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일(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지역의 산업개발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역의 산업개발은 지역적인 산업육성 토대를 조성하여 비수도권 지역이 제조업 거점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산업육성을 위해 주력으로 한 제조업의 위기가 닥쳐서 산업 구조조정을 해야할 상황이다. 특히 조선, 자동차, 건설 등 특정 산업과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비수도권의 지역경제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지속적인 지역산업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발전 격차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지역 내 총생산, 제조업 부가가치, 취업자 등에서 전국 대비 비수도권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제 지역산업 정책은 더 효율적인 지역개발(地域開發, regional development) 방안을 발굴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개발은 도시와 농촌개발을 의미하며 각 국가에 따라 지역개발의 의미는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주(state)개발, 주간개발(interstate development) 또는 대도시 지역개발(metropolitan area development)이다. 그리고 영국은 도시개발과 농촌개발(town and country development)을 통합한 개념이다. 그리고 프랑스는 국토의 관리(amengement du territore), 일본은 시정촌(市町村) 개발이다. 우리나라의 지역개발은 국토개발이나 국토계획과 유사하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경제개발정책의 추진으로 인하여 지역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우리 정부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면서 국토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처럼 정부는 지역개발을 위해 지역의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 및 공공부문의 정책수단을 통해 의도적 개입을 하게 된다. 특정 산업을 특정 지역에 배치하는 산업입지정책, 지역산업의 생산성 향상 등 지역적인 경쟁력 제고를 통해 국민경제의 성장을 촉진하는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산업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9년 이후부터이다. 그 이후로 지역산업을 추진해 오면서 지역산업 정책의 목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서 시작되어 국가균형발전, 지역경쟁력 강화, 주민 체감형 지역발전으로 변화해 왔다.
당연히 지역산업 정책이 대내외 환경의 변화와 지역산업이 처한 문제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책의 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기존의 지역산업정책이 달라지는 것에서 다음의 문제들이 생겨났다.
당연히 지역산업 정책이 대내외 환경의 변화와 지역산업이 처한 문제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책의 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기존의 지역산업정책이 달라지는 것에서 다음의 문제들이 생겨났다.
먼저, 지역산업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가 헷갈린다는 점이다. 지자체 단체장이 교체되면 제시한 지역산업 정책의 목표가 변경된다. 장기적으로 지역산업 정책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목표 즉 방향에 일관성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다음으로, 지역산업 정책의 전략으로 제시한 방향과 실제로 추진한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 여러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지방 분권적 방식으로 지방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중앙정부가 지침이라는 명목으로 개입하여 추진하였다. 지금까지 정부는 특정 지역에 전략적으로 특화 혹은 전문화하고자 하는 산업, 즉 지역전략산업(regional strategic industry)을 육성하였다. 정부는 지역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는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 산업, 지역의 발전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산업 등의 지역발전을 주도하였다. 지역에서 육성할 전략산업의 선정을 위해 입지 조건, 향후 지역 발전 가능성, 산업의 비교우위 정도, 지역 내 성장 및 고용기여도, 지역 내의 전후방 산업연관 정도, 광역권 내 역할과 연계성, 다른 광역권과의 연계성, 인적 자본의 축적 정도, 대학 및 관련 연구기관의 밀집도 등을 고려하였다.
최근까지 지역별로 추진되었거나 검토된 산업은 디지털콘텐츠, 정보통신, 바이오, 육상물류, 항만물류, 관광컨벤션, 영상IT 소재, 메카트로닉스, 섬유, 생물, 자동차, 자동차부품, 기계금속, 광산업, 정보가전, 디자인, 조선·해양, 정밀화학, 환경, 생명, 문화콘텐츠, 국제물류, 의료기기, 방재, 문화관광, 반도체, 이동통신, 차세대전지, 전자정보기기, 농축산바이오, 대체에너지, 신소재 조선, 신소재 부품, 생물한방, 로봇, 지능형 홈, 바이오 소재, 관광, 건강, 친환경농업 등이었다.
지역산업개발의 추진과정에서 그동안 지방 주도의 분권적 방식이 강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주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정치적, 행정적 체계가 중앙집권적인 단일 국가이고,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었지만 인사권은 상대적으로 독립되어 있으나 예산 및 조세권이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지자체의 재정이 취약하기 때문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재정의 높은 의존도는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산업정책을 펼치는 데 제약요인이 된다. 또한 지자체의 산업 육성 역량 등에 대한 중앙정부의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낙후지역에서 혁신을 촉진시켜 생산성 향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쉽지 않다. 낙후지역일수록 혁신이 필요하나 혁신역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역개발은 인구와 산업이 집적한 곳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으며, 낙후된 지역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또한, 전략산업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균형 발전을 달성하겠다는 것도 쉽지 않다. 지역에서 비교우위가 있거나 경쟁우위가 있는 특정 산업을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하면, 지역 내에서 산업간의 격차가 더 커지게 된다. 지역 내에서 현재는 비교우위가 없으나 장래 성장이 유망한 산업은 대상에서 제외되어 신산업의 육성이 어려워지고 지역의 성장에도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우리 지역은 원자력 발전소 외에 주목할 만한 산업이 없다. 지역 산업 정책에서도 현재의 자원과 상황 등 여건만을 고려함으로써 미래 지역 발전을 위한 성장유망산업을 육성하는 기회를 차단하였다. 타 지역의 경우는 오히려 지역의 여건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신성장동력산업 중심의 유망한 첨단산업으로 전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은 복지부동이다. 우리 지역은 4 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혁신적인 역량을 확보하는 데까지 나아가진 못했다. 물리적인 기반 조성도, 산·학·연이 함께하는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전혀 없다. 지역 인프라, 규제, 세제 등 지자체 지원이 유기적이지 못하고, 산업개발 등 전략적인 사고와 행동도 부족하다.
이제부터는 지역 산업생태계를 육성하고 지역이 혁신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 불모지였던 우리 지역에 산업 발전의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신속히 산업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이 주도하는 혁신적인 산업발굴을 목표로 생태계를 조성하여 관련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 주도라는 취지에 맞게 자발적으로 기획하여 기존 주력산업을 고도화, 다각화하거나 활용 가능한 지역 자원 역량을 토대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 육성 전문 인력의 체계적인 양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지역의 산업정책 방향 설정을 위해 기술과 시장 트렌드에서 요구하는 것을 파악하고 제대로 된 전문가들을 활용한다. 그리고 새로운 산업 발굴, 신기술 사업화 보육, 전문인력 양성, 마케팅 지원 등 정책 수단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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