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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를 위한 무덤이 이토록 아름답다니, 이에 더한 아이러니가 어디에 또 있으랴.
절대 권력으로도 사랑하는 아내를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했던 왕은,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의 목숨이 희생되었을까,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흰 대리석은 이웃 나라 이란에서 코끼리 수레 천 여대로 끌어오는 데 십수 년이 걸렸다고 한다. 2만여 명의 백성과 200여 명의 조각가가 동원되어 무려 스물두 해에 걸쳐 만고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안으로 밖으로 그 정교한 조각은 사람의 솜씨가 아니다. 작은 꽃송이 하나, 작고 큰 잎사귀 하나하나에 진귀한 보석으로 천연의 색을 모자이크 했다.
믿기지 않는다.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석양이면 노을을 받아 분홍빛을 발하다가, 달이 밝으면 진귀한 보석들이 저마다 영롱한 빛을 발한다니, 그 신비로움에 넋을 잃을 정도다.
더할 수 없는 사랑을 받은 여인과 그 여인을 위한 한 사내의 집념이 불가사의 하나를 남겨 놓았다. 더욱 놀라운 일은 여기에 동원된 조각가들의 손을 전부 잘라 버렸다니, 독재자의 횡포는 어쩌면 이리도 동서고금이 같다는 말인가. 역사는 이래서 흥미를 더한다.
거리를 두고 앉아서 하염없이 빠져들다가, 두 번 세 번 뒤돌아보며 발길을 돌린다. 무굴 왕국의 3대왕 악바르가 건설했다는 아그라성, 붉은 돌로 성을 쌓고 붉은 대리석으로 세운 궁궐이 사람을 압도한다. 임시수도였던 피떼뿌르시크라성도 찬란하다.
크리스천 왕비의 방, 힌두교 왕비의 방, 이슬람 왕비의 방이, 제각기 문화의 특색을 나타낸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침실까지 물을 끌어 올려 흐르게 했다니, 그 치하에 백성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싶다. 지금도 민초들의 생활이 미개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시절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군왕이 물고기라면 백성은 물이다. 물이 없는 물고기가 없듯 백성이 없는 군왕이 어디에 있으랴. 우리의 윗동네 위대한(?) 지도자도 이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여겨 본다.
작렬하던 태양이 지평선으로 자지러드는 시간에 인구 350여 만의 지이프르시에 이른다. 신호등이 있다. 인도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다. 그러고 보니 인도(人道)와 차도(車道)도 형식은 있는 것 같다. 16세기 카츠츠 왕국의 수도였던 암베르성, 궁에 이르는 오르막길을 아내와 함께 코끼리를 타고 오른다. 집채만 한 등 위에 나란히 앉아 뒤뚱뒤뚱 흔들리는 맛이 그만이다.
해문에 들어서자 외국의 손님을 환영하는 음악 소리가 흥취를 더한다. 시간을 거슬러 한 나라를 찾아온 극빈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끝도 없는 평원만 있던 곳에 동서남북으로 제법 높은 산들이 병풍을 이루었다. 그 위에 만리장성을 방불케 하는 성을 쌓고 그 자락에 붉은 대리석으로 세운 궁전, 아그라 성을 연상케 한다.
열두 명의 왕비의 방을 원형으로 배치하고 그 중앙에 있는 화려한 무대가 흥미롭다. 은으로 장식한 거울의 방, 접견실, 연회실, 구석구석을 눈여겨보다가 달문으로 나온다.
핑크빛 대리석으로 건설된 핑크시티의 거리, 바람의 궁전, 천문대, 힌두사원을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기웃거리다가 해가 기운다. 이 나라의 문화재를 다 구경하려면 하루에 500여 킬로씩 달려도, 일 년이 더 걸린다는 찬란한 힌두문명이다.
뉴델리, 새로운 세계를 향해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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