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까지 서비스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내일처럼 합니다”
이번호의 주인공은 근남면 산포리에서 샤시 제작을 하며 지역을 지켜나가는 주문길(37세)씨다. 문길씨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샤시가 건물을 완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 꼭 있어야 한다며, 그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을 이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으로 자라줬으면
근남면 산포3리가 고향입니다. 노음초등학교와 제동중, 울진종고 농업과(91년 졸업)를 마쳤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습지만 그때는 공부를 하기가 싫어서 고등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했다가 아버지한테 된통 야단을 맞았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애들이 둘 있지만, 공부 잘하고 이런 것은 크게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몸 건강하고,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주인의식을 갖고 생활해 줬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고로 제가 오른손 손가락 세 개가 없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어요. 포항에서 1차 수술을 하고 대구에서 2차 수술을 하고 꽤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했었습니다. 대구 큰집에서 통원치료도 한 달 이상 다녔죠. 겨울방학을 병원에서 다 보내고 6학년 시작 무렵에 학교로 다시 올 수 있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손목까지 절단해야 된다는 것을 지금의 상태로 마무리할 수 있었죠. 어릴 때 상처이다 보니 때론 힘들 때도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이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낼 수 있지만, 어릴 때는 누구나 이런 것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가 있잖아요. 저 역시도 때론 화내고 자책하며 그렇게 견딜 수가 있었나 봅니다. 그래도 웬만한 일은 오른손으로 다 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해주지만, 이젠 익숙해졌으니까요. 하긴 제가 하는 일들이 때로는 상당히 섬세하게 작업을 해야 되는 부분도 제법 되지만 자꾸 사용하다보니 왼손으로 하는 것보다 더 편할 때가 많아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취업하면서 샤시 일을 시작, 올해로 18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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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시도 높이와 기둥에 따라‘형번’이라는 것이 있어요. 보통 샤시 문짝 하나에 10개 정도를 조립해서 완성시킵니다. 문짝마다 형번이 다 틀려요. 카탈로그 보면서 형번을 다 외워야 합니다. 몇 번 형번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엉뚱한 것을 가져온다던가, 아니면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바로 욕이 날아오죠. 아직 형번도 다 외우지 않았냐고 하면서요...
한편으론 창문이라는 것이 건물에 있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유리 사이에 들어가는 무늬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질 수가 있습니다. 새 건물을 짓고 거기에 어울리는 창틀을 맞춰 주인이‘잘 어울린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큰 보람이 아니겠습니까.
군대 다니는 친구들의 월급 만원을 분유 값으로
이 일을 처음 할 때 제가 한달 20만원 받고 시작했습니다. 6개월 정도 지나서 30만원으로 10만원을 더 받았는데, 그때 취업나간 친구들 중에서 60만원을 받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저도 다른 일을 할까하고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한 우물만 꾸준히 파다보니 10년 전 쯤에 작지만 제 이름으로 된 작업장을 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반면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샤시 작업장을 여러 곳 거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월급을 제때 못 받다보니 생활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결혼 생활이 친구들보다 좀 많이 빠른 편이었는데, 월급을 받지 못해 분유 값이 없을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 군대 생활하는 친구들의 한달 월급이라야 얼마나 되겠어요? 그 돈으로 분유도 사고 그랬습니다. 돈 만원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이야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참 때론 아득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지만, 열심히 살려고 부단히 일했습니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언제, 어디에서 만나든 인사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친구들 도움으로 손수 집을 지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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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시 작업이 봄과 가을에는 비교적 바쁩니다만 겨울철이 비수기입니다. 건물을 짓거나 겨울을 대비해서 미리 손을 보게 되니까요. 여름철에는 방충망 작업이 많고요. 한 번 두 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고 소개해주니까 그 덕택에 꾸준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내일처럼
일할 때는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18년 넘게 샤시 일을 하면서 딱 한 번 주인과 생각차이로 인해 마무리를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차피 내가 해야 될 일이고 한번 보고 안 볼 것도 아닌데 저 역시도 일을 꼼꼼하게 하려고 하죠. 그런데 사람이 그렇더라고요. 주인이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요렇게 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주문을 하면 일을 하면서 거부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공한 곳은 끝까지 A/S를 하겠다는 마음입니다.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한 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든 다른 무엇으로 마주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이야 있겠습니까. 그저 주어진 대로 내 일처럼 열심히 하고 주위 사람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문길씨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내내 사람 좋은 웃음이 얼굴에 가득했다. 가끔 다친 오른손으로 필자의 눈길이 향하며,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을까하는 상념이 머리를 맴돌기도 했다. 문길씨의 말처럼 젊은 사람들이 자기 역할에 충실히 하며 지역에 뿌리 내려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요원해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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