 살면서도 쉽지 않은 시부모의 문제들로 인해 당신을 많이 힘들게 했고, 아직도 많은 부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당신의 마음에 큰 짐을 지운 것 같아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러한 여건으로 인해 우리는 자주 다투고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땐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이 원망스러웠고, 나 스스로의 모습을 비관하기도 했습니다. 지나고 나니 내가 좀더 남자답지 못했고, 지혜롭지 못하게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책임을 회피하고 당신에게 전가하려 했던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결코 지난날들이 우리에게 상처만을 남겨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젊은 시절 보다 치열한 경험을 통해 우리의 약한 모습들이 깨어지고 다시 태어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이 너무나 감사하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고 하나님께서 꼭 필요한 사람을 골라서 나에게 주셨구나하는 확신에 더욱더 감사합니다. 어려운 이들을 보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당신의 모습, 그리고 그 분들의 모습을 통해 홀로 계신 어머니를 이해하는 모습이 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홀로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재혼하신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시부모님으로 감당하려하는 당신의 마음에 감사합니다. 가끔 당신의 섬기는 모습 속에 예수님을 느끼며 나의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2주 전 아버지 학교 첫날 지금의 아내와 다시 태어나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실 때 난 손을 들지 않았다고 했더니 실망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이 나를 만나 고생만 한 것 같고, 짐만 지워 준 것 같아 다시는 내 욕심대로 그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니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아버지학교 첫날 우리들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춘기 시절 혼자서 무수히 아파하고 힘들어하며 이겨냈던 것들을 가르쳐주더군요, 둘째날은 나와 당신이 지금까지 힘겹게 이겨냈던 것들을 이야기 하더군요. 이러한 것들을 삶 속에서 철저히 깨닫고 이겨내게 하신 것을 감사합니다. 그리고 남은 3일이 기대됩니다.
 

얼마 전부터 난 기도를 하면 그냥 감사한 것밖에 별로 구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 가정에 지금과 같은 결실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힘들 때 나에게 주신 말씀처럼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는 말씀과 같이, 그리고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고 하신 말씀과 같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리고 구하지 않은 것 까지도 허락하실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여보 난 참 복 받은 사람 같아요. 당신을 만나서...
 “당신의 일생 중에 이해할 수도 없는 엄청난 고난이 닥칠 때 당신은 하나님께 감사하십시오. 뼈를 깎고 살을 에이는 고통 후에 아름다운 진주가 탄생되듯 이 고난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은 당신을 성숙시키시기 원해요... 어쩌면 몰골은 더 초라해지고 초췌해졌을지라도 그 안에 거듭 태어난 든든한 당신의 영혼, 당신의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참 복된 인생입니다...”
 

이 찬양의 가사처럼 가끔 난 당신에게‘흙속에 감추인 진주같은 사람’이라고 말 할 때가 있지요?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 할지라도 나의 눈에 당신은 수많은 여자들 중에 고운 빛을 품은 진주같은 사람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대단한 사람입니다.
 

항상 나의 옆에 있어준 당신에게 하고 싶었지만 아끼고 아낀 말을 하려합니다.
여보!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난 당신 없으면 정말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007년 봄 따스한 햇살 아래서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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