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계경후(殺鷄儆猴)
기사입력 2017.02.21 11:41
-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2명 등 4명의 북한 해경이 선원 6명이 탄 중국 어선 갑판 위로 올라갔다. 북한 해역에 들어와 불법으로 어로작업을 하던 소형 중국 어선을 붙잡은 것이다. 북한 해경은 기관단총에 제압당한 중국어부들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때린 후에 가까운 섬으로 끌고 갔다. 2014년 9월 12일 중국 라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 상수항(杏樹港)에서 출항한 중국 어선이 북한해경 함정에 당한 장면이다.
장원섭(경민대학교 교수)
자칭 ‘조선해경’은 이틀 뒤인 9월 14일 다롄에 있는 선주 장시카이(張喜開)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신네 어선이 조선의 해역에 들어와 불법으로 어로 작업을 했다. 당신의 선원들을 붙잡아두고 있으니 벌금 25만 위안(약 4,000만원)을 보내면 어선과 선원들을 풀어주겠다.”고 통보했다. 선주가 벌금을 보내자 5일 만인 9월 17일, 6명의 중국 어민들이 풀려나 다롄으로 돌아왔다. 이후부터 중국 어선들은 북한해역에 들어가 불법으로 어로 작업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고 중국 현지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다.
똑같은 사건을 가지고 이와는 전혀 다른 보도가 눈길을 끈다. 2013년 6월 10일자 일본 도쿄신문에 실린 한 중국 어민과 나눈 인터뷰 기사다.
“불법으로 어로작업을 하다가 북한에 억류돼 있던 중국 어민들은 북한 병사들이 어찌나 심하게 때리는지 견디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해경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갑판에 오르기 전부터 마치 기자들이 취재하듯이 카메라로 사진 찍고, 불법조업 증거를 수집하고, 배에 잡아놓은 어획량을 파악한다. 일이 끝나면 선장의 수입에 따라 벌금을 매긴다. 한국 해경은 배에 오른 뒤 절대로 중국 어민을 때리지 않는다. 한국에 억류돼도 별 문제가 없다. 재판과정도 견딜 만하고 먹기도 잘 먹는다. 중국 어민들이 한국에서 풀려날 때 보면 체중이 불어있는 것이 보통이다.”
중국 어선들이 우리의 해역을 마음대로 유린하면서 불법으로 어로활동을 해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피해를 입은 어민들이 당국에 하소연을 하고 있는데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수역은 갈수록 황폐해져가고 어민들의 수심은 날로 깊어만 가고 있다. 그동안 중국 어선들은 마치 소형 전투용 어선으로 착각될 정도로 무장의 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변질된 데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인권보호’라는 굴레에 스스로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정말 해법은 없는 걸까?
한 노인이 원숭이를 키우고 있었다. 원숭이는 제법 묘기를 부릴 줄 알았다. 곡예를 가르치면 곧잘 따라 했다. 노인은 원숭이를 이용해 돈을 벌기로 했다. 저잣거리로 나가 원숭이 곡예판을 여니 금방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노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원숭이는 몰려든 사람들을 멀거니 쳐다만 볼 뿐 재롱을 떨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노인이 아무리 다그쳐도 원숭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노인은 궁리 끝에 원숭이가 피를 싫어한다는 속설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다. 그는 원숭이가 보는 앞에서 살아 있는 닭의 목을 잘랐다. 순식간에 피가 솟구치고 닭은 죽었다. 피를 보자마자 공포에 질린 원숭이는 그제야 노인의 징소리에 따라 필사적으로 재주를 넘기 시작했다.
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 바로 ‘살계경후(殺鷄儆猴)’다. 한 사람을 벌해 다른 사람에게 경고한다는 뜻이다. 공포심을 자극하여 뜻하는 바를 도모하는 것이다. 중국에는 비슷한 의미의 성어를 가진 고사가 여럿 있다. 상황에 따라 ‘일벌백계(一罰百戒)’의 리더십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228년 위(魏)나라 정벌에 나서면서 대장군으로 마속(馬謖)을 임명했다. 마속은 제갈량의 후계자로 거론될 정도로 그 잠재적 재능을 인정받고 있었다. 다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처신이 다소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제갈량은 전장으로 떠나는 마속에게 구체적인 작전을 지시하면서 “절대로 자신의 재능을 믿고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마속은 제갈량의 지시를 어기고 제멋대로 진용을 짜고 전투를 벌였다. 결과는 대패였다.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고 군령에 따라 마속의 목을 베었다. 유능한 장수였지만 군령을 세우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던 선택이었다. 여기에서 유래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성어도 같은 의미로 회자되고 있다. 한 사람을 엄중하게 처벌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려는 고육책에서 나온 결과들이다.
북한이 자기 해역으로 들어와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잡아 무자비한 폭력으로 미리 겁을 준 뒤, 화해의 손을 내밀면서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는 방법이 바로 여기에 비유된다. 이런 소식을 접한 주변 선박들은 스스로 겁을 먹고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국 해경과 한국 정부의 공권력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무섭지 않고, 무자비한 폭력을 앞세우는 북한 해경과 군인은 무섭기 때문이다.
한서(漢書)에 “하나로써 백을 경고하면 모든 사람들이 복종하게 된다. 공포감은 스스로를 새롭게 변화시킨다(以一警百, 使民皆服, 恐懼改行自新).”고 했다. 즉, 한 사람을 죽여 100명에게 경고한다는 의미의 ‘살일경백(殺一儆百)’이라는 성어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불법어로를 하던 중국 어선들이 우리나라 해경정을 충돌하여 침몰시킨 사건이 벌어진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이 전하는 협박성 반응을 보면 실로 가관이다. 우리 외교부는 해경 함정 침몰된 지 나흘이 지나서야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우리 정부는 무엇 때문에 나흘이나 지나서 반응하는가? 그것도 중국 본국에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 겨우 주한중국대사를 불러 항의를 해야 하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국가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 국가를 구성하는 백성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있다. 백성들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정부는 그 무능함으로 인해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다.
국가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일을 처리하면서 그 사안의 무겁고 가벼움을 따져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불법이 합리화되고 상습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가와 백성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그것이 나라 안의 문제가 아니라 인접한 국가와 관련이 국가 대 국가의 일이라면 그냥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오나라 왕이 신하들과 함께 배를 타고 장강의 후산(猴山)에서 놀이를 즐겼다. 많은 원숭이들이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을 보고 놀라 도망을 치는데, 유독 한 마리만 태연자약하게 이리저리 오가면서 오왕 면전에서 잘난 체 했다. 오왕이 활을 가져오게 해서 녀석을 쏘았다. 녀석은 민첩하게 피하면서 오히려 오왕이 쏜 화살을 잡고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화가 난 오왕이 궁수를 시켜 일제히 화살을 퍼붓게 했다. 까불어대던 녀석은 마침내 온몸이 벌집이 되어 죽고 말았다. 자기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약간의 재주를 뽐내고 까불다가는 큰 코를 다친다는 ‘후자박시(猴子搏矢)’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된 성어이다.
정부가 뒤늦게 폭력을 사용하는 중국 어선을 함포사격 등으로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늑대를 놀라게 하기 위해서는 사자의 힘을 가져야 한다.”는 마키아벨리 말이 새롭게 들린다. 이번만큼은 엄포가 아닌 강력한 단속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신년 벽두부터 안팎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올해는 이래저래 힘이 빠진 백성들에게 기를 살리고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울진뉴스 빠른뉴스! & www.ulji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BEST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