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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염거’를 잠시 생각하며...

  • 페인트 최
  • 입력 2008.05.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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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려붙인 조화처럼 마른가지에서 환하더니, 오늘은, 꽃잎이 바람에 눈처럼 마구 흩날립니다.
도시의 넓은 도로에서 벚꽃이 말입니다.
꽃의 존재는 우연히 아니라는 말.
만 가지 선행이 꽃 한 송이를 피운다는 말. 어딘가로... 어딘가로...


떠나온 곳을 모르게 흩날리고 싶은 날. 언젠가 해주신 말씀과 함께 언니가 보고 싶습니다.
오늘따라 이다지도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채워지고 가치 없는 고립감에 시달립니다.
아마도 지나온 시간마저 아무 가치 없는 지금의 것과 같을 겁니다.
그럴수록 강력한 긍정밖에 잡을 것이 없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아픕니다.
더럽게 아픕니다.


우주의 거리에서도 소통이 되는데...
살아있다는 최소한의 자존심도 지키지 못하는 존재들을 함 뼘의 거리에서 봐야하는 인내를 포기하겠습니다.
쓸데없는 상상력을 동원하지 마세요.
하늘나라로 가버린 언니를 따라가겠다는 건 아니니까.


사람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요?
살아있다는 사실 한 가지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까요
시퍼런 가슴의 멍은 보이려고도, 보려고도 하지 마라.

언니는 분명 그렇게 말을 하며, 봄날엔 그저 꽃만 보게... 그랬을 거요.
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녹았습니다.
명치에 걸려 굳은 무엇이 자주 아플 적마다 환하게 웃으렴. `환하게 웃으렴. 더 환하게...' 하더니


내 가슴은 따뜻하게 녹아 물 흐르는 소리를 내게 하시고는... 뭐가 급해서.
모르겠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떠납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갔습니다.


봄바람에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그 꽃잎들처럼 저도 떠나고 싶습니다.
볼 수 없는 곳이 아니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인간의 최소한의 가치를 찾아 어딘가로 떠난다면, 나의 미래도 분명 가치가 있을 것을 믿습니다.

 

*‘불염거(不染居)는 일본의 광기어린 천재화가로 평가받는‘카츠시카 호쿠사이'의 아호로“있는 곳에 물들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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