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노(魯)나라에 성은 공수(公輸)요 이름은 반(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반(般)과 반(班)은 음이 같아서 후세 사람들은 그를 일러 노반(魯班)이라 부른다.
그는 타고난 손재주가 워낙 뛰어나 도끼놀림이 귀신같고 대패질은 아지랑이 춤추는 듯했다. 어떤 나무토막이든 그의 손에 들어가기만 하면 국보(國寶)로 변할 만큼 손재주가 뛰어났다. 노반은 톱, 끌, 대패와 같은 목공과 관련된 기구들을 많이 개발했고 이 도구를 이용하여 많은 궁전과 교량들을 건축했는데 그 정교함은 물론 예술적 가치도 높게 인정받아 당대뿐만 아니라 후대에 이르러서도 장인(匠人)의 시조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노반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스승으로 삼고자 하여 그의 문전에 몰려들었기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어느 날 저자거리 한복판에 한 젊은이가 나타났다. 등에 행랑을 걸머지고 손에 도끼를 든 그는 골목을 돌아다니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이 도끼를 우습게 보지 마시오.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죽은 나무도 살아있게 만드는 신기한 물건이요. 내 오늘 여러분의 눈을 번쩍 뜨게 하리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 그를 따라 갔다. 골목을 돌아가자 주홍색 바탕에 화려한 대문이 있는 큰 저택이 나왔다. 대문에 조각된 용과 봉황은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듯 정교하고 웅장하여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한 호사가가 젊은이에게 물었다.
“내가 이 대문을 보니 참으로 마음에 드오. 이대로 만들 수 있겠소?”
젊은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큰소리치며 대답했다.
“여러분은 아직 모르시는 것 같은데 내가 바로 그 유명한 노반의 수제자입니다. 이런 평범한 문쯤이야 식은 죽 먹기요.”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대문을 가리키며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가 바로 노반의 집이요. 이 대문은 그가 직접 만든 것인데 선생의 수제자라 자칭하면서 어찌 모르고 있소?”사람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젊은이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면서 곧장 꽁무니를 빼며 달아났다.
이 고사를 두고 당(唐)나라의 문인 유종원(柳宗元)은〈王氏伯仲唱和詩序〉에서‘노반의 문전에서 도끼를 잡다니 얼굴도 두껍도다’라고 비꼬았다. 이때부터 후세사람들은 전문가 앞에서 얄팍한 재주를 부리는 사람을 두고 「반문농부(班門弄斧)」라는 성어로 비유하기 시작했다.
4월 9일은 18대 총선이다. 후보자들은 선거기간 내내 저마다 자신의 재주가 가장 뛰어나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자신을 선택하기만 하면 한 방에 침체된 경제를 살릴 수 있고 잘못된 현안들을 고칠 수 있다고 선전하고 다녔다. 그 결과 지역구마다 한 사람만이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찍은 사람들 모두 그 사람의 말을 모두 믿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명(明)나라 말기에 매지환(梅之渙)이라는 시인은 천하 대시인 이태백(李太白)의 무덤을 지나다가 그의 묘비(墓碑) 위에다 제 딴에는 문재깨나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자들이 함부로 싯구를 새겨 넣은 것을 보고 자신도 〈題李白墓詩〉이라는 제목의 시 한 수를 적어 넣었다. 노반의 고사를 생각하며 분별없이 작은 재주를 뽐내는 사람들을 풍자한 내용이었다.
采石江邊一堆土 채석 강변의 한 무더기 흙이여
李白之名高千古 이백의 이름 천고에 드높도다.
來來往往一首詩 오가는 사람마다 시 한 수씩 남겼으니
魯班門前弄大斧 노반의 문 앞에서 큰 도끼 자랑하누나.
제 솜씨 자랑하기 좋아하는 것은 극복하기 어려운 보통 사람의 공통된 천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공자 앞에서 예(禮)를 논하고 부처님 앞에서 설법하는 것과 같은 잘못을 범하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대부분은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자랑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능력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면 그 적극성과 용기 또한 소중하다고 할 것이다.
남송(南宋) 때 철학자 유청지(劉淸之)는 계자통록(戒子通錄)에서 "군자는 소처럼 힘이 세다 해도 소와 힘을 겨루지 않는다. 말처럼 달린다 해도 말과 경쟁하여 달리지 않는다. 선비처럼 지혜롭다 해도 선비와 지혜를 다투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에는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여 함부로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쓰고 노반(魯班)의 문전에서 도끼질을 하고, 포정(?丁)의 면전에서 칼을 휘두르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경계하는 뜻이 담겨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낙점을 받은 선량들이 선거기간 동안 자신들이 자랑하고 다녔던 그 비상한 재주들을 18대 국회에서 어떻게 보여줄 지 자못 궁금해진다. 물론 잘 하리라는 기대가 크다. 조용히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이 바로 공자요, 부처님이요, 노반이요, 포정임을 그들이 깨우치기만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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