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가 되면 누구나 올해는 무슨 띠의 해이며, 그 해의 수호동물(守護動物)이라 할 수 있는 십이지의 띠 동물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찾아서 새해의 운수를 미리 점치곤 했다. 또한 그 해에 태어난 아이의 운명과 성격을 띠 동물과 묶어서 해석하려는 풍속도 있어 왔다.
새로운 띠 동물을 통해 그 짐승의 외형, 성격, 습성 등에서 상징적 의미를 만들어 새해를 설계하고 나름대로 희망에 찬 꿈과 이상을 품는다.
중국에서 발견된 갑골문에 丙子, 癸未, 乙亥, 丁丑 등의 글자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의 글자를 아래위로 맞추어 날짜의 명칭으로 사용한 것은 약 3천 여 년 전부터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십간과 십이지를 배합하여 60갑자가 합성된 것은 상당히 연대가 지난 뒤에 성립되었고, 이것을 가지고 연대로 표기한 것은 한대(漢代)인 기원전 105년인 丙子부터 시작되었으니 약 2천 여 년 전이었다.
12지에 대하여 자(子)를 쥐, 축(丑)을 소, 인(寅)을 호랑이 등 동물을 배정시킨 것은 2세기경인 후한(後漢) 왕충(王充)의 논형(論衡)에서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이런 것들이 생기면서 오행가(五行家)들이 십간과 십이지에다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의 오행을 붙이고 상생상극(相生相剋)의 방법 등을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배열하여 인생의 운명은 물론 세상의 안위까지 점치는 법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것을 가지고 운명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근거가 없는 일이지만 다만 세상이 시끄럽고 개인의 미래 생활이 불안하여 해가 바뀔 때마다 어떤 새로운 기대를 걸어 보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하겠다.
쥐띠 해는 풍요와 희망과 기회의 해이다.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食福)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났다고들 한다. 쥐는 천부적으로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잘 살아남는 근면한 동물로 재물(財物)과 다산(多産), 풍요(豊饒)의 상징으로서 전국 곳곳의 구비전승에 두루 나타난다.
쥐는 방향은 정북(正北)이며, 시간으로는 오후 11시에서 새벽1시, 달로는 음력 11월을 지키는 동물이다. 쥐는 예지력이 뛰어난 동물로서 앞날을 미리 예측하는 신통함이 있다고 믿어져 특히 해안지방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영물로 인식되어져 왔다.
쥐는 대단히 발달된 감각기관과 촉각을 담당하는 긴 수염, 무엇이든 잘 갉아 먹을 수 있는 앞니 등 환경적응력이 뛰어나다. 또, 앞발가락이 4개, 뒷발가락이 5개로 한 몸에 음과 양을 갖추고 있다. 합쳐서 9가 되고 9x9의 81은 도깨비 수를 의미하며 왕성한 번식력을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쥐는 근면함과 자손번성의 상징이 되고 있다.
쥐는 십이지를 상징하는 동물 가운데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렇게 된 사연을 말해 주는 설화가 있다. 옛날 옥황상제가 천상의 문을 지키는 성스러운 직책에 임명할 동물을 선정하고자 천하에 방을 냈다. 선발 기준은 해가 바뀌는 정월 초하루에 천상의 문에 선착순으로 12번째까지 도달하는 짐승을 뽑아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각 짐승들은 기뻐하며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을 했다. 여러 동물들의 이런 행위를 지켜보던 쥐는 덩치도 가장 작고 힘도 없는 자기로서는 혼자의 힘으로 먼저 도달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그 중에서 제일 열심히 연습하고 있던 소 가까이에 항상 붙어 있었다.
마침내 정월 초하루가 되어 동물들이 앞 다투어 달려왔는데 평소에 가장 부지런하게 훈련했던 소가 제일 먼저 도착하였다. 그러나 소가 막 골인하려고 머리를 내밀자 소뿔 위에 붙어 있던 쥐가 앞으로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통과하는 바람에 1등을 차지했다. 소는 분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쥐가 십이지의 첫머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미약한 힘을 일찍 파악하고 약삭빠르게 꾀를 쓴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십이지 가운데 첫 머리를 차지하는 쥐에 대한 대우가 아주 극진했다. 즉, 흥덕왕릉의 십이지신상 가운데 유일하게 쥐만이 천의(天衣)를 입고 있다. 파주 서곡리 고려벽화묘의 북벽에 인물좌상이 보이는데 관모위에 유일하게 쥐의 머리부가 그려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 열두 띠 동물 중 첫 번째 동물로서의 위상에 걸 맞는 대접이라 하겠다.
쥐가 아들 자(子)자를 쓰는데도 이유가 있다. 아들이라는 말 한마디에는 한국인의 자식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다. 여기에서 한국인들이 쥐를 대하는 인식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쥐와 관련된 세시풍속으로는 정월에 행해지는 쥐불놀이가 있다. 쥐불은 논둑과 밭둑의 잔디와 잡초를 태워 해충을 없애자는 뜻이고, 놀이는 서로 어울려 벌이는 불 싸움을 통해 마을의 공동체의식을 기르자는 뜻이다. 또 부녀자들은 콩을 볶으며 “쥐 주둥이 끄시르자.”고 주문을 외어 풍년을 기원한다. 따라서 쥐불놀이는 쥐 자체가 풍년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쥐의 구제를 통한 풍년기원의 모습이다.
해의 길흉을 점치는 윷점은 쥐가 우리의 일상과 친근한 존재임을 알려준다. 동국세시기에서 보면, 도와 개는 쥐가 창고에 들어가는 괘로, 걸과 윷 그리고 모는 고양이가 쥐를 만난 격으로 점을 친다. 이는 놀이를 통해서 쥐가 가지는 속성을 가지고 운세를 점치는 모습이다. 충남 당진지역에는 쥐바람쐬기라는 풍속이 있다. 즉, 집안에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집안 구경을 시켜주는데, 이는 쥐의 근면성을 강조하여 새사람에게 쥐처럼 근면하게 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쥐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긍정적이며 우리 곁에서 같이 살아 숨 쉬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깊이 배어있다. 한국인에게 쥐는 앞날을 알아맞히고, 다산을 의미하고, 근면함과 재물을 상징하며 지혜를 가진 동물이다. 서생원이라는 별칭으로 점잖지 못한 것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약한 자를 대변하고 서민들에게 풍요와 희망, 앞날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동물이 바로 쥐인 것이다.
쥐띠 해인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그저 쥐처럼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 서민들이 마음 놓고 생업에 나설 수 있는 훈훈한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만사(萬事)가 두루 형통(亨通)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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