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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있기에

  • 울진뉴스
  • 입력 2011.06.0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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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인‘페인트 최’는 고향이 서울로서 울진에서 15년간을 생활했다.
현재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며 한국미협·도무스·예형회 회원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 lomo / 이명동기자]
보랏빛 얼굴을 맞대고 봄볕에 여기저기 피어난 제비꽃 들이 앙증맞다.
하얀 수수 꽃 다리, 붉은 산당화...  
여기저기 한바탕 꽃들의 향연이 한창이지만, 그렇게 앞 다투어 피던 꽃들도 바람과 시간 앞에 어김없이 스러져 가곤 한다.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그들을 본다.  
피어있을 때 얼굴을 서로 부비며 부대끼며 한껏 아름다운 꽃들처럼 우리도 그러하면 좋겠다.   

새벽에 운동한다고 집을 나섰다가 그들을 보았다.
몸의 한쪽이 불편한 남편과 그 남편의 한 보쯤 뒤에서 따라오는 아내.
느릿한 몸짓으로 한 걸음씩 걷는 남편 뒤에서 조심스레 보조를 맞추며 걷고 있는 그녀.
혹시나 넘어지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다.  

그들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새벽에 그렇게 꾸준히 운동을 한다.
어쩌다 나가는 내 눈에 그들은 어김없이 그 모습 그대로 그렇게 꽃이다.  

오후에 마주친 그 사람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 누군지 모르겠다.
어떤 청년의 휠체어를 밀고 가던 그 여인네의 얼굴을 스치며 아무래도 어디선가 본 사람인데 하던 차에 어렵게 기억이 났다. 

그녀는 바로 새벽 마다 몸이 아주 많이 불편한 남편의 뒤에서 그 느린 보조를 맞추어 걸어가던 그 아내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오후에 밀고 가던 휠체어의 젊은이는 혹시 아들?  

나는 그 사연이 궁금해서 우리 앞집 할머니한테 혹시 이러저러해서 새벽엔 남편, 오후엔 아들과 운동하는 아줌마를 아시느냐고 물어봤다.  

골목골목 폐지를 모으러 다니시는 우리 앞집 할머니에 의하면, 길하나 건너 집에 사는 이들인데 잘 아신단다.   

평생 소아마비가 심해서 걸을 수 없는 아들 뒷바라지하며 살던 부부인데, 1년 전에 아저씨가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지셨다고 한다. 

두 손을 놓고 주저앉아 울고만 있으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같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줌마를 초인처럼 만들었다.  
낮에는 일하러 다니고, 오후엔 아들과 산책하고, 새벽엔 남편 운동 시키고...  

그러면서도 항상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절망 보다는 희망을 보는 얼굴이다.
그것은 함부로 포장할 수도 가볍게 흉내 낼 수도 없는 사랑이라는 힘이 아닐까.  

서로 한 가지에 피어 얼굴 부비며 사는 꽃들.
사랑의 힘으로 서로가 있기에 기댈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꽃.
사랑은 그저 꽃처럼 비비대는 서로가 있기 때문이다.  

“신은 자신이 모든 곳에 존재 할 수 없어서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라는 말을 그 녀를 보며 떠올린다.
이 세상의 가장 큰 희망, 축복을 그녀에게 내리소서.
꽃비 내리는 이 오월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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