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IMF) 때보다 실물경제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는 그동안의 내외신 경고가 피부에 와 닿는 요즈음이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국난에 가까운 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갖가지 묘안을 내놓긴 하지만 신통한 처방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 가운데 눈에 띠는 것이 바로‘일자리 나누기 운동’이다. 봉급의 일부를 반납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나누어 보겠다는 발상이다.
참으로 갸륵하고 고마운 일이다. 많은 회사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일부 노조에서는 자진하여 회사와 공생하겠다는 의지를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외신에서도 본받을만한 사례라고 상당한 관심을 보일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민주노총이 이 운동에 반대하고 나섰다. 거기에다 회사와 노사합의를 한 노조에 대해서는 징계까지 한다고 하니 국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입만 열면 기득권 세력이 소유한 것을 빼앗아 노동자들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논리로 노동운동의 명분을 쌓아온 저들이, 요즈음 자신들의 반대 논리를 합리화하는데 뻔뻔스럽게도 주저함이 없다.
이렇게 되면 민주노총 스스로가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막상 자신들의 몫을 분배하려고 하니 제 살 베어내는 아픔을 느끼는 것이라고 여길 수 밖에 없다. 언제는 나누어 달라고 아우성이더니 이제와서는 자기 몫은 나누어주기 아깝단다. 심보치고는 아주 못된 심보다.
그래서 옛말에‘입장이 곤궁해지면 본색이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면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미명 아래 온갖 불법과 폭력을 사용하면서 사회의 혼란쯤은 안중에도 없었던 저들이었지만 국민들은 이해하고 눈 감아 주었다. 지금 민주노총의 처신은 그동안 저들을 포용해 준 국민의 신뢰에 대한 배은망덕한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린 집단은 그들만이 아니다. 정치판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1년이 가깝도록 한 일이라고는 민생은 뒷전이고 멱살잡이와 망치를 앞세운 폭력국회가 전부였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언론에서는“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판단을 흐리게 해 온 간신 아부세력들의 전면 퇴장을 결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심지어는 현 정권의 내부에서조차“대통령은 간신정치에서 벗어나 민심정치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충신과 간신을 구별하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정치사에서 간신배로 인한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역사를 조금만 들추어 보면 간신배가 정치를 흐리고 백성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는가 하면 심지어는 망국의 길로 빠뜨린 예를 수도 없이 찾을 수 있다.
문제는 간신들의 수법이나 방법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번번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간신배 개인이나 단체의 인성적(人性的) 약점인데 그것은 바로 가정교육과 공교육의 책임이 크다. 간신배의 이러한 약점은 그 사회의 제도 미비와 경각심 부족, 그리고 역사의식과 통찰력 부족에 편승하여 날개를 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권력을 등에 업고 정치를 농단하거나 집단적 이익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일시적으로 사람들을 기만하면서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린다. 그렇기 때문에 간신배는 그 싹이 조금이라도 보일 때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잘라버려야 한다.
세상이 시끄럽고 사회가 어지러울 때마다 이러한 간신배(奸臣輩)들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돌아보니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암약하고 있는 간신의 무리들이 너무나 많다.
이를테면,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우습게 여기는 정치판의 정간(政奸), 정론과 직필을 표방하면서도 뒤로는 언론을 팔아 뜯어먹으며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지탄받는 언간(言奸),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시도 때도 없이 폭력적 불법 노사분규를 부추기며 사회악(社會惡)의 중심으로 변질해간 노간(勞奸), 학문적 양심은 물론 자신의 영혼마저 팔아먹기를 서슴지 않는 학간(學奸), 돈으로 권력마저 살 수 있다고 믿는 상간(商奸), 무인으로서의 기본을 망각한 채 권력만 추구하는 무간(武奸), 종교라는 권위에 빌붙어 세상을 밝히기는커녕 감언이설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가증스러운 목간(牧奸), 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며 인기를 누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권력자를 따라다니며 나팔수로 변신하는 기간(技奸) 등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함께 일자리를 나누자는 국민적 제안을 거부하는 민주노총과 멱살잡이와 욕설로 일관하며 민생법안 처리는 무시하다가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갖가지 명목으로 줄줄이 외유를 떠나는 정치권 인사들. 이들은 나라의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즈음과 같이 하루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민생과 국가의 안위쯤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는데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정말 한심한 현대판 간신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송사(宋史)」에 이르기를“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군자(君子)가 여럿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일은 소인(小人) 하나면 족하다”고 했다.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은 어수선한 계절에 사회 곳곳에서 버젓이 활개를 치는 간신배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래저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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