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일(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한 지역의 쇠락이란 일부 지역의 환경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되는 현상이다. 쇠락은 한 시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시간적 변화 과정이다. 지역이 쇠락하는 현상으로 도심 쇠락, 산업적 쇠락, 전통시장 쇠락, 지역 전체적 쇠락 등으로 분류할 수가 있다.
도심 쇠락은 과거 역사·문화의 지역중심지로서 업무·행정·상업 등 전통적 도심 기능이 쇠락하는 지역이다. 산업적 쇠락은 과거 입지가 편리한 도심 혹은 교통중심지에 위치하여 지역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던 산업 지역이 산업구조가 개편되고, 도시의 규모가 확산됨에 따라 점차 쇠락하여 지역 성장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을 말한다. 전통시장 쇠락은 80년대 중반 이전 근대적 유통시설이 개발되기 이전인 개설된 시장이 유통시장 개방에 따라 대규모 소매점의 시장 진출로 인해 쇠락하는 것이다. 지역 전체적 쇠락은, 지역 내에 일정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쇠락 경향을 넘어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에 의해 지역 전체가 쇠락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을 말한다.
지역쇠락은 지역의 일부 혹은 전체 지역이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쇠락의 과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은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있는 과잉 도시화를 이끌어 왔다. 우리나라의 인구도 195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60년 2500만 명, 1970년 3220만 명, 1980년 3810만 명, 1990년 4290만 명, 2000년 4700만 명, 2010년 4960만 명으로 연평균 50만 명씩 인구가 늘어났고, 인구가 늘면서 도시화와 택지개발과 주택의 건설이 진행됐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태어나는 아기는 매년 감소하는 반면, 인구 구조가 노령화되었다.
2030년 약 5290만 명을 정점으로 2040년 5220만 명, 2050년 4940만 명, 2060년 4520만 명으로 총인구는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도권의 인구 집중과 더불어 수도권과 충청권 그리고 광역시를 제외하면 전국의 모든 도시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 도시는 쇠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쇠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물리적 현상은 주택과 지역 기반시설의 노후화 및 공공서비스의 부족 등이다. 경제적 쇠락은 지역경제의 근간이 되는 핵심 산업이 경쟁력을 잃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함으로 인해 일자리 감소,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물리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쇠락은 인구 유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사회적 측면의 쇠락으로 이어진다. 인구 감소 및 임금수준의 하락이 사회적 측면의 공동체 해체와 범죄·폭력의 증가를 불러오며 지역 전체에 걸친 전반적 쇠락을 불러온다.
쇠락하는 지역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인구유출은 인구감소를 불러오고, 이와 함께 나타나는 지역의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는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인구를 감소시켜,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 나타난다. 또한 상대적으로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부양비가 상승하게 되어 지역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쇠락지역에서는 핵심 경제활동인구의 유출이 경제 활력 침체와 생활 수준이 하락된다. 사회적으로는 방치된 빈집 및 노후 건축물 지대의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경제 활력의 상실로 인한 지역주민의 빈곤이 증가한다. 이는 지역 재정의 효율성을 낮추며, 지역주민의 문화 및 여가활동을 위축시킨다. 이처럼 쇠락하는 지역 환경으로 인해 인구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지역쇠락의 악순환이 진행된다. 지역의 쇠락은 지역의 사회적 자본을 저하시키고, 공동체 주거 환경을 악화시킨다. 또한 경제적 침체로 인해 지역주민의 실업률 증가와 낮은 소득수준이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쇠락지역의 재생을 위해 대규모 주택단지가 공급되기도 하지만 학교, 문화, 여가시설 등의 부족과 교통 접근성의 저하로 주거환경의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 즉, 쇠락한 지역주민의 전반적인 생활, 소득 수준, 주거환경 등의 악화 현상이 심각하다.
또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경제활동인구 유출의 원인은 지역 내의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다른 지역에 더 좋은 일자리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 쇠락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경제적 쇠락이 인구적 쇠락과 물리적 쇠락을 유발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 지역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이다. 이런 마을에 낡은 회색 담벼락에 담장벽화를 그리고, 쓰러져가는 주택의 지붕을 고친다고 지역 사정이 나아지겠는가? 쇠락해가는 시장 골목에 예술조형물을 설치하고, 전통시장 가게 간판을 바꿔주고, 시장의 지붕 역할을 하는 아케이드를 설치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을 깔끔하게 단장하더라도 시장에 와서 물건을 사줄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담장 벽화, 전통시장 아케이드 설치 등 노력들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안 하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지방은 쇠락의 길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쇠락한 지역의 현실은 먹고 사는 문제가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역 쇠락은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됨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역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쇠락 문제를 확인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 효과가 다르게 될 수 있다.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지역쇠락의 진행과 주민의 삶이 불안한 현재의 상황에서 다가온 6.13 선거의 최대 이슈는 민생경제이다. 선거에 출마한 상당수 후보는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보다 지연, 학연 등 이른바 ‘관계’에 의존하고 있다. 지역쇠락이라는 현안에 대한 체계적인 제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발전 로드맵, 재원 확보, 추진일정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근거가 부실한 공약이 상당수이다. 지역쇠퇴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면 안 된다. 단지 표를 얻기 위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지역별 나눠 먹기 공약을 하는 후보자를 찍지 말아야 한다. 쇠락하는 지역경제 체질을 바꾸는 생산적인 후보자가 필요하다. 6.13 선거는 지역발전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순간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을 더욱 냉철하게 판단해야 지역이 발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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