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일(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지역사회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미래 세계의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일이 하나둘 현실이 돼가고 있다.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것에 따라 지역발전의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으로 발생한 생산방식의 변화는 지역의 일자리의 파괴와 새로운 일자리의 분화를 가져왔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분업에 기반한 공장제 생산이 도입된 시기이다. 증기기관은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대체하였다. 엔진의 능력은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을 통해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이었다. 이것은 최초로 공장제 생산라인에 도입되어 더 빨리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결과로 수공업에서 근대적 공장 생산이 가능한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가 증가했다.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농민이 많이 감소하고, 길드와 도제는 공장과 저숙련 노동자로 대체되었다. 또한 철도와 자동차 등 근대적 교통수단의 확대로 이어졌다. 엔진의 기술은 공간의 확장을 가져왔다. 더 많이 더 넓게 운송하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원료와 소비시장의 확대를 가져왔으며, 농촌 공동체를 해체하고 확대된 시장을 바탕으로 근대 국가가 등장하고, 국가를 넘어 시장의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나중에는 제국주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엔진은 속도라는 특성으로 공간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며, 산업사회는 공간의 확장이 일어난 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2차 산업혁명은 석유를 사용하는 엔진과 포드 시스템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시기이다. 엔진과 접목된 산업사회는 분업을 기반으로 하는 대량생산 시스템을 발전시켰고, 대규모 산업공단과 주거지를 분리시키고 대중교통 시스템은 분리와 연결을 가속화시켰다. 농업기반의 주거와 일터가 근접했던 농촌 공동체는 해체되었다. 도시는 더 거대화되고 도시 속의 빌딩은 더 높이 올라갔다. 관료제는 대의제 정치 체제로 산업사회를 완성시켰다. 대량생산 체제의 등장으로 노동자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인 대중으로 재탄생하였다. 산업이 제조업 중심으로 이동하였고, 이와 연관된 기술자, 연구자, 관리자 등 전문직이라는 새로운 직업, 일자리가 탄생했다. 산업사회의 주역은 기업가였다. 그리고 대중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대상이면서 수혜자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매스컴은 대중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도구였으며, 대의제는 대중을 통제하는 도구였다. 학교는 산업사회에 필요한 훈련된 노동자를 양산하는 기관이었다. 이와 같이 산업사회는 생산과 소비의 분리, 공동체와 개인의 분리를 가속화한 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생산주체인 기업과 소비주체인 대중의 모순이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이어져 대공황으로 폭발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하였다. 1, 2차 산업혁명 모두 생산성의 획기적인 향상을 가져왔으며, 모두 엔진이라는 기술에 기반한 사회였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에 의해 촉발된 3차 산업혁명은 자동화가 도입되고 생산 효율성이 증가하면서 공장의 노동자가 감소하고, 제조에서 서비스로 일자리 이동이 일어났다. 다가오고 있는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생산 및 서비스의 일까지 자동화하면서, 기존 산업의 일자리를 대폭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더 발전하여 인공지능(AI)과 사물지능통신(IoT)에 의하여 사물들이 연결되고 자동화되는 생산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3,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 즉 디지털이라는 기술에 기초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근간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들은 우리에게 어떤 세상을 열어 줄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사회는 어떤 시공간적 변화를 가져올 것 인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 사물지능통신, 빅데이터,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3D Printer, 로봇, 클라우드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디지털 기술은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고 있다. 디지털은 전 세계 어디서나 동시에 연결되는 공간의 혁명을 가져왔다. 이전 산업사회가 공간을 분리했다면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공장은 사라지고, 공장과 사무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기업가와 노동자,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여러 파트너들이 모인 것이 기업이 될 것이고, 원격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상시 고용이 아닌 계약기간이 정해진 프로젝트식의 고용과 근무가 늘어날 것이다. 재택근무를 위한 집, 공동 스마트 워크 공간, 일과 놀이가 융합이 되는 공간 등이 지역의 주요 공간으로 등장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분업, 분리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에서 통합, 융합이 가속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작은 공간에서의 완결성이 강화되는 사회, 생산과 소비가 융합되는 공동체성이 강화된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공간의 변화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알파고와 이세돌, 일본판 알파고로 불리는 딥젠고와 조치훈의 바둑대결에서 바둑 인공지능의 승리가 SF 영화의 한 장면은 아닌 현실이 되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기사 대신에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심지어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까지 인공지능으로 대체 될 것이다. IBM의 왓슨(Watson)이 전문의 보다 더 정확하게 암을 진단하고, 인공지능변호사 로스(ROSS)가 사람의 일상 언어를 이해하고 초당 10억장 법률문서를 변호사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례를 찾아 분석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었고, 곧 인간의 직업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인공지능이 사람들을 대체하여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 기관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얼마나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일반 사무직을 중심으로 제조, 예술, 미디어 분야 등에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반면 컴퓨터, 수학, 건축 관련 일자리는 200만 개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우리에게 어떤 세상을 열어 줄 것인가?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이 경제, 사회의 발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지, 아니면 노동시장의 격변과 일자리 감소라는 부정적인 문제가 제기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미래사회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발전이라는 것은 생산기술 도구의 발전이었다. 대표적으로 문자, 인쇄술, 인터넷 도구는 지식의 축적과 전파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켰으며, 더 많은 사람이 전문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기술도구를 통한 사회발전은 소수가 누렸던 전문성이 일반화, 대중화되는 과정이었다.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기술도 대중들의 전문성을 강화시켜 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 그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정도와 인공지능 기술의 소유, 활용정도에 따라 지역발전은 전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인지,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간의 개성이 더욱 풍부해질 것인지, 미래는 우리의 선택과 의지, 노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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