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용 일(시인, 수필가) |
깨끗한 거리다. 인도에 이런 곳이 있다니,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삼성과 LG이 상표가 곳곳에 걸리고, 현대의 차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 우리의 기술이 전수되고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전동차가 수입되어 운행 중이란다. 이 열사의 대륙에 코리아를 보고 느낄 수 있어 흐믓한 마음으로 발걸음이 즐겁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하얀 연꽃 한 송이가 이제 막 벙글고 있다. 연꽃 사원으로 이름 난 바하이 사원이다.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다. 한 송이 꽃으로 된 건물, 그 꽃방에 기천 명이 모일 수 있는 강당이 아늑하다. 안을 보나 밖을 보나 흰 대리석이 순결 그 자체다. 머지않아 인도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문화재가 될 듯싶다.
인도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 그의 이 세상 마지막 발자국 앞에서 숙연한 마음이다.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누구나 머리를 숙이는 큰 스승, 그의 무저항주의에 대영제국도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오십 년 식민통치에서 조국의 광복을 이룩한 지 불과 6개월이 조금 지난 1948년 1월 30일 오후 5시, 숙소에서 나와 일흔 아홉의 노구(老軀)를 이끌고 뚜벅 뚜벅 삼십여 미터를 걸었다. 그를 기다리는 청중 앞에 서서 정담을 나누다가 동족의 총탄에 숨을 거두고 만다. 이 역사적인 곳에서 그 마지막 남긴 발자국을 하나 둘 헤아리며 서서히 걷는다. 세 개의 계단에 새겨진 하나의 발자국에 손을 짚고 진심으로 허리를 굽혀 머리를 숙인다. 오, 신이여…… 신음같은 이 한 마디를 남기고 피안(彼岸)으로 떠난 성자(聖子), 그의 삶과 정신은 인도인 뿐만 아니라, 인류역사에 사표(師表)로 남으리라.
델리에서 남인도 부사월역까지 1,350㎞, 열차를 타고 밤 새워 달린다. 한 밤을 꼬박 새우고 버스에서 한 나절이 지나 오후 두시 경에 목적지에 내린다. 시간에 쫒겨 버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하며 아잔타 동굴 사원에 가까스로 이른다.
불교 미술의 보고(寶庫),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다. 누가 이 깊고 높은 절벽에 이토록 찬란한 신앙의 꽃을 피웠는가, 누가 이 넓은 지하 공간을 정으로 쪼아내어 부처를 새기고 그림을 그렸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또 하나의 불가사의다. 그 규모에 또 한 번 놀란다. 1호에서부터 29호까지 몇 군데만 들여다보는 데도 두어 시간이 걸리는 규모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처럼 사람들이 있는 지도 모르다가, 1819년 영국의 죤 메스미트란 사람이 사냥을 하다가 발견하여 세상에 그 신비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루해가 기운다. 너무도 아쉬운 발걸음으로 아우랑가바드로 향한다. 인도 기행 마지막 날이다. 이 역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인 엘로라 석굴 사원을 들여다 본다.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저마다 독특한 문화를 보이고 있다. 그 중 힌두사원이 단연코 압권이다. 정교하고 장엄하다. 찬란한 인도 문명, 힘든 발걸음에 흐믓한 보람을 느낀다.
인도의 관문이자 제일의 도시 뭄바이, 생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시아에서 제일 길다는 마린 해변을 거쳐 뭄바이를 상징하는 ‘인도의 문’에서 한 숨을 들린다. 영시 삼십분, 대한 항공에 올라 스쳐온 풍경들을 뒤돌아본다.
아내와 나란히 동, 서양을 넘나드는 즐거움, 이에 무얼 더 바라겠는가. 내 아직 살아있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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