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식 선생의 일대기/ 죽어도 죽지 않는 애국의 혼

저자 장영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진흙 속에 묻힌 옥(玉)만이 아니다. 강물처럼 흘러간 인간의 역사에서도 그렇다. 강물이 언젠가는 바다에 닿아 망망대해(望望大海)로 힘차게 나아가듯이 한 인간이 불행한 시대의 고난을 극복하고 민족의 존립을 위해 고군분투한 삶 또한,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나서 평가받기 때문이다.
울진과 강원도와 만주에서 초기 독립운동을 전개한 주역인 일선 장식(一仙 張植) 선생이 그렇다. 장식 선생(1890-1957)은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출신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한학을 공부하고, 영민하여 남달랐다고 한다. 스승인 주진수 선생은 이런 장식을 데리고 다니며 국권 회복 운동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할 독립운동가로 키웠다. 장식은 스승 주진수 선생을 그림자같이 따라다니며 보필한 충실한 제자였다.
주진수 선생은 대한제국의 망국 이후 신민회 강원도 총책임자로 활동한 울진군 죽변면 후정리 출신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만주와 상해에서 김구, 이시영 등 주요 인사들과 독립운동을 한 대표적 독립운동가로 평가받는 분이다.
울진의 숨겨진 독립운동가 일선 장식 선생의 일대기가 책으로 나왔다. 『울진이상촌비사사건(蔚珍理想村秘社事件)』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저자가 수년 동안 여러 문헌과 사료를 두루 살펴 펴낸 역작이다.
일제강점기 장식을 비롯한 울진지역의 독립운동가들이 울진과 강원도, 중국 만주 지역까지 넘나들면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사실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장식 선생이 울진 근대사에 남긴 주요 발자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07년 스승 주진수 선생과 울진의 최초 근대 교육기관인 만흥 학교의 설립에 참여하였고, 한국독립운동사의 거목 성재 이시영 선생이 만주 유하현의 신흥강습소에서 영어 강사를 하던 시절 서사(書士)를 맡아 활동한 경력이 있다.
1919년 3·1만세 운동 당시에는 독립선언서를 울진에 전달, 울진지역의 독립 만세운동을 촉발시켰다. 이후 울진청년회 창립, 울진 최초의 연극『아브라함 링컨』공연, 울진강습소의 설치 운영, 민족사학인 울진제동학교 설립에 참여 그 비용을 부담하는 등 울진의 교육과 민중 계몽운동을 주도하였다. 그리고 울진의 사상단체 정진회와 신간회 울진 지회의 설립과 강원도 전역의 신간회 설립에 적극 참여, 강원 영동 일대의 독립운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한편 장식 선생은 울진 최초의 양약 약종상 면허 1호를 취득하여 울진 시내에 선일약국을 개업, 경영하기도 했다. 지금 울진시장 들머리에 있는 선일 약국 터는 독립기념관이 선정한 국가수호사적지로 지정되었다. 선일약국은 울진 독립운동의 역사적 현장을 지킨 울진 북부 지역에서 유일하게 양약을 팔던 약국이었다. 선일약국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사건으로 1931년『울진이상촌비사사건』으로 장식 선생을 비롯한 울진인 5명과 영덕과 영양인 4명이 강릉검찰국에서 11개월간 구속수사를 받은 일이다.
당시 일제 경찰은『울진이상촌비사사건』을 독립군자금 조성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장식 등 관련자들이 이상촌건립을 위한 합법적인 계약과 회계 처리 등 주도면밀 기획되었기에 일제 경찰은 더 이상의 증거나 혐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면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울진이상촌비사건』은 당시 장식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아주 은밀하게 기획한 농촌 개발을 위한『이상촌건설사업』으로 위장한 비사(秘事)였던 것으로 보았다. 이는 여기에서 발생한 사업자금 모두 독립운동 군자금으로 세탁하여 임시정부에 보내기 위함이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이러한 정황을 역사적 자료와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장식의 독립군자금 조성 활동은 부산 백산상회의 안희재 활동과 아주 비슷하다. 저자는 울진이상촌비사로 독립운동자금을 조성, 전달하지 못한 반성으로 일제에 훌병금(국방헌금)을 출연하며, 협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동아일보의 본사가 개입된 흔적과 약종상을 계속하여야 한다는 복선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식은 광복 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서 친일 행위로 기소되었으나 불기소처분으로 일단락되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이가 저자이다. 한편 장식 선생의 아들 장호명은 『울진혁명적농민조합사건(1934)』에 구속되어, 고문으로 죽음에 이르러 석방되었다가 사망했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독립운동유공자로 추서하였다.
저자는 한국독립운동사를 미시사적 입장에서 현미경 같은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거시사적인 망원경의 안목으로 장식 선생의 독립운동을 평가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일선 장식 선생의 일대기를 여러 자료를 수집, 조사하고 당시의 정황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기술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가 왜 당시의 상황에서 약국을 경영하면서 독립군자금을 임시정부에 보내야 했으며 일제 경찰에 가식적으로 협조하여 독립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잘 포착하여 그 진실이 무엇인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운동 잘못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나라가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자신을 희생하며 고군분투한 독립운동가라면 광복된 조국에서 마땅히 공적을 인정받아 그 보훈을 받아야 하건만, 대한민국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몇몇 이름 있는 인물은 국가 차원의 대우를 받았지만, 다수는 잊혀 갔다.
우리는『성공한 독립운동은 흔적이 없다』라는 이 책을 통하여 김구 선생처럼 유명하지는 않으나 지역 독립운동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던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의 숨결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집필한 저자 장영태는 장식 선생의 후손이다. 그는 울진읍 출생으로 울진초·중·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도 그는 장식 선생의 삶과 독립운동에서 드러나지 않는 진실을 찾아 집필 중이다.
성공한 독립운동은 흔적이 없다.
장식 선생의 몰래 감춰둔 뜨거운 가슴과 마음의 속내가 담긴 이 한권의 책!
광복 78주년을 맞는 이번 여름에는 숨겨진 독립운동가 장식 선생을 만나보자. 울진지역독립운동사는 물론 한국독립운동사의 일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주)멘토르에서 나왔으며 전국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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