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면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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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으로 물결치는 들판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포만감에 젖는다. 여름 내내 비바람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었는데 이제야 그동안 열심히 흘린 땀에 대한 대가를 받는가 보다.
모처럼 보는 허수아비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정겨운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하늘에는 오늘도 구름 한 점 없다.
이맘때가 되면 행사도 많아진다. 학교에서는 만국기를 내 건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재롱이 한창이고 부모들은 불쑥 커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대견해 한다.
모처럼의 나들이 길에 여기저기에 이런 저런 행사들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 걸 보면서, 모두들 참으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을 펴보면 그동안 모르고 지났던 행사들이 너무 많았음을 알고는 한편으로는 놀라고 또 한편으로는 서운해 하기도 한다. 이런 행사는 평소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한 번 가보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다행히 운이 좋아 행사에 참석해 보면 그 때까지 품고 있었던 아쉬운 마음이 부질없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어야 할 행사들이 주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정작 참여하는 일반 시민들의 모습은 적어서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준다.진행하는 방식도 지극히 의례적이고 천편일률적이어서 격려사나 축사도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걸 어찌하랴. 더군다나 참석하는 사람이 적어서 시간을 늦추어 좀 더 기다렸다가 시작하자면서 다소 겸연쩍어 하는 사회자의 안내는 차라리 애교(?)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아예 행사장에 습관처럼 늦게 도착하는 지체 높으신 분들의 행차를 위해 좀 기다려 달라는 사회자의 안내에는 정말 참기 힘들다.
이런 일을 자꾸 당하다 보면, 그 행사의 원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데에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매년 같은 날에 반복해서 개최해야만 하는 전시용 행사로 전락해 간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홍보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동호인들이 많이 알고 많이 참석해서 축제의 분위기로 만들어 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신경이 쓰이고 힘든 일이 어디 한 둘이리오 마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일반 동호인들과 시민들이 많이 와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으리라. 홍보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이다.
분야가 거의 비슷한 행사가 난립하는 것도 문제이다. 사회단체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다보니 비슷비슷한 행사가 한 둘이 아니다. 단체장들이나 군의회 의원 그리고 관련 공무원들이 이런 행사에 초청을 받고 보면 난감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석하자니 업무는 산적해 있고 그렇다고 빠지자니 의식이 없는 담당자라고 욕을 먹는다. 이래저래 시달리는 건 만만한 공무원이요,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단체장과 의원들이다. 이리저리 얼굴을 내밀지 않을 수 없다 보니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정말로 군민들이나 민원인들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는 얼굴을 볼 수 없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임기 동안 일이나 잘 해달라고 우리 손으로 뽑아 놓고 우리 스스로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이제는 우리 모두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행사는 우리끼리 치러도 된다. 단체장과 군의원 그리고 공무원들 모두, 그들에게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너무나 잘 알지 않은가?
일을 못한다고 불평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일을 못하게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들의 손을 거두어들이자. 그래서 그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자. 그래야 그들의 능력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법이다. 오늘 보는 하늘이 어제 보던 하늘과 다른 이유가 거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