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령 바지게꾼 놀이」하면 북면에 거주하는 이규형(86세. 북면 주인1리 석수동)씨
를 빼 놓고는 얘기가 되지 않는다.
1988년 부구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이규형씨가 80년 중반에「십이령 바지게꾼 놀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료들을 발굴한 다음에 체계적인 놀이로 만들기 위해 재현 작업을 했던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성류문화제를 통해「12령 바지게꾼 놀이」가 노인 참여 사업으로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져서 재연되고 난 다음인 10월 3일 이규형씨를 북면 자택 인근에서 만났다.
어떤 기회를 통해 「십이령 바지게꾼」들의 애환을 놀이로 구성할 생각을 했나.
1988년에 부구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평소 우리 민속에 관심이 많던 터라 틈날 때마다‘전국민속경연대회’등의 행사를 관람하러 다녔다. 퇴임하기 5년 전이니까 1983년도 쯤인가, 왜? 울진에서는 전국 무대에 내세울만한 공연을 만들어내지 못할까 하는 고민을 개인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어릴 때부터 눈에 익게 봐온 바지게꾼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 집 앞을 지나가는 바지게꾼들을 많이 보면서 자랄 수 있었다. 북면 흥부장을 출발하여 봉화 지역의 장을 보러가는 바지게꾼들은 우리 집 앞을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흥부장을 출발하여 우리 집이 위치한 주인1리를 지나 12령의 첫 고개인 ‘쇠치재’를 지나갔기 때문이다. ‘쇠치재’는 북면 흥부장을 출발하여 부딪히는 12령의 첫 고개인데, 덕구온천으로 올라가다가 나타나는 저수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울진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차별화된 놀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먹고 살기위해 장사를 하면서 겪었던 바지게꾼들의 희로애락을 재구성하여 놀이로 만든다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직접 바지게꾼으로서 경험을 해본 것도 아닌데, 놀이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고증을 받았는가. 또 첫 무대는.
이야기로 만들어 하나의 놀이로 구성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80년대 중반이던 당시에도 울진과 봉화를 왕래하면서 직접 장사를 했던 선질꾼들은 이미 모두 다 죽고 없었다. 그때 당시에 이웃집에 90살 된 노인네가 한분 계셨는데, 그분에게서 바지게꾼에 대한 확실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두천리에 살던 어느 할머니가 바지게꾼들이 험하고 힘든 고개를 넘으면서 부르던 노래를 기억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누가 그 노래를 채록해 왔다. 나도 그 할머니를 찾아 다녔는데 끝내 만나지는 못했다. 바지게가 어떻고, 선질꾼들이 어떻고, 노래가 어떻고...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여러 가지 얘기들을 모아서 시나리오를 만들고 사람들도 모으고, 그렇게 고생하면서 작품을 완성하여 당시의 성류문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그때가 80년대 중반쯤이다.
지금까지 어떤 무대에「십이령 바지게꾼 놀이」 를 올렸고, 또 그 횟수는.
80년대 중반에 성류문화제를 통해 주민들에게「12령 바지게꾼 놀이」가 첫 선을 보인 이후에 성류문화제에 3번 올렸고, 평해 남대천 단오제 2번, 후포 대게축제 2번, 북면 4.13 흥부만세제에 1번을 올렸다고 기억한다. 그밖에도 초창기에 서울 KBS에 직접 출연을 1번 했었고, 대구방송국과 안동 MBC에도 1번씩 출연하여 재연했다.
지난 31회 성류문화제를 통해 재연된「12령 바지게꾼 놀이」를 본 소감은.
「12령 바지게꾼 놀이」는 지난 2004년 평해 남대천 단오제에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 80년 중반에 함께 놀이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나이가 들어 눈도 어둡고 귀도 어두운데 어떻게 하겠는가?
이번에 문화원에서 그나마 활동할 수 있는 노인들을 모아서 수년 만에「12령 바지게꾼 놀이」를 재연하는 걸 지켜보면서 감회가 남달랐다. 다만 공연 중간에 어느 성황당 아래에서 무당들이 동원되어 악기를 울리고 소리를 하는 대목은 글쎄, 비록 그것이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서 집어넣은 양념 같은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원래 없던 것인데... 그 부분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협의해야 할 부분이고, 어쨌든 연륜이 쌓여 가면서 점점 명실상부한 놀이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 믿는다. 울진에서 자랑할 수 있는 놀이거리가 무엇이 있는가?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놀이를 계승하여 계속 발전시켜 가기를 바랄 뿐이다. 혹시 명맥이 끊어지면 어쩌나, 항상 그 점이 걱정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보다 관심을 많이 가져서 울진의 고유한 전통 놀이로 이어져 나가기를 바라고 싶다.
「십이령 바지게꾼 놀이」와 관련하여 아쉬운 점은. 또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초등학교 교사 시절부터 전통음악인 농악에 관심이 많았다. 울진 관내의 초등학교에 농악을 처음 보급하기 시작한 것도 나다. 교장이 되었을 때 다른 교장들이 나를 두고 ‘깽두깽’ 교장이라고 불렀다.
꽹과리를 울진 지역에서는 ‘깽두깽’이라고도 부르는데, 그만큼 꽹과리를 좋아한다고 다들 그렇게 불렀다.
교장으로 정년퇴직하고서도 북면은 물론이고 죽변, 원남, 평해 등지를 다니면서 관심 있는 주민들을 상대로 농악을 가리켰다. 개인적으로 고유한 전통의 소중함을 알고 또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12령 바지게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료를 발굴하여 놀이로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있다. 80년 중반 초창기에 바지게꾼 놀이를 함께 재현했던 사람들과 전국 대회, 적어도 도 단위 대회라도 한번 출전하여 선을 보였으면 하는 포부가 있었는데, 끝내 이루지 못한 채 늙고 만 것이 아쉽다.
「십이령 바지게꾼 놀이」가 울진을 벗어나서 전국 단위의 놀이로 자리 잡았으면 하고 소망한다. 자동차도 없고, 더욱이 전화 같은 통신수단이 전혀 없던 시절에 울진군과 내륙을 왕래하면서 먹고 살기 위해 장사를 했고, 덤으로 외지의 새로운 소식까지 전달하는 뉴스매체로서의 역할까지 오롯이 감당해야 했던 바지게꾼들의 정신을 언제까지나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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