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섭(경민대학교 교수) |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은 교육성취도와 생활방식을 측정하는 교육, 행동과 생활양식 항목에서는 최상위를 기록했지만 주관적 행복지수 평가에서는 꼴찌였다.
4년째 같은 순위다. 주관적 행복지수는 주관적 건강 상태와 학교생활 만족도, 개인 행복감 등 6개 항목에 대한 만족도를 수치화한 뒤 OECD 회원국 평균치를 100점으로 삼아 점수화한 것이다.
청소년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청소년들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족들과의 안정된 가정생활이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심지어 지금 우리 청소년들은 부모들로부터 매우 편협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오로지 성적만을 고집하며 자녀들의 성공지수를 폐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들이 내몰리는 곳 가운데 사교육 현장이 으뜸이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부각되는 이런 문제를 어린이와 청소년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고 부모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바라보고 문제점을 진단하는 의견이 주목을 끌고 있다. 즉,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제는 바로 부실한 가정교육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는 시각이다.
예로부터 우리 전통사회에서의 가정교육의 출발은 바로 사랑방이었다. 유아기 때부터 할아버지 무릎과 할머니의 등에서 시작되는 교육은 가족을 넘어 가문 공동체까지 확대된 효(孝) 교육이었으며 그 내용은 바른 품행과 태도, 어른 공경하기, 벗에 대한 태도 등 인간생활의 기본적인 도덕률을 담보로 하는 소양교육이었다.
사랑방교육은 엄격하지만 자애로운 교육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기본적인 소양교육을 마친 상태에서 이어지는 학교교육은 지식함양과 공중도덕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인성교육이 주된 내용이었다. 학교교육을 통하여 청소년들은 자신의 의지로 학문과 세상에 뜻을 세우기 위한 가치관 정립의 기회를 얻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지닌 의로운 한 인격체로서 성장하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사랑방 교육이 사라진지 오래다. 급속한 산업화 사회를 겪으면서 대가족이 해체되고 이른 바 전자가족화 되어버린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어린이와 청소년기의 부모들은 생업에 매달리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가정에서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마저도 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결과는 곧바로 대화의 부족으로 이어져 사랑방 교육은 물론 밥상머리 교육조차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가족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자신의 꿈을 펼쳐 보일 기회조차도 없어져 버린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높을 리가 있겠는가. 청소년들이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족과 친구, 자신에게 열정을 쏟아낼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하겠다.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그들의 흥미와 취미, 관심분야에도 진지하게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더 큰 세상을 가슴에 품고 그 꿈을 향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에 충실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스스로 삶의 만족도를 높여 행복감을 찾도록 해야 한다.
지난 6월 18일 전국 16개 시·도 경찰청에서 문을 연 117센터에 학교폭력과 관련된 신고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일선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상담 기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방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담교사의 전문성이 떨어지는데다가 상대가 교사라는 이유 때문에 학생들이 마음을 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진단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왜냐 하면, 모든 문제의 출발이 가정이고 그로 인한 부실한 가정교육 책임이 학부모에게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학교 폭력 등의 문제가 오로지 학교 측에만 있는 것으로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단한 몸으로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이 땅의 청소년이 눈물 흘리고 자신의 귀한 생을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 독자 한 분 한 분 모두가 학교폭력의 감시자가 되어주시길 간구하며…. 아들을 먼저 보낸 죄 많은 엄마.”
지난 해 12월 같은 반 학생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하고 투신자살한 한 중학생의 어머니가 쓴 책의 서문(序文) 가운데 일부이다. “당시를 떠올리기가 죽을 만큼 싫었지만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이 글을 써야만 했다.”고 말한 어머니는, “학교폭력이 얼마나 무섭고 큰 범죄인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이어 “제 아들은 잃었지만 더 많은 아들과 딸을 얻었다.”고 말했다.
참으로 눈물겨운 고통의 승화요 진솔한 고백이 아닐 수 없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부부가 모두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자녀와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 왔음을 인정하면서, 엄청난 자책과 함께 회한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이와 같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교육열과 대학 진학률 때문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며 관심을 끌고 주목 받는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이와 같은 어두운 그림자 또한 짙게 드리우고 있음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의 부모들은 이제 눈을 들어 스스로의 주변을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녀들이 만들어 내는 좋고 나쁜 모든 결과들이 부모인 내가 만들어 낸 결과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녀교육은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의 행복은 결코 성적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눈높이를 자녀에게 맞추고 대화의 시간을 늘리자. 공감대를 늘려가려는 노력 과정에서 어제보다는 오늘 내 자녀가 행복해 하고 웃는 일이 조금이라도 늘어난다면 더불어 행복지수도 함께 올라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현관(玄關)’이라는 용어도 ‘깨달음에 이르는 첫 번째 관문’을 이르는 뜻으로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세상사 모든 깨달음을 시작이 바로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깊은 뜻이 들어있는 말이다. 내 가정은 바로 섰는가, 내 자녀는 안녕한가. 일상의 출입이 시작되고 마감이 되는 자리인 현관. 오늘 저녁에는 퇴근하면서 현관에 들어서서 조용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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