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일 교수(홍익대 경영학과)
원래 도시란 사회, 경제, 정치 활동의 중심이 되는 장소이다. 근대 이전의 도시는 왕과 그 가족이 거주하는 정치와 상업 중심지로서 발달하였다. 근대의 도시는 산업혁명 후의 공업제품의 대량생산 및 그 제품의 대량거래와 수송으로 성장하였다. 이와 같은 공업의 발달은 고용을 증대시키고, 많은 사람을 도시에 와서 살게 했다. 상품이 많아져 유통이 발전하면서, 편리한 교통상의 요지에 상거래와 공장이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시민을 위한 생활물자의 공급 및 복지, 문화 시설 등이 들어서고 시가지가 형성된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80% 이상이 도시 공간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국토 면적의 80% 이상은 촌락 공간이다. 촌락은 우리가 흔히 시골이라고 한다. 촌락은 농업, 임업, 수산업, 목축업 등과 같이 1차 산업을 바탕으로 생활하는 지역 사회이다. 도시와 떨어져 있어 인구 수가 적고 자연을 접하기 쉬운 개발이 덜 된 지역을 의미한다. 이곳의 주민들은 대부분 비슷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공동 작업을 많이 해서 주민들 간의 동질감이 크다.
한편 도시는 촌락에 비해 그 생활양식이 다양하고 복잡하며, 인공적 환경이 개발되어 있다. 또한 인구, 사회 구성 등에서 이질적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주민 생활에서 지역적 이동이 많고, 사회적 관계 범위가 넓으며, 그 결합 관계가 상대적으로 일시적, 형식적이다. 도시는 인구 기준으로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최소 2천명 이상, 미국에서는 2천5백명 이상, 한국과 일본은 5만 명 이상으로 정하는 등 나라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역사를 돌아보면, 도시는 거듭 변화해 왔다. 1차 산업혁명 전까지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에 정착하여 생활했다. 생산방식은 자급자족이었고, 서로 필요한 물품을 교환하기 위해 시장이 섰다. 이 장터가 발전해 상업의 중심지가 되었고 나아가 도시로 발달했다. 근대 시기까지 상업의 중심지는 주로 항구였다. 상업이 발달하면서 물건을 실어나르기 편한 해상 수송이 발달하게 된다. 항구는 언제든 배를 띄우고 하역 작업도 용이하여 상업의 거점도시가 되었다. 이후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도시는 크게 바뀌었다.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된 방적기로 인해 옷감 생산량이 이전보다 여덟 배나 높아졌다. 이때부터 대량생산 체제가 시작되었다. 생산된 옷감들을 선박이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항구도시 주변에 방적 공장을 만들었다. 운반지가 장거리인 경우는 배에 옮겨 실었지만, 근거리일 경우에는 육로를 이용했다. 한편 대규모 생산 공장들이 많아지면서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도심지에서는 공장을 가동시키기 어려워졌다.
결국은 도심지에서 다소 떨어진 곳으로 공장들이 이전하게 되었다. 영국에서 철도가 놓이기 시작했다. 공장 생산품을 실어 나르기 위한 철도 정차역이 신설됨에 따라 철도역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이처럼 공업도시가 형성되었다. 대륙횡단 철도가 놓이면서 미국 동부와 서부가 연결되고 대도시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공업도시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자동차 산업과 고속도로라고 볼 수 있다. 그 당시에 포드와 크라이슬러, GM 등 자동차 회사들이 많은 차량을 만들었다. 때맞춰 미국 정부는 경제가 급속히 침체되어 이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미국 전역에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중심의 도시계획이 정착되자 곧 전 세계로 확대되었다. 오늘날 대개의 도시들은 거주지보다 대규모 건물들과 도로 교통을 우선시하여 설계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이후 경제 개발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농촌을 떠나 서울, 부산 등 대도시가 급속하게 성장하였다. 1970년대 접어들면서 더욱 가속화되어 국가 정책적 투자가 있던 포항, 울산, 마산, 창원 등의 신흥 공업 도시들의 성장이 이어졌다. 1980년대에는 성남·안양·부천·안산 등 대도시 주변의 위성 도시들이 급속하게 성장하였다. 국가 전체로 볼 때, 경제 개발의 중심축인 경부 축을 따라 도시는 급속하게 성장하였다. 수도권에서는 주로 서울의 과밀화에 따른 위성 도시 발달, 영남권은 신흥 공업 도시의 성장 형태로 이루어졌다.
급격한 기술발전은 도시의 변화를 가져왔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도시를 어떤 형태로 변화시키게 될까? 산업혁명은 산업만 변화시키지 않는다. 도시의 기능과 형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MIT 미디어랩의 조이 이토(joi ito) 소장은 “기술이 도시들을 변화시키는 것 같다. 서로 다른 기술이 일반화되고 그것이 인프라로 이용되기 시작하면 도시의 형태가 바뀐다.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도시를 새로운 정보기술의 관점에서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이 가져온 도시의 변화를 바탕으로 제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할 도시의 모습을 고민해보자. 제4차 산업혁명에 관련된 핵심기술들이 추구하는 도시는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 유럽의 주요 도시 형태와 매우 유사하다. 도시의 공간 규모는 작지만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거주한다. 손쉽게 지능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 간의 소통 기회가 확대되어 새로운 사회적 가치가 많이 창출되는 도시이다. 교통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로 변화될 것이다. 변화된 생활의 가치는 도심에 살면서 자동차를 가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다는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생활을 추구한다. 또한 일상에서는 대중교통으로 다니고 필요할 경우에는 공유 자동차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도심지가 각광받을 것이다.
향후 도시는 ICT 기술을 활용해서 시민들의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스마트 생활(smart living), 교통 시스템과의 유기적인 연계를 해주는 스마트 이동(smart mobility), 도시의 매력을 높이고 높은 생산성과 경제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마트 경제(smart economy), 도시를 구성하는 자원 등을 기술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스마트 환경(smart environment),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스마트 인력(smart people), 도시 운영에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 시민들의 손쉬운 참여를 이끄는 스마트 거버넌스(smart governance)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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