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섭(경민대학교 교수) |
정나라가 공격해오자 결전을 앞두고 송나라의 대장 화원(華元)은 군사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특별히 양고기를 준비했다. 군사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며 맛있게 먹었지만. 대장인 화원의 마차를 모는 마부 양짐(羊斟)만은 이 양고기를 먹지 못하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부장(副將) 한 사람이 그 까닭을 묻자 화원은 이렇게 대답
하였다.
“마차를 모는 사람에게까지 양고기를 먹일 필요는 없다. 마부는 전쟁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
이튿날 양군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화원은 양짐이 모는 마차 위에서 전군을 지휘를 하였다. 송나라와 정나라의 군사력이 팽팽하여 쉽게 승패가 나지 않자, 전세를 관망하던 화원은 정나라의 허술한 진영을 공격하여 전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마차를 몰고 있던 양짐에게 명령하였다.
“마차를 적의 병력이 허술한 오른쪽으로 돌려라.” 그러나 양짐은 정반대로 정나라 병력이 밀집해 있는 왼쪽으로 마차를 몰았다. 당황한 화원이 방향을 바꾸라고 소리치자 양짐이 대답했다.
“어제 양고기를 군사들에게 먹인 것은 장군의 판단에 따라 한 일이지만, 오늘 내가 하는 일은 내 판단에 따라 하는 겁니다.(疇昔之羊 自爲政, 今日之事 我爲政)”
엉뚱하게도 정나라 진영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 화원은 결국 포로가 되고 말았다. 지휘관이 포로가 되는 장면을 본 송나라 군사들은 허둥대면서 급격하게 전열이 무너졌다. 결국 250여 명의 군사가 사로잡히고 토지와 민사를 맡아보는 관원인 사공(司空)까지 포로가 되었다. 정나라 군사는 모두 460량의 병거(兵車)를 포획하는 등 대승을 거두었다. 송나라의 대패는 바로 마부인 양짐이 대장인 화원의 지휘에 따르지 않고, 자기 판단에 따라 제멋대로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즉, 중요한 전쟁에서 자기 조국의 승패는 아랑곳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개인적인 서운한 감정을 앞세워 자신의 원한을 되갚는 짓을 함으로써 결국 이적행위를 하고만 것이다.
이렇듯 사람이 전체의 조화나 타인과의 협력을 고려하지 않고 저마다 생각대로 자기 멋대로 행동함으로써 결국에 가서 실패하고 만다는 뜻의 ‘각자위정(各自爲政)’이라는 성어의 고사로서,《좌씨전(左氏傳)》평전(評傳)에 실려 있다.
이 고사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일은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에서도 광범위하게 여전히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법안이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여러 법안을 만들어 이를 처리해줄 것을 요청해도, 엉뚱하게도 본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사안과 연계하여 조건을 내걸며 반대하고 툭하면 특검이나 청문회, 사퇴 등을 요구하는 바람에, 몇 년째 서랍 속에서 잠자는 법안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입을 열 때마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너스레를 하면서도 돌아서서는 전혀 다른 개인적, 당파적 이익에 충실한 행동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기 일쑤다. 예산을 심사하면서 나라 빚이야 어찌되건 말건 자신의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 바쁜 사람들이 아니던가? 마치 국정운영은 다른 사람 몫이라는 듯 후안무치요 안하무인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마부 양짐처럼 채찍을 함부로 휘두르면서 자신의 판단만 중요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우리 국민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가슴으로 떠안으며 어렵게 오늘을 버티고 있다.
인간을 움직이고 있는 동기는 무엇인가. 애정도 아니다. 동정도 아니고 의리도 아니며 인정도 아닌 단 하나, 이익(利益)이다. 인간은 이익에 의해서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한비자》가 인간사를 읽어내는 냉철한 인식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뱀장어는 뱀에 가깝고 누에는 벌레와 닮아 있다. 뱀을 보면 누구나 놀라 몸을 사리고 벌레를 보면 누구나 징그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어부는 손으로 장어를 잡고 여자는 손으로 누에를 기른다. 결국 이익이 된다고 보면 누구나 용감해 지게 된다.” 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마차를 만드는 사람은 모두 부자가 되어 마차를 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관을 짜는 사람은 모두가 빨리 죽는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자는 좋은 사람이고 후자가 악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부자가 되지 않으면 마차를 살 수 없으며, 사람이 죽지 않으면 관에 넣을 사람이 없을 따름이다. 사람이 미운 것이 아니고 사람이 죽으면 자기가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고자 하는 욕망과 욕망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양식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공자는 사람이 하고 싶은 욕망과 그 욕망을 규제하는 기준을 이익과 도리의 관점에서 풀어나갔다. 공자는 위대한 성인이니 별다른 고민 없이 이익과 도리의 가치를 역설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자는 3세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젊은 시절부터 소년 가장으로서 직접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다. 성인이 된 뒤에 자신이 갈고닦은 학식으로 세상에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조국 노나라에서 정치적 기회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조국을 떠나 15년간 다른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정치적 기회를 찾으려고 했지만 끝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공자는 고단한 삶을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깊게 고민을 했다. 공자는 고민을 하는 중에 한 가지 원칙을 굳게 세웠다. 사람이 살다 보면 원하건 원하지 않건 물질적 이익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자신이 노력해서 정당하게 번 돈이라면 떳떳하게 받을 수가 있다.
공자는《논어(論語)》어디에서도 돈을 버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적이 없다. 그는 사람이 자신이 노력한 것 이상 또는 노력하지 않고 이익을 얻으려는 유혹을 느낄 때,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덕목을 엄격한 기준으로 제시했다. 정당하지 않는 이익은 지금 당장 달콤해서 받고 싶은 욕망을 부추기지만, 그것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철저하게 따지지 않으면 결국 자신이 평생에 이룩한 가치를 허무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자는 우리에게 지금 당장 생기는 이익의 유혹과, 길게 봐야 하는 도의(道義) 사이에서, 마땅히 해야 할 처신을 일러준 것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덕무는 그의《송유민보전(宋遺民補傳)》에 실린 중국 송나라 두준지(杜濬之)의 시(詩)를 늘 읽으면서 자세를 바로잡았다고 한다.
‘차라리 백리 걸음 힘들더라도/굽은 나무 아래선 쉴 수가 없고(寧枉百里步 曲木不可息),
비록 사흘을 굶을지언정/안 좋은 곳에서 나온 쑥을 먹을 수는 없다(寧忍三日飢 邪蒿不可食)’
부당한 이익과 부정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는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글이다. 의리(義理)는 사람의 마땅한 도리다. 의리가 빗나가면 불법과 탈법이 정상으로 포장되거나, 올바르지 않더라도 끼리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복마전으로 둔갑하게 된다. 당동벌이(黨同伐異)에 다름 아니다.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같은 편끼리는 뭉쳐 일을 왜곡시키니, 적폐의 의리인 셈이다.
모름지기 나라를 움직이는 지도자의 반열에 있는 자라면 마땅히 사사로운 이익과 감정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채찍을 휘두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옥중에서 죽음을 앞 둔 안중근 의사가 그토록 강조했던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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