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승호 前 기성초등학교 교장 |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을 보면 “도덕을 숭상하던 민족이 어찌하여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을까?”하는 생각에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우리 조상은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임을 긍지로 느끼고 그런 민족답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오늘의 모습은 조상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예의와 도덕을 사람의 척도로 여기고, 이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 상종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조상의 마음가짐이다.
물론 우리 전통사회의 기본적인 도덕 규범(規範)이었던 삼강오륜(三綱五倫) 등이 오늘날 우리 사회생활에 그대로 지켜질 수도 없고, 그것만을 지킨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된다고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의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가는 그 자체가 새로운 도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의식구조의 심층에는 전통사회로부터 지켜오던 도덕 규범으로 말미암아 형성된 인성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기성세대라 불리는 사람들은 일제 말과 6.25를 겪은 세대들이다. 일제시대에는 우리의 말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고, 우리의 글도 사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해방 후에 국토 분단이 되고 민족은 좌우로 갈리어 끝내는 민족상잔(民族相殘)의 6.25사변을 체험했고 그 후 전란과 사회의 혼란을 틈탄 위정자의 장기 집권과 5.16, 12.26 정변(政變) 속에서 태동한 부익부 빈익빈의 자본주의에 안주해 왔다.
현대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기성세대들이 이룩한 풍요 속에 겁 없고 버릇 없는 세대가 등장했다.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는 것이 내 것이고 내 자유이다. 오렌지족도 내 것이고, 폭주족도 내 것이고, 노래방에 가서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르는 것도 내 자유이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고스톱을 치는 것도 내 자유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자유는 생활의 풍요속에 여봐라는 듯 과시하는 것일 뿐, 어떤 것이 참된 자유인지 분간 못하는 데서 사회 병리현상이 더해가고 있다. 더욱 걱정되는 일은 겁없는 세대들이 제멋대로 놀다 성질이 나면 주먹질이 예사고 칼부림도 서슴지 않는다. 자기 부모를 때리는 자식도 있고, 돈 때문에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아도 한둘이 아니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고 법도 무섭지 않으며, 가문, 명예도 생각지 않는 이런 망나니들과 같이 산다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인륜과 도덕이 실종된 사회에서 언제 내 앞에 무슨 날벼락이 떨어질지 불안하기만 하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가. 자녀의 과보호 현상 때문에 일어난 부작용이다. 어릴 적부터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뒀기 때문이다. 엄하게 키우거나 매를 들면 아이들이 기(氣)가 죽는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어른들 말씀에 복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귀여운 자식일수록 고생을 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가정의 자녀는 자연히 탈선의 길로 가게 마련이다.
내 아이는 왕자요, 공주다. 자식이 원하는 건 다해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부모 밑에서 무엇하나 아쉬운 것 없이 자란 아이들은 남을 생각하지 않고, 참을성도 없고 기다릴 줄도 모르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성숙을 위한 인간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기성세대는 건전한 개인주의의 훈련을 받지 못한 자녀가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 형편에 어설프게 서양의 부자나라 사람들의 흉내를 내는 시기가 아님을 가르쳐야 한다. 요즈음 우리의 자녀는 아무 일에나 겁 없이 덤벼든다. 하면 된다는 목표 지향적 미명(未明) 아래 과감하게 덤벼든다. 이들은 책임을 져본 경험도 없고 그럴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이들이 이런 모습으로 덤벼드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 크다. 가정에서 가르치고 키워 줄 것은 인성교육이다. 절제와 내핍, 각고를 통한 성취감을 터득하게 가르치기보다는 남의 자식에게 기가 죽을까 염려되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겁없는 아이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자식보다는 인류, 똑똑한 인간보다는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인륜 교육을 가정에서부터 새롭게 펼쳐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을 많은 사람의 눈과 후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장한 기성세대의 모습, 그것이 우리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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