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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 저런 사람

  • 페인트 최
  • 입력 2009.07.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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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5월이 사나흘 남았음에도 한낮의 열기는 한여름의 그것 못지않다.
콧방울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딸아이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불러댄다.
“엄마 내 고등학교 동창 ㅇㅇ알지? 걔가 글쎄 결혼 한다네요.”  

 

아마도 친구의 첫 결혼 소식은 한 여름의 그것 같은 열기조차 잊게 하는지, 덥다는 말 대신 외출복을 벗어 제치며 고교 동창의 결혼소식 전하기에 바쁘다.
과제에 치이고 아르바이트에 저당 잡힌 대학교 4학년 내 딸아이의 시간에는 연애조차 먼 이야기 인데, 딸아이의 친구는 벌써 결혼을 한다 하네.  

 

“엄마 생각에는 내 남편감과 엄마의 사윗감으로 어떤 사람이 좋아?”
그 친구를 시작으로 아마도 이제부터 하나 둘 결혼한다는 친구의 소식이 이어지겠지.  

 

처음이라 그렇지, 생각해 보니 결혼할 나이가 된 거네.
그렇다면 난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까...? 호호
옹알이하는 아기처럼 혼자소리로 한참을 종알종알 거리던 딸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엄마가 네 나이 때는 결코 몰랐던 남편감의 조건...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게 있지.”
“말해줘요.”
“자고로 남자는 지금 인물이 어쩌고, 재산이 어쩌고, 학벌이 어쩌고, 집안이 어쩌고, 하나도 소용없다. 자기가 이루어 놓은 것 내지는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첫째다.”
“엄마는 참... 그게 무슨 말이야? 차라리 성실하다거나, 성격이 좋다거나, 조금은 구체적인 조건이라야지. 너무 막연한 이야기네.”  

 

“들어봐, 딸아. 불같이 사랑하던 사람들이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심지어는 헤어지고 혹은 원수처럼 서로 으르렁 거리기도 해. 사랑하는 사람을 잘 지키지 못한 결과야. 예를 들면 재산도 똑같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늘리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좋아. 상식과 양심도... 자기 자신을 비롯해 자기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올곧게 지킬 줄 안다는 건 자기가 가진 것을 잃고 살지 않는다는 거야. 나는 그것이 최고의 조건이라고 확신해.”
“엄마 그러니까 그것은 결과론적인 조건밖에 안되네. 그 사람이 뭔가를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를 어찌 안담...?”  

 

“그것은 네가 뭔가를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으면,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 사람은 네 눈에만 보일 걸. 아마도...”
“아, 몰라. 딱 엄마 같은 소리일 뿐이야.”  

 

농담 반 진담 반, 내가 원하는 사윗감의 조건을 강조하다 보니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딸아이가 한마디 한다.
“음... 엄마부터 그런 사람 한번 찾아봐.”
“음... 고려해 볼게.”  

 

평생의 동반자를 어떻게 한두 가지의 조건만으로 결정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닐지라도 자기가 진정 원하는 이상형의 조건을 간직한다고 나쁠 것은 없다.  

 

처음부터 딱 맞아떨어지는 이상형도 결혼이라는 현실이 결코 평탄치 않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데,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이상형이 너무 복합적이거나 딱히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는 표류하는 이상형은 얼마나 힘들 것인가?  

 

너무 복합적이거나 표류하는 이상형 때문에 어떤 사람인지 잘 파악을 못한 사람을 만나  힘들었던 나를 보면 더 알 수 있다.
비전이 제시된다는 건, 지금 그가 뭔가를 많이 가진 사람이기 보다는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그저 그렇게 생각하는 딸아이에게, 나는 틈만 나면 나의 확신에 찬 남자의 조건을 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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