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일(시인, 수필가) |
외래순 좁은 해협을 사이로 북으로는 노르웨이, 동으로는 스웨덴, 남쪽은 독일과 인접하고, 서쪽은 발틱해의 좁은 통로로 마치 병목점의 초소라고나 할까. 이전에는 낙농업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제약, 화학, 공업디자인 등의 발전으로 튼튼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상인들이 거래하는 항구’라는 의미의 코펜하겐, 붉은 벽돌의 시청사와 주변 거리가 중후감을 풍긴다.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의 동상, 모자를 쓴 채 먼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정감을 느낀다. 어릴 때 읽었던 인어공주, 미운 오리새끼, 벌거벗은 임금님 등이 떠올라, 수많은 사람이 어루만져 반질반질 빛이 나는 무릎을 살며시 만져본다. 그 유명한 인어공주는 중국 상하이 액스포 장으로 출장을 갔다는 말에, 발길을 돌려 이 나라 신화를 조각한 분수와 왕실을 둘러보고 스웨덴으로 향한다.
스스로 ‘이상국가’임을 자부하는 나라, 한반도의 두 배가 넘는 국토에 인구는 900여 만 명으로 국민소득이 4만 여 달러에 이른다. 한 때는 노르웨이와 핀란드까지 지배하여 스칸디나비아 강국으로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14개의 크고 작은 섬을 50여 개의 다리로 연결한 아름다운 항구도시 스톡홀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시청사가 압권이다. 800여 만 개의 붉은 벽돌과 수많은 금도금 모자이크, 백 미터가 넘는 시계탑이 눈길을 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누구나 자유롭게 쉬고 즐길 수 있도록 이 아름다운 공간을 열어주는 열린 행정이 아니겠는가.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전함 바시호, 사백 여 년 전의 그 위용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1628년 8월 1일 출항하자마자 침몰하여 잊혀진 것을, 어려운 과정을 거쳐 1961년 인양, 복원하였다고 한다. 길이 69m에 높이 52m, 대포 64문, 탑승 인원 450여 명인 거함(巨艦)이다. 원형을 찾지 못하는 우리의 거북선이 떠올라 아쉬운 마음이 여운으로 남는다.
전망대에서 낭만적인 전경을 조망하다가 저녁에 핀란드로 향하는 실자라인 크르주에 오른다. 하층은 자동차와 화물, 6, 7층은 유흥 공간, 8, 9층은 980실의 객실로 이루어진 호화 여객선이다. 산해진미에 와인까지 곁들인 느긋한 저녁 만찬, 백야의 바다가 황홀경이다.
정(情)을 마시고 달빛에 취한다 했던가. 아내의 주름진 얼굴에 함박꽃이 벙근다. 잠을 이룰 것 같지 않다. 미끄러지듯 흐르는 뱃전에 기대어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본다. 내 이제 무엇을 위해 초조해하고 황망해 하겠는가. 물같이 바람같이 유유히 흐르고 싶은 마음뿐이다.
호수의 나라 핀란드, 100여 년 간 러시아의 속국으로 살다가 1917년 독립된 나라다. 한반도 보다 조금 더 넓은 국토에 인구 500여 만으로 유럽인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어 하는 곳이다.
수도 헬싱키, 원로광장에서 역동성을 실감한다. 대통령 관저가 있는 숲속을 지나 1952년에 올림픽이 열렸던 스타디움을 차창으로 관상한다. 바위산을 다이나마이트로 폭파하여 파인 공간에 천연 암벽을 그대로 이용한 암석교회에 깊은 인상을 느낀다. 참으로 기발하고 소박하다.
세계적인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 기념 공원, 조국을 사랑하는 그의 혼이 깃든 대 서사시 ‘핀란디아’를 조각으로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에서 가슴으로 듣는다. 나라 잃은 백성의 설움을 우리는 안다. 그러기에 더욱 더 그의 상바신 조각상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식료품과 과일을 파는 바닷가 시장에서 과일 몇 가지를 사서 들고, 발트 삼국 중 가장 아름답다는 에스토니아를 향해 페리에 오른다. 인구 110여 만의 작은 나라, 러시아에 속해 있다가 독립된 지 얼마 안 되는 여러 나라 중의 하나다. 알렉산더 넴스키 성당과 룸페아 언덕과 성벽, 세계문화유산인 올드타운, 깨끗하고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거리 풍경이 인상적이다.
강대국은 약소국에 못할 일이 없다. 반대로 약소국은 살아남기 위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이 작은 나라가 겪어온 지난날은 말 그대로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성벽 하나 건물 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모든 나라와 모든 민족이 더불어 함께 사는 평화스러운 지구촌을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여행지인 러시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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