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장보 · 경화여자고등학교 정년 퇴임(교감) · 대통령 표창 전수 · 저서 : 풍경소리 젊어지고 휘파람 불며, 나그네 길, 말하는 그림 |
내나이 만 일흔여섯을 지나 희수(喜壽)를 바라보니 初老期(초노기)가 지나고 노령(老齡)의 중간 지점 한창 늙은이다.
지금은 왼다리 저는 “척추협착증” 병원 진단을 받은 지 5년, 평생 절룩거리며 걸어야 한다. 여기에다 당뇨환자다. 보훈병원에서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로 무료 정기검사와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다. 또 청각장애 4급 1호로 보청기를 끼고 산다. 그리고 1년 전 1박 2일 입원하면서 종합검진(30여 가지)을 받은 결과 대체로 양호하다면서 단지 당뇨와 콜레스테롤, 청각, 치아는 계속 진료를 받고 정기검사를 하란다. 그러나 마음으로 중환잔지, 건강한지 구분이 서지 않는다. 특별하게 아픈데가 없으니...
하지만 한가한 시간이면 혹시 못된 병이 일어나고 있지나 않은지 뜨끔한 생각이 들 때면 암을 생각한다. 잠복기가 길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잠복기”는 내가 20대 육군군의학교 예방의학교관 시절 위생병 신병교육을 시킬 때다. 성병교육단원에서 잠복기라는 단어가 나온다. 성병 종류에 따라 잠복기가 3일, 1주일, 한달 어느 것은 몇 년 뒤에 가서야 발병하기도 한다. 암도 이와 비슷하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나 하고는 잊을려고 애쓴다. 바로 이 점이 문제다. 나는 난치병에 안 걸려, 절대로 안 걸릴거야 자만한다. 이래서 이 글을 쓰게된 목적이 여기에 있다.
병은 잠복하다가 어느 순간 예고없이 찾아온다. 그러나 알면 막을 순 있지만 그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현대의학은 치료의학에 앞서 예방의학이 더 철저해야 한다. 치료는 의사가 하지만 예방은 자신이 해야 한다.
필자 얘기만 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간다.
노인이 살아가는 법, 육법전서를 삼단계로 줄여 본다.
1단계 : 늘 긍정적 자세로 항상 웃으며 살자.
2단계 : 잘 먹고 잘 싸자.
3단계 : 몸을 괴롭히고 운동하자.
첫번째, 늘 긍정적 자세로 항상 웃으면 화(禍)도 풀리고 만사형통한다. 긍정의 반대가 부정이다. 네 말이 옳다. 그래 부인 말도 옳다는 황희정승의 그 어질고 너그러운 마음씨! 이와같이 마음을 바꾸면 인생도 바뀐다.(나그네 길 문집 134쪽) 하지만 천성은 바꿀 수 없다고들 한다. 물론이다. 그래도 만사에 긍정만 하면 천성도 바꿔진다. 부정앞엔 웃음이 없다. 긍정에는 웃음이 담겨 있다. 억지로 꾸며 웃는 것은 웃음이 아니다. 웃음도 늘 평상(平常)해야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인생에 있어 여유와 여가란 마치 옛 그림의 여백과도 같다.
여가시간에 대한 우스갯소리 중에 독일인은 혼자 있으면 책을 읽고, 둘이 있으면 토론하고, 셋이 있으면 봉사한다.
우리는 혼자 있으면 낮잠 자고, 둘이 있으면 한잔하고, 셋이 있으면 고스톱판을 벌인다고 한다.
친구가 많아야 한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실개천보다 깊은 강물이 좋고 야산보다 심산유곡 높은 산이 좋고 큰 숲에 새소리가 요란하다. 많은 친구와 더불어 웃으며 지껄인다.
두번째, 잘 먹고 잘 싸자.
아무리 잘 먹어도 잘 싸지 못하면 병이 온다.
못 먹어도 잘만 싸면 건강하다. 먼저 앞의 1단계를 갖추고 느긋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미소지으며 밥상을 앞에 하고 연한 죽이나 스프로 입안과 위에 식사 신고로 “잘 먹겠습니다” 한다. 많이 씹을수록 좋다. 미소를 띠고 조용한 담소를 함께하면 위도 함께 웃는다. 물론 짜고 매운 것은 피한다. 조금 더 먹고싶다 했을 때 미련없이 수저를 놓으면 아주 좋다. 이때도 위는 반가워한다. 조금 더 먹고 싶은 아쉬움은 곧 후식으로 채워준다. 우리 조상들은 구수한 숭늉으로 때웠다. 이보다도 과일이 좋다. 섬유질이 많은 과일이면 족하다. 서양인들은 과일로 후식하고는 식탁을 나와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하고 행복에 젖는다.
끝으로 삼단계는 몸을 괴롭히고 움직여야 한다. 누우면 죽고 움직이면 산다.
우리 몸은 적당히 괴롭힐수록 좋아한다. 오장육부 구석구석 움직여 주어야 한다. 멈추면 녹슬고 탈난다. 심장복부, 내장의 피는 한시도 멈추지 않는다. 멈추는 날이 죽는 날이다. 다른 사지는 알맞게 움직이고 적당히 쉬게 한다. 이래서 낮과 밥이 있다. 밤과 낮이 혼돈하면 병이 생긴다. 정상인은 일찍 자고 일찍 기상한다. 취침시간은 우리 늙은이는 5~6시간이 알맞다. 나이 망구(望九)나 망백(望百)이 되면 기상시간이 이르다. 취침시간도 짧다. 운동량도 점점 준다. 그렇지만 긍정적 자세로 억지로라도 웃으며 바쁠 것 없이 느긋하게 살면 행복하다. 방에서 나와 지팡이를 짚고서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며 억지로라도 나오지 않은 휘파람을 불며 친구 찾아 카페에서 차 한잔 나누면 팔팔하고 펄펄해진다.
영국 윈저성 아래 원형 화단에 걸터 앉은 노인들의 한가한 모습은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지팡이를 짚은 노파, 비둘기에 모이주는 노파.
또한 중국 홍구공원 큰 숲속에 원탁 테이블에 둘러 앉아 마작놀이에 여념이 없는 행복하고 느긋한 노인들의 모습.
그러나 필자가 찾아가 본 서울 노인들의 세태를 보면 점심시간이면 먹고갈래 지고갈래 이충식당엔 대중음식에 음악 무대까지 갖추고 있다. 또 소문난 서대문 청춘극장에 들어서면 노인천국으로 입장료 2천원에 커피, 팝콘도 서비스한다. 종로 실버극장도 실비를 받는다.
이렇게 둘러본 필자의 소감을 쓰기가 조금은 망서려진다.
윈저성 아래 원형 화단에 앉은 영국 노인들, 흥구공원 숲속에 마작놀이하는 중국 노인들과 비교해 보노라면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즐기기는 남새스럽다.
매스컴에 노인들의 성병문제가 심각하다. 참 안타깝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한발짝만 바꿔서면 각 구청마다 노인 종합복지관이나 문화센터 프로그램은 우리 노인들의 천국이다. 매일 출근하는 건강한 노인들의 모습, 홀로된 할아버지, 할머니가 만나 멋진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체면, 나이, 출신, 신분, 학력, 재력, 성격을 초월하지 못해 겉늙은이로 살아가는 노인은 삼단계 살아가는 법에 낙재생이다.
“시바타 도요”는 평범한 일본 할머니다. 배운 것도 없이 늘 가난했던 일생, 20대에 결혼해서 한번 실패하고 두번째 남편과도 사별 후 너무 힘든 인생을 헤쳐오며 99년을 살아온 그녀가 92세 때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해 7년만에 첫 시집 “약해지지마”를 발간했다. 시를 쓰고 나서부터 달라졌다. 달라진 마음의 풍경을 이렇게 말했다. “나 말이야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번이나 있었어 그렇지만 시를 쓰면서 사람들에게 격려받으며 이제는 더 이상 우는 소리는 하지 않아. 99세라도 사랑을 하는 거야 꿈도 꿔 구름도 타고 싶은 걸”
일본사회에는 시바타 도요 할머니와 같은 80대 노령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년배 노인 또는 예비 노인을 위해 쓴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필자가 쓴 나그네 길 문집은 이어령 교수의 74세 첫 시집을 내면서라는 기사에 자극받은 받아서다.
팔랑개비는 바람이 불어야 돈다. 죽을 때까지 움직여야 한다. 멈추면 죽는다. 움직이돼 재미나게 움직여야 한다.
노년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우선 중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가 과제이다.
갑자기 늘어난 30년의 수명 보너스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적절한 지식도 모델도 용어마저도 생소하다.
약 50세 전후부터 75세까지의 새로운 중년기라고 할 수 있는 미개척지인 서드 에이지(Third Age)는 최근 중년과 노년에 대한 새로운 대체어로 부상하고 있다.
새들러 교수는 서드에이지의 6가지 원칙을 아래와 같이 얘기했다.
▲ 중년의 정체성 확립하기, ▲ 일과 여가 활동의 조화, ▲ 자신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조화, ▲ 용감한 현실주의와 낙관주의 조화, ▲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 ▲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의 조화
이렇게 봤을 때 노년이 미래다. 고로 중년을 잘 보내야 노년이 행복하다. 우리가 새로운 중년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서드에이지의 이해와 교육에서 중요한 점이다. 지금 이 자리에는 서드에이지, 포오스에이지(Fourth Age - 마지막 노화의 단계로 성공적인 나이 듦을 실현해가는 삶의 단계)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와같이 21세기는 우리에게 고령화 속의 멋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체육대학교 김두현 교수는 “현대자원봉사의 이론과 실제”란 저서의 서두에 나이에 관한 세월의 흐름을 “저는 아직도 바보같이 못난 사람이지만 지금 말하지 않으면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릴까봐 용기를 내어서 일명 “민주주의 개혁”을 제창하고자 한다”라고 쓰고 있다.
기회는 엿보지만 양보나 놓쳐서는 결코 안된다. 여기까지 노인이 늙어가면서 살고, 살아가면서 늙는 법을 찾아 애써 왔다.
만가지 법중에 항상 웃고 살자.
그리고 화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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