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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도 사람입니다

  • 페인트 최
  • 입력 2007.10.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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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모임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종점이라 늘어선 버스 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몇몇 사람이 모여 있었고, 잿빛 구름이 낮게 깔려서 아침나절인데도 불구하고 어두침침하다. 한바탕 비가 올 태세다.

 

엔진 걸리는 소리에 사람들의 대열이 만들어지고, 나는 동전을 세어 손에 쥐고 버스 탈 준비를 했다.
어디에서 왔는지 초등학교 4,5학년쯤 되어 보이는 가칫한 남자아이가 내 등에 손을 얹으며, “아줌마 먼저 타세요” 한다.
“어... 그래? 고맙구나.”
 

챠르르... 버스에 올라 백 원짜리 동전 10개가 돈 통속으로 부딪히며 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의자에 막 앉으려는데, “요놈아! 누굴 속이려고 그래. 누가 엄마야? 빨리 차비나 내고 가 임마!”
호통을 치고 있는 버스 기사님의 소리에 놀라 쳐다보니, 나에게 괜히 친절하던 그 놈 아가 쭈삣 서서 야단을 맞고 있었다.
 

그러니까... 차비로 동전을 골라내던 나에게 붙어 서서 “엄마가 냈어요”하고 편승하려던 고놈의 수법을 기사님이 속아 넘어가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 고 놈.  450원 차비를 내고 나를 스쳐가는 그 녀석의 땟국물 흐르는 앙상한 무릎을 보았다.
 

차마 못 본 얼굴 대신...
내 앞에 앉은 할아버지의 “쯧... 커서 뭐가 되려고...”라는 말이 마치 돌멩이를 삼킨 것처럼 가슴에 박혀 무거웠다.
 

차비 450원을 아끼기 위해서 나를 써먹은 그녀석의 심뽀를 내가 인식하지만 않으면 나에게 한없이 친절한 녀석으로 남을 것이고...
생각 할수록 괘씸하여 야단을 속 시원하게 하고 차비를 받았으니 기사님도 손해가 아니지만.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어르신. 마치 커봐야 인간 안 된다는 듯 지레 싹을 자르는 것만 같은 말에 답답함이 밀려왔다.
어린 아이까지 그런 편승을 생각한 문제는 그 아이 혼자만의 책임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요즘 기성사회의 구석구석 극성스런 도덕 불감증의 문제를 보고, 좋은 것만 배우고 올바르게 살라고 하는 건 정말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어르신, 고놈이 커서 뭐가 되긴요...? 커서도 사람이 되어야죠.
지금 요리조리 이것저것 못된 것 흉내 내보고, 흉내를 내어 보다가 야단맞고 욕먹으면 잘못인줄 알고 커서는 양심 팔아먹는 짓 안하는 사람이 될지 누가 압니까요.
사람으로 키우려면 사람이 많은 사회를 많이 봐야 하는데 말입니다요.
 

나는 고 녀석의 어깨에 수 없이 부딪히며 갈 그 무엇이 이왕이면 좋은 사람이길 빌었다.
상처가 아니라 약이 되는 말과 정신을 가슴에 담길 빌었다.
약은 편승이 아니라 진정한 예의로서, 그 영혼이 맑은 기쁨을 느끼길 빌면서 버스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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