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섭(경민대학교 교수) |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은 부모가 된 자의 본능이다. 누가 가르치지 않고 시키지 않아도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다 잘한다. 오히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문제가 될 정도이다. 이에 반해 부모에 대한 효도는 자식으로서의 마땅한 도리이지만 깨우쳐 주거나 배우지 않으면 소홀히 하기가 쉽다. 오죽하면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거나, ‘열 자식이 한 부모 못 모신다.’는 속담이 생겨났겠는가.
옛날에는 효리지치(孝理之治)라고 하여, 제왕은 ‘효(孝)’를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교화시키는 근본으로 삼았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효라는 행동규범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士有親在堂 선비에게 부모 있어 집에 계신데,
貧無甘旨具 가난해서 맛난 음식 못 드리누나.
微禽亦動人 짐승조차도 사람을 감동케 하니,
淚落林烏哺 숲 까마귀 반포지효에 눈물 떨구네.
이 시는 광해군과 현종 대에 이조판서와 대사헌, 한성부판윤 등을 지낸 박장원(朴長遠, 1612∼1671)이 홀로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인조에게 지어 올린 시로, 《인조실록》에 실려 있다. 여기에 나오는 반포(反哺)라는 말은, 까마귀 새끼가 다 장성한 뒤에는 먹이를 물어다가 늙은 어미에게 먹여 주면서 어미의 은혜를 갚는다는 고사(故事)에서 온 말로,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 바쳐 그 은혜를 갚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 시를 본 인조는 박장원의 효심을 크게 칭찬하면서, 쌀과 베를 하사하여 어머니를 봉양하게 하였다.
예로부터 '사람에게 최고의 스승은 부모'라고 했다. 그만큼 가정에서의 가르침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을 누구보다 훌륭하게 가르치고 싶은 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면 자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오죽했으면 남의 자식은 가르쳐도 내 자식은 못 가르친다고 했겠는가.
오늘날 전하는 많은 고전 속에는, 부모가 자식들을 가르치는 데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글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중국 남북조시대의 문인 안지추(顏之推)가 남긴 《안씨가훈(顔氏家訓)》은 가장 주목을 받는 책이다. 안지추는 자신이 깨달은 여러 가지 교훈을 자손 대대로 전하고자 책으로 남겼다. 책의 내용에는 자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고 형제끼리는 어떻게 지내야 하며, 자기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더 나아가 성현을 어떻게 본받아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또 관직에 나아가서는 어떠한 자세로 직무에 임해야 하며, 한가할 때에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를 담았다.
위진남북조 양(梁)나라 원제(元帝) 때, 아주 총명하고 민첩하며 재주가 뛰어난 한 학사(學士)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로부터 지나치게 사랑을 받기만 하는 바람에 그만 옳고 그름을 배울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간혹 옳은 말이라도 한마디 하면, 온 거리를 돌아다니며 한 해가 다가도록 아들 자랑만 했다. 또 아들이 잘못된 행동을 해도 감싸주고 꾸며대며 변명하기에 바빴다. 그는 아들이 장성하면 스스로 잘 알아서 고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은 나이가 들고 장가를 들어 벼슬을 할 때가 된 후에는, 오히려 게으르고 교만함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말을 아낄 줄 모르다가 주적(周逖)이라는 사람에게 처참한 몰골로 죽임을 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안씨가훈》〈교자(敎子)〉편에 실린 사례로, 부모가 자식을 사랑만 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그것은 결국 자식을 망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이는 ‘자식이 어려서 태만한 것은 그 어미의 잘못이고, 성장해서 순종하지 않는 것은 그 아비의 잘못이다’라고 지적한 한(漢)나라 때 유향(劉向)이 쓴 《열녀전(列女傳)》의 가르침을 확인해 주고 있다.
안지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성현의 명언이나 종교의 교리처럼 한 순간 뇌리를 번쩍이게 하는 경각의 깨달음이 아니라, 마치 길거리에서 오가다 만나는 사람들의 언행 속에서 스스로 무언가 화두를 찾아냄으로써 자신을 반추하는 깊은 성찰의 깨달음과 같다. 이 때문에, 자신이 죽은 뒤의 장례 문제까지 당부하는 한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가훈서가 그 집안의 후손들에게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역대 가훈서 중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가장 오래도록, 그리고 가장 광범위하게 읽히고 있는 만인의 가훈서가 될 수 있었다.
자식은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절대로 부모의 내리사랑을 깨우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자식은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절대로 부모의 내리사랑을 깨우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조조가 태위의 벼슬에 있는 양표(楊彪)에게 물었다.
“요즘 왜 그리 모습이 파리하고 야위었는가?”
양표가 대답했다.
“제가 선견지명이 부족하여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해 죄를 짓게 만들었습니다. 아들이 죽고 나니 늙은 어미 소가 어린 송아지를 핥아주는 마음(老牛舐犢)처럼, 아비로서 자식에 대한 사랑과 그리운 마음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성급하게 양수를 죽인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조조 휘하에서 주부(主簿)를 지낸 양수(楊修)는 재능이 뛰어나고 지혜로웠으나, 평소 그의 총명함에 질투심을 느낀 조조가 군사들의 마음을 어지럽혔다는 죄목을 씌워 목을 베었다. 44살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양수는 양표의 아들로서 바로 '계륵(鷄肋)'이라는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고사에서 전해지는 ‘노우지독(老牛舐犢)’이라는 성어는 늙은 어미 소가 새끼 송아지를 핥아주는 것처럼, 부모의 지극한 자녀 사랑을 이르는 말로, 《후한서(後漢書)》 〈열전(列傳)〉에 실려 있다.
우리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평소 자신이 행한 대로 거둔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평소 부모를 정성을 다해 모시면, 그것을 보고 자란 자식들은 커서 당연히 자신에게 효성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평소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지 않았다면, 자식들이 큰 후에 자신에게 당연히 효도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의 행실을 보고 자란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소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지 않는 것은 바로 자기 자녀에게 불효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참으로 두렵고도 두려운 일이다.
바야흐로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오랜만에 각지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오순도순 한 자리에 모여 앉아 가족 사이의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부모님과 자식 사이에 낀 세대인 내 자신이 내 부모에게는 어떤 자식이며, 동시에 내 아이에게는 어떤 부모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창밖을 보니 햇살이 따사롭다. 산천은 오늘도 지난해와 다름없는데 부모님의 주름살은 뵐 때마다 자꾸 깊게 늘어만 가고 있다. 죄송하고 서글픈 마음에 뜨거워지는 눈길은 자꾸 먼 산으로 가고 있다.
ⓒ 울진뉴스 & www.ulji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자유게시판
more +BEST 뉴스
-
울진 출신 전영도 씨, 팔순 기념 고향사랑기부금 300만원 기탁
울진군은 지난 10월 8일 죽변면 후정1리 출신 전영도 씨가 팔순을 기념해 고향사랑기부금 300만 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현재 삼척시에 거주하는 전 씨는 고향을 떠난 지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나고 자란 울진에 대한 애정을 꾸준한 나눔으로 실천하고 있다. 전 씨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2023년부터 ... -
[이달의 문향] 푸른 산하 출렁이는 그대 눈동자에
펄펄 끓는 가마솥 곁에 서 있는 듯한 더위다. 아파트에서는 누군가 이사를 하는지 짐을 나르는 사람들이 분주하다. 이삿짐을 옮기는 일꾼들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마침 택배가 왔다. 택배기사는 색안경에 안전모까지 쓰고 있었다. 물건을 받아 들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지만, ... -
[제7화 3회] 민들레 홀씨 되어
웅치고개가 시작되는 곳. (진안군 부귀면 산정리에서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 월상마을) 전라도로 ... -
[풍경이 있는 산문 67]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요."
밀양의열기념관 전경, 밀양시 해천변 김원봉 생가 터에 들어선 의열기념관(오른쪽)과 의열체험관(왼쪽) 아래 시내는 해천이다. (밀양시 제공)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요.” 2015년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약산 김원봉을 연기하며 던진 이 한마디가 오래 귀에 남았다... -
권력은 얻었으나 도리는 잃었다.
장원섭 (작가, 역사학자) 명나라 문인 마중석(馬中錫)의 『중산랑전(中山狼傳)』에는 목숨을 구걸하는 늑대 한 마리가 등장한다. 춘추시대 말기 때의 일이다. 진(晉)나라 대부 조간자(趙簡子)가 무리를 이끌고 사냥에 나섰다. 화살을... -
吟 天下皆秋(음 천하개추)
金風好節四山晴(금풍호절사산청) 賞客臨溪彩葉盈(상객임계채엽영) 池上赤魚生活氣(지상적어생활기) 簷前玄鳥告離聲(첨전현조고이성) 如水 황정호 전)성균관 전인, 심리상담사 1급 三更玉露蛩鳴切(삼경옥로공명절) 萬里銀河鴈影明(만리은하안영명) 送暑淸凉塵脫俗(송서청량진탈속) 如今笑對又秋迎(여...
NEWS TOP 3
추천뉴스
정치/행정/의회
more +-
울진군 주간행사계획표 (2026. 10. 19.~2026. 10. 25.)
-
울진군, 정영목 교수 초청 ‘제40회 목요특강’ 개최
울진군은 오는 22일 목요일 오후 5시 울진군청 대회의실에서 정영목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초... -
사회복지법인․시설 보조금 관리교육 실시
울진군은 지난 10월 13일 왕피천문화관에서 경상북도내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 관계자 155명이 참석한 가... -
황이주 울진군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이제는 군민이 체감하는 성과 만들겠다”
울진군은 10월 14일 군청에서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지난 100일...
사회/경제/교육
more +-
울진 후포면 금음리 광명수산서 화재 발생
25일 오전 0시 50분경 울진군 후포면 금음리 소재 광명수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울진소방서에 따... -
울진해경, 지역연안사고예방협의회 개최
울진해양경찰서(서장 박영곤)는 10월 23일(금) 울진·영덕 지역의 연안사고 예방과 관계기관 간 ... -
울진해경, ‘청렴 핸드프린팅’ 행사 개최
울진해양경찰서(서장 박영곤)는 10월 23일(금) 오전 10시 울진해양경찰서 3층 회의실에서 부패 근절... -
부구초등학교, 학부모와 함께 배움의 꽃을 피우다!
부구초등학교(교장 이태선)는 2026년 10월 21일(수), 학부모 공개 수업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
원자력소식
more +-
한울본부, 10월 「한울다누림무비데이」 시행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본부장 이용희, 이하 한울본부)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10... -
한울6호기, 제15차 계획예방정비 착수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본부장 이용희, 이하 한울본부)는 “한울6호기(가압경수로형, 100... -
한울본부, 추석맞이 울진 바지게시장 이동홍보관 운영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본부장 이용희, 이하 한울본부)는 9월 22일 울진읍 바지게... -
신한울2호기 방사능방재 전체훈련 실시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본부장 이용희, 이하 한울본부)는 17일 신한울 2호기 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