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초 원명 ‘호원적원(戶元迪院)’에서 ‘다시원(多施院)’으로 개명
온정면 외선미리의 농촌용수개발 사업지구 내 일명 ‘구지골’ 일원에서 발굴 조사된 건물지는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기록된 옛 평해군 역(驛)·원(院)의 하나였던 ‘다시원지(多施院址)’로 밝혀졌다.
특히 이 원(院)은 출토된 명문 기와를 통해 애초의 원명이 ‘호원적원(戶元迪院)’이었다가, 고려 말 또는 조선 초에 축소 복구된 뒤 ‘다시원(多施院)’으로 그 이름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옛지도에 나타나 있는 다시원지(多施院址)
2005년 6월부터 8월까지 문화유적 발굴조사를 실시한 경상북도문화재연구원(조사단장 박영복)은 지난 8월 펴낸「울진 외선미리 유적」발굴 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북도문화재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발굴된 외선미리의 건물지는 옛 평해군에서 서부내륙지역간의 교통로상에 설치되었던 당시의 지방행정 시설 기능과 산간 요충지에 공무 및 일반 여행자의 교통편의 기능이 복합된 독특한 반관반민의 행정 교통 건축으로 추정된다”며, “출토된 명문와 중 호원적원(戶元迪院)은 초창 원명으로, 다시원(多施院)은 여말선초에 복구된 뒤 개명한 원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대칭, 규범, 통일성의 건축 유형을 기본으로 하는 궁궐·관아·서원·향교 건축과 같은 구조의 ‘다시원지’는 몸채 동·서익현의 ‘ㄱ’자형 구들고래가 고려 말의 난방방식, 고래 구조와 배열, 축조수법을 연구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자료로 알려진다.
건물지의 구들고래 시설. 고려 말의 난방방식, 고래 구조와 배열,
축조수법을 연구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자료로 알려진다
온정면 외선미리 건물지에서 발굴된 유구에 대한 고찰을 수행한 김찬영은 ‘다시원지’의 건축적 특성과 관련하여 지난 4월「건축역사 연구」,「한국 건축 역사학회」에 발표한 글을 통해 ▲발굴된 외선미리의 건물지는 옛 평해군에서 서부 내륙지역간의 교통로상에 설치되었던 당시의 지방 행정 시설 기능과 산간 요충지에 공무 및 일반 여행자의 교통편의 기능이 복합된 독특한 반관반민의 행정 교통 건축으로 짐작된다.
유물로 살펴볼 때 창건 시기는 ‘혜음원지(1122년, 경기도 파주시)’와 비슷한 고려 말로 추정되지만, 그 후 어떤 이유로 인해 완전히 멸실되었고, 여말선초에 축소 규모로 중건된 뒤 임진·병자 양란까지 존속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원지의 입지는 온정면 외선미리 원촌(院村)에서 주령 구지골쪽 800미터 지점의 계류변 산록에 위치하는데, 이곳은 주변 경관이 좋아서 원거리 교통로상에서도 눈에 잘 띄는 지점이다. 전체적으로 외적으로는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내적으로는 폐쇄적이고 인위성이 돋보이는 구성 형태를 취하고 있다.
▲건물의 배치 구성은 객사의 원형적 배치 구성을 이루면서도 궁궐·향교·서원 등 최상의 권위 건축 및 유교적 질서규범을 엿볼 수 있다. 다시원지의 영역별, 건물별, 실별 기능을 밝힐 자료는 없기 때문에, 조선시대 문헌과 발굴된 유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
▲출입은 각 건물의 기능, 영역, 위계에 따라 다르고, 동선 체계를 밝힐 유구는 계단지와 보도이다. 외부 공간은 양 익랑(翼廊, 대문의 좌우 양편에 이어서 지은 행랑) 사이에 최소 규모의 3개 중정(中庭, 집안의 건물과 건물 사이의 마당)이다. 중정은 채별 간 분리 및 기능적 영역성을 명쾌하게 구획하기 때문에 ‘다시원지’의 중정 3개도 이런 목적과 기능이 수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목조 건축은 구조적 모듈인 칸을 기본으로 한다. ‘다시원지’의 구조적 모듈은 방격칸, 반칸이고, 9/10칸, 4/5칸으로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주칸에 따른 단면 및 가구는 몸채 정청만 전후퇴구조에 5~7량가, 나머지는 무퇴 단칸구조에 간결한 3~5량가로 추정된다.
지붕 형태는 몸채 정청이 동·서익헌보다 한단 높은 구조와 지붕으로 마치 객사 일반형과 유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서익랑을 제외한 이외에는 맞배·팔작지붕 모두 가능하다. 맞배지붕은 비교적 단순하고 간결한 지붕가구이면서 유교적 건축 유형에 어울리는 지붕 형식이다. 그러나 별원 또는 관아적 건축에는 상징·권위적 건축 유형에 어울리는 팔작지붕도 배제할 수 없다. 처마 깊이가 0.8~1.2m 내외인 것으로 볼 때 처마의 구성은 비교적 간소한 홑처마로 추정된다.
명문기와의 호원적원(戶元迪院). 호원적원은 초창기 원명이고, 다시원(多施院)은 여말선초에 축소 복구된 뒤의 원명으로 추정된다
▲지상의 목구조와 일체화되는 기초시설은 건물의 기능과 위계, 건립주체 및 경제여건, 대지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몸채 기단, 후원 석축, 담장은 한단의 지반석 위에 10cm 가량 들여 석축을 수직 쌓기 한 것이다. 고려~조선 초의 사지(寺址), 성(城) 등 비교적 고급 건축에서 확인되는 석축 기법이 적용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원지’를 검증할 수 있는 자료는 역원조와 고지도 등 문헌과 유구 및 불망비·교통로·지명 유래·전언·전설 등의 주변 유적이다.
‘다시원’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 역원조에 “울진에 흥부역(興富驛), 덕신역(德神驛), 수산역(守山驛), 평해에 달효역(達孝驛), 원(院)은 평등원(平等院), 다시원(多施院), 망양원(望洋院)”이 기록되어 있다.
‘다시원’은 조선 초의 문헌 기록에 나타났다가 18세기 문헌에서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점을 살펴볼 때 조선 초에 활발하게 이용되었던 ‘다시원’은 18세기를 전후하여 폐원된 것으로 보인다.
온정면 외선미리 일명 구지골 유적의 원경과 전경
‘다시원지’에서 발굴된 유구에 대한 고찰을 수행한 김찬영은 “문헌 및 주변 유적, 현장 유구를 종합해 볼 때 온정면 외선미리의 건물지는 평해에서 서부 내륙 지역 간 교통로상에 존속했던 원지(院址)가 분명해 보이고, 고려시대의 출토 유물과 건축 유구로 봐서 이 서로(西路)는 고려 말에도 내륙간의 주요한 교통로였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 2005년 6월 7일부터 8월 12일까지 온정면 외선미리 구지골 일원 1,000㎡에 대한 문화유적 발굴조사를 통해서는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건물지 7동과 중정, 담장지, 석축, 출입시설 배수로 등이 확인됐고, 특히 이 지역에서 암·숫기와, 청자접시, 분청접시, 백자대접, 철제솥, 청동숟가락, 청동 젓가락 등 기와류 321점, 자기류 24점, 토기류 8점, 철기류 11점, 청동기류 12점 등 총 376점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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