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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것들은 다 날아가더라

  • 페인트 최
  • 입력 2007.11.1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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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말이 아닙니다. 내 짐이...    
그래봐야 다 버리고 알뜰하게 챙겨온 이젤과 캔버스, 조금의 옷가지와 책들뿐이지만, 여기저기 나뉘어서 조금씩 쌓여 있습니다.

 

내가 잠자는 옥탑 방에 조금, 이모네 작은 방과 창고에 조금, 친정엄마 집에 조금,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사람도 함께 모여 살지 못해 마음이 허전한데, 필요한 물건마저 여기서 찾다가 없으면 저기, 저쪽에 없으면 이쪽...
이러다 보니 한곳으로나 쓸어모아보자 싶어서 짐을 정리하고 싸서 친정 엄마 집으로 옮기는 작업을 이틀 했습니다.
 

버리라 하고, 버리니 정말 좋더니 다시 또 나는 왜 가지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이것은 이래서 못 버리고, 저것은 저래서 못 버리는 것을 안고 있는 것 까지는 좋은데, 슬슬 이것 갖고 싶고 저것 갖고 싶은 것을 모으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친구가 선물한 책은 당연히 챙겨야 하는데, 이 와중에 책 등등을 사서 끌어안고 오는 나는 뭡니까.
안 그러고 싶지만 솔직히 조금 한심 합니다.
어쨌든 1톤 트럭으로 세 번을 왕복 했습니다.
무거운 박스들을 두꺼운 왕고무 바로 묶어 갈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빈차로 올 때 쓸데가 있어서 싣고 오던 박스에 비닐...
 

날아가지 않게 단속을 잘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 날아갔습니다.
또 한번 느꼈습죠.
아, 가벼운 것들은 다 날아가는구나.
하나라도 건지려고 차를 세우고 그 가볍게 날아간 것을 따라갔더니 오소소 소소 소소...
여기저기서 날아온 가벼운 것들이 그렇게 모여 서로 몸을 비벼대며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내 귀중한 것을 담고 싶을 때는 보물 상자였으나 빈 상자로 날아가서 날아다닐 때는 쓰레기 일뿐인 가벼운 것.
 

가벼운 것들은 다 날아갑니다.
무거운 것만 남은 내 짐, 날아갈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이제 그렇게 좋을 수가 또 없습니다.
내 노동의 대가로 책 한권 만큼의 무게로 늘어나는 내 짐은 너무 무거워지면 어느 날 또 버릴지언정 쉽게 날아가지는 않겠죠.
가벼운 것들은 지금 다 날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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