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첫발을 내디딜 때 흔히 ‘교편(敎鞭)을 잡는다.’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 회초리를 들어 학생의 종아리를 때리며 가르친다는 뜻이다.
『예기(禮記)』에는 ‘싸리나무 회초리와 가시나무 회초리, 이 두 개는 교육의 권위를 위한 것이므로 약간의 체벌이 필요하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조선시대에는 자식을 서당에 맡길 때 싸리나무 회초리를 한 다발 만들어 훈장에게 바쳤는데 이런 관습도 바로 여기에서 연유했다. 자식을 잘 가르쳐 달라는 뜻이다. 율곡도『학교모범(學校模範)』에서 ‘잘못을 저지른 학생은 회초리로 때려라.’라고 가르쳤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서당’에서도 훈장이 종아리를 맞고 우는 학동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모습이 익살스럽게 묘사돼 있을 정도로, 회초리를 들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집안에서 못된 짓을 한 자식을 조상 묘에 데려가 아이에게 아비의 종아리를 때리게 하는 ‘조상매’도 있었고, 가문의 규율을 어긴 족인(族人)을 회초리 치는 ‘가문매’도 있었다. 성경의 잠언에서도 ‘매를 아끼는 자는 자식을 미워함이니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동서고금을 통하여 자식교육과 학생 교육에는 회초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부모의 책임도 막중하다. 슬하(膝下)에서 금지옥엽으로 키운 자식이 불초(不肖)를 넘어 패륜(悖倫)이 되지 않게 하려면 부모도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로 해야 한다. 자식은 부모가 하는 대로 보고 배운다. 그러므로 자식의 잘못은 일차적으로 그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사양하고 양보하는 정신, 어른을 공경하는 자세는 부모가 먼저 본보기를 보여서 자식이 느껴 따라오게 해야 한다. 용돈과 생활비를 대 준다고 해서 자식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다하는 ‘효’가 아니다. 어버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몸소 곁에서 든든한 지팡이 역할을 해 주어야 진정한 효다.
『한비자(韓非子)』에 ‘자모유패자(慈母有敗子)’라는 말이 있다. ‘자애로움이 지나친 어머니 밑에서는 몹쓸 자식이 나온다.’라는 뜻이다. 어머니가 지나치게 사랑을 쏟으면 그 자식은 응석받이가 되어 점점 버릇없고 방자하게 자라 결국에는 집안을 망치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은 참으로 가슴 아프다.
옛날에는 엄부자모(嚴父慈母)라 하여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를 이상적인 부모상으로 삼기도 하였으나, 자애로움이 지나치면 자식을 망치게 된다는 것을 경고하는 말이다. 부모로서 자식을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이라고 할 만한 이 지적을 통해 오늘날 우리 부모들은 더 많은 것을 깨우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와 자식, 형제 사이의 관계는 끊고 싶다고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하늘이 맺어 준 윤리라 해서 천륜(天倫)이라 한다. 전통적인 효(孝) 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보니 자식이 부모를 버리거나,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엽기적인 패륜(悖倫) 사건이 가끔 일어난다. 윤리는 인간이면 누구나 지켜야 할 떳떳한 가치이다. 이른바 ‘패륜아’란 위아래를 알아보지 못하고 부모나 윗사람에게 제멋대로 구는 젊은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몇 해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2건의 모자(母子) 살인사건은 결국 돈 때문에 벌어진 끔찍한 일로 밝혀졌다. 한 건은 아들과 며느리가 공모하여 어머니와 형을 살해했고, 다른 한 건은 조카가 숙모를 죽인 존속살인이었다. 필경 그들 모두 자신이 죽인 어머니와 숙모에게는 귀한 자식이자 조카였으리라.
예로부터 불효 중에 가장 큰 불효는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이라고 했다. 자식은 부모를 땅에다 묻지만,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고 하여 ‘상명지통(喪明之痛)’이라 하였다. 옛날 자하(子夏)가 아들이 죽자 상심한 나머지 밤낮으로 울다가 마침내 눈이 멀고 말았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로서, 자식을 앞세운 어버이의 아픔은 빛을 잃어 천지가 캄캄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인간의 정리(情理)가 이러하거늘 하물며 자식에게 죽임을 당한 부모와 동생으로부터 죽임을 당한 형의 마음은 대체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당(唐)나라 때 한유(韓愈)가 지은 작품으로 ‘제십이랑문(祭十二郞文)’이 있다. 그가 어려서부터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자란 조카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제문(祭文)인데, 문구 하나하나가 너무나 간절하여 예로부터 선비사회에서는 이 글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형제 사이의 우애(友愛)를 모르는 자’라고 하였다.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 이밀의 진정표(陳情表)와 더불어 중국 3대 명문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글을 이들이 단 한 번이라도 읽어보았더라면 어땠을까.
이제 더 이상 학교에서는 회초리를 드는 선생님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못 들게 해놓고 진정한 스승이 없다고 탄식한다. 돈 때문에 아무런 죄의식 없이 부모와 형제를 버리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회초리 대신 조건 없는 과잉보호가 빚어낸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자화상이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는 날이 많다. 서로 안부와 감사의 인사로 덕담을 나누며 내 가정을 한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
가정의 달 5월이 그렇게 지나간다.
자유게시판
more +BEST 뉴스
-
울진 출신 전영도 씨, 팔순 기념 고향사랑기부금 300만원 기탁
울진군은 지난 10월 8일 죽변면 후정1리 출신 전영도 씨가 팔순을 기념해 고향사랑기부금 300만 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현재 삼척시에 거주하는 전 씨는 고향을 떠난 지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나고 자란 울진에 대한 애정을 꾸준한 나눔으로 실천하고 있다. 전 씨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2023년부터 ... -
[이달의 문향] 푸른 산하 출렁이는 그대 눈동자에
펄펄 끓는 가마솥 곁에 서 있는 듯한 더위다. 아파트에서는 누군가 이사를 하는지 짐을 나르는 사람들이 분주하다. 이삿짐을 옮기는 일꾼들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마침 택배가 왔다. 택배기사는 색안경에 안전모까지 쓰고 있었다. 물건을 받아 들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지만, ... -
[제7화 3회] 민들레 홀씨 되어
웅치고개가 시작되는 곳. (진안군 부귀면 산정리에서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 월상마을) 전라도로 ... -
[풍경이 있는 산문 67]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요."
밀양의열기념관 전경, 밀양시 해천변 김원봉 생가 터에 들어선 의열기념관(오른쪽)과 의열체험관(왼쪽) 아래 시내는 해천이다. (밀양시 제공)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요.” 2015년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약산 김원봉을 연기하며 던진 이 한마디가 오래 귀에 남았다... -
권력은 얻었으나 도리는 잃었다.
장원섭 (작가, 역사학자) 명나라 문인 마중석(馬中錫)의 『중산랑전(中山狼傳)』에는 목숨을 구걸하는 늑대 한 마리가 등장한다. 춘추시대 말기 때의 일이다. 진(晉)나라 대부 조간자(趙簡子)가 무리를 이끌고 사냥에 나섰다. 화살을... -
吟 天下皆秋(음 천하개추)
金風好節四山晴(금풍호절사산청) 賞客臨溪彩葉盈(상객임계채엽영) 池上赤魚生活氣(지상적어생활기) 簷前玄鳥告離聲(첨전현조고이성) 如水 황정호 전)성균관 전인, 심리상담사 1급 三更玉露蛩鳴切(삼경옥로공명절) 萬里銀河鴈影明(만리은하안영명) 送暑淸凉塵脫俗(송서청량진탈속) 如今笑對又秋迎(여...
기사댓글 0
NEWS TOP 3
추천뉴스
정치/행정/의회
more +-
울진군 주간행사계획표 (2026. 10. 19.~2026. 10. 25.)
-
울진군, 정영목 교수 초청 ‘제40회 목요특강’ 개최
울진군은 오는 22일 목요일 오후 5시 울진군청 대회의실에서 정영목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초... -
사회복지법인․시설 보조금 관리교육 실시
울진군은 지난 10월 13일 왕피천문화관에서 경상북도내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 관계자 155명이 참석한 가... -
황이주 울진군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이제는 군민이 체감하는 성과 만들겠다”
울진군은 10월 14일 군청에서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지난 100일...
사회/경제/교육
more +-
울진 후포면 금음리 광명수산서 화재 발생
25일 오전 0시 50분경 울진군 후포면 금음리 소재 광명수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울진소방서에 따... -
울진해경, 지역연안사고예방협의회 개최
울진해양경찰서(서장 박영곤)는 10월 23일(금) 울진·영덕 지역의 연안사고 예방과 관계기관 간 ... -
울진해경, ‘청렴 핸드프린팅’ 행사 개최
울진해양경찰서(서장 박영곤)는 10월 23일(금) 오전 10시 울진해양경찰서 3층 회의실에서 부패 근절... -
부구초등학교, 학부모와 함께 배움의 꽃을 피우다!
부구초등학교(교장 이태선)는 2026년 10월 21일(수), 학부모 공개 수업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
원자력소식
more +-
한울본부, 10월 「한울다누림무비데이」 시행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본부장 이용희, 이하 한울본부)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10... -
한울6호기, 제15차 계획예방정비 착수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본부장 이용희, 이하 한울본부)는 “한울6호기(가압경수로형, 100... -
한울본부, 추석맞이 울진 바지게시장 이동홍보관 운영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본부장 이용희, 이하 한울본부)는 9월 22일 울진읍 바지게... -
신한울2호기 방사능방재 전체훈련 실시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본부장 이용희, 이하 한울본부)는 17일 신한울 2호기 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