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일(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2019년 기해(己亥)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의 해다. ‘기’가 땅을 가리키는 ‘황’(黃)이라서 황금색을, ‘해’가 돼지를 뜻한다. 황금돼지띠의 해는 큰 복이 오고 재물이 넘친다고 한다. 예로부터 돼지는 영리하고 재물 복이 많은 길한 동물로 상징되어 왔다. 제사상에 일반적으로 돼지가 올라가듯 돼지는 죄와 벌, 길흉을 다스리는 신에게 복을 비는 제물로 바쳐졌다. 또한 짧은 기간에 10여 마리의 새끼를 낳는 번식력으로 재물의 상징이 되고 있다. 고사를 지낼 때 돼지 머리에 돈을 물리고, 돼지저금통 등 ‘부’를 기원하는 많은 곳에 돼지가 등장한다. 이처럼 기해년은 행운과 풍요를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해이다. 모두가 걱정 없이 일에만 전념하면 좋겠지만 우리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
기해년을 맞이한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국내경제 성장률은 올해 2.8%에서 내년에 2.5%로 낮아질 전망이다. 2018년 국내 기업들은 살얼음판을 건넜다. 미·중 무역 전쟁과 신흥국 경제위기 등 대외 경제 불확실 속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까지 감내하며 버텨냈다. 힘든 한해가 지났지만, 다가오는 기해년은 더하다. 대내외적으로 산업경쟁력 약화와 수출둔화 리스크, 소비절벽 등 경제성장률 감소에 직면해 있다. 우선 세계 경제 성장세와 교역량의 하락은 우리의 수출품목의 단가하락, 대외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경기가 예상보다 더 둔화되거나 미국의 금리 인상 과정에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일부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불안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세와 교역량 증가세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경제는 지난해의 반도체 효과가 점차 약화되면서 투자와 수출 활력이 떨어질 것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3% 성장률을 이끈 것은 반도체 산업 효과라고 볼 수가 있다. 4차 산업혁명 대비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였지만 공급의 제약으로 지난해에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설비투자가 급증하였고 올해에는 수출물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요는 장기적으로 계속 확대되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호황이 계속되는 것을 기대할 수가 없다. 중국, 미국 등 세계적으로 증가한 반도체 투자로 공급능력이 확대되면서 가격이 하향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업 관계자들은 “사업하기 쉬웠던 적은 물론 없었지만, 내년은 진짜 두렵다”고 말할 정도이다. “4대 그룹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대부분이 내년은 올해보다 더 힘들 것”이라며 그야말로 버티는 게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건설투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 4년간 주택투자가 대규모로 이루어지면서 공급이 부족했던 주택 물량이 상당 부분 채워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전세가격이 하향세로 돌아선 점도 공급확대에 따른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이미 미분양이 늘어나고 분양률도 낮아지는 등 공급증가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민간분양이 줄어들면서 지방의 신규주택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정부의 가격안정 정책이 시행되면서 상승에 대한 기대를 떨어뜨리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지만 공급확대가 가장 필요한 서울 지역의 택지부족으로 인해 전체 주택투자의 감소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토목 건설 투자 등 사회간접자본(SOC) 등 예산 축소로 당분간 건설 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초반까지 이어졌던 남북 관계에 대한 정치 불안이 해소되고 올해 들어서는 북핵 위협이 줄어들면서 소비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또한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업경기 호조로 근로소득이 2010년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향후 소비증가세는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수출둔화로 기업실적이 둔화되면서 임금 상승세가 점차 낮아지고 고용 부진이 이어지면서 가계의 구매력 증가세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금리상승으로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상환 압력이 확대되며 가계 구매력을 제약할 것이다. 자산 가격의 상승세도 꺾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어 자산효과에 따른 소비도 기대하기가 어렵다.
한편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는 고용과 출산율 역시 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취업자 수 증가 전망치는 2018년 취업자 수가 32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2월(10만4000명) 10만명대로 내려왔다. 7월(5000명)과 8월(3000명)에는 1만명 선까지 깨졌다. 이후 조금 반등하다 11월(16만5000명) 증가세를 보였다. 고용 쇼크는 소비 여력 악화로 이어져 생산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더욱이 출산율 급감 역시 경제의 충격이 되고 있다. 출산율 저하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낮아져 올해는 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육아 및 교육 부담이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거비 상승이 지속되면서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 추계 상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현재의 빠른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인구가 감소되는 시점이 내후년으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 출산율 감소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데는 15년 이상 걸리지만 수요 측면에서는 당장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출산과 관련된 내구재와 육아용품, 의료 및 보육 관련 서비스 등 신생아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 수요가 둔화되고, 교육서비스 고용자 수 급감 등 인구감소에 따른 수요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국내 경기의 하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근로자의 실질임금 증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여가시간 확대,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정책 등은 민간소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기업들의 투자 전망은 어둡다. 세계경기와 수출이 올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 인건비 상승, 무역 분쟁 등 여파로 해외생산 비중이 커지는 점도 국내투자를 제약할 전망이다. 국내 금리가 완만하게 인상되고 가산금리도 확대되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킬 것이다. 취업자 증가세가 부진 등 고용지표가 낮아지면서 체감경기가 악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우리 지역도 정부의 지역개발사업 축소, 지역 경기 위축, 지방세수 감소로 지역 재정 운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 지원, 새로운 사업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지출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부양을 고민해야만 한다. 기해년 새해에는 울진지역이 경제, 문화, 교육, 행정 모든 면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해가 되기를 필자는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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