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는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마주하는 폭염은 단순히 “여름이니까 더운 것”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고온은 일상의 불편을 넘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제 폭염은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대비해야 할 재난이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 온열질환자는 4,46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로, 29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폭염이 더 이상 단순한 불편함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많은 사람들은 온열질환이 노약자나 어린이에게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환자의 상당수는 경제활동의 중심에 있는 중장년층 남성이었으며,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농업인, 건설현장 근로자,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등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이들이 폭염의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온열질환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작은 경고 신호에서 시작된다. 갈증이 심해지고, 몸에 힘이 빠지며, 어지럼증과 두통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활동을 계속하면 열탈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체온 조절 기능이 마비되는 열사병으로 발전해 생명을 위협한다. 결국 폭염의 가장 큰 적은 무더위 자체보다 “이 정도는 괜찮다”는 방심일 수 있다.
폭염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생활화해야 한다. 먼저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온열질환 예방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또한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시간에는 야외활동과 작업을 가급적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외출 시에는 밝고 헐렁한 옷을 착용하고 모자나 양산을 활용해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고령자와 어린이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족과 이웃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온열질환은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냉방비를 아끼기 위해 무더운 실내에서 버티는 행동은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적절한 냉방과 주기적인 환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만약 주변에서 두통, 어지럼증, 근육경련, 심한 피로감 등 온열질환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이동시켜 휴식을 취하게 해야 한다. 의식이 저하되거나 의식을 잃은 경우에는 물을 억지로 먹이지 말고 곧바로 119에 신고한 뒤 옷을 느슨하게 하고 체온을 낮추는 응급처치를 시행해야 한다.
재난은 늘 가장 취약한 곳부터 찾아온다. 폭염 역시 마찬가지다. 야외 근로 현장에서는 충분한 그늘과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사업장 차원의 적극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홀로 지내는 어르신과 취약계층의 안부를 살피는 공동체의 관심도 필요하다.
올여름에도 뜨거운 태양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자연현상인 폭염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우리의 준비와 관심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설마 괜찮겠지”라는 안일함보다 “혹시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경각심이 우리 자신과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안전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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