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이 작은 돌 뿌리에 부딪혀도 아프고, 칼끝에 살짝 손가락을 베어도 아프다.
일상의 작은 부주의에 터지지도 않은 핏방울 하나 만으로도 나는 얼마나 호들갑을 떨며 아파하는지 모른다.
흐린 하늘이 점점 내 발에 채일 듯이 내려앉는다.
몇 년에 걸친 실종 여인들의 죽음, 연쇄 살인마에 의한 범행으로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는 뉴스.
내 발에 차이는 잿빛이 온 몸을 아프게 한다. 심장과 핏줄과 내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
어느 날, 비가 온종일 오던 어느 날.
본오동을 지나 화성 가는 길, “이건 아니다” 싶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음산함을 뒤로하고, 잘못 들어간 길을 돌아 나오면서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기는, 정말 기분이 이상해”
오후의 시간이 스러져가고 비가 줄줄 와서 모든 시야가 무채색 이라는 것 말고도 “정말 이상해”
지금에서야, 아무 이유 없이 잔혹한 고통 속에서 목숨을 잃어간 여인들, 억울한 혼들의 눈물과 아우성이 소리 없이 흘렀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떠냐고 누군가 물으면, 한사코 동네 마다 깔끔하고 예쁘게 조성된 공원과 동서남북 뻥뻥 뚫려 시원한 방사(放射)형 도로와 미술관 도서관 쇼핑몰 등등.
살아보니 살기가 꽤 괜찮은 곳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청쾌하지 못한 이 도시의 첫인상은 어딜 가지 못하는지, 끔찍한 뉴스 속에 연일 안산이라는 곳이 시달리고 있다.
“그 살인마와 동선이 같았어”
과학과 수학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재은이의 학원은 가발을 쓰고 돈을 인출하던 그 장소와 붙어 있는 곳이고, 한 20여분을 걸어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다보면 10분도 안 떨어진 동네가 본오동 이다.
같은 하늘을 보면서, 어쩌면 같은 길을 다녔을 한 순간을 생각하며, 재은이가 뇌인 말끝에 어떤 말로 위로와 안심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참 알 수 없는 장애와 잔혹의 세상이다.
집을 나서고 길을 걷고 버스를 기다리는 일상의 매 순간이 신경을 곤두서야 하는 공포의 연속이라는 믿을 수 없는 현상이 현실이다.
언제부터인가,
영화조차도 아픈 건 싫다.
때리고 치고 박고 피 흘리는 액션도 싫다.
파리나 지렁이 같은 살아있는 벌레 죽이는 것도 싫은데, 하물며 사람을 상하게 하는 짓은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그 고통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내 것이 아니면서도 내 것처럼 느껴지는 고통, 눈곱만큼도 그 고통이 느껴지는 게 싫다.
그 뉴스는 수시로 남의 딸 남의 엄마 일 같지 않은 아픔을 몰고 온다.
떨리는 가슴에 손을 얹게 만든다.
한 벽을 찾아 기어가 등을 기대고 앉아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게 한다.
울게 한다.
따스하고 선한 뉴스만으로 세상이 채워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고 개탄스럽고 고통스러운 뉴스를 접할 때 마다, 인격적 장애 정신적 피폐의 환자들이 경악스러운 사고를 일으키기 전에 사전에 적극적으로 치유하고 예방하는 기관은 없는 걸까 생각한다.
또 다시 가슴 아프게, 잿빛이 내 발밑에 차이게 내려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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