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이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이다

기사입력 2019.05.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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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일(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전통시장의 침체는 지역 공간의 환경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대다수 지역에서 전통시장은 지역의 중심지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주거지의 이동으로 중심지의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며, 그 영향으로 중심지에 입지한 전통시장은 낙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에 필자는 전통시장의 미래 발전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전통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삶이 무기력할 때면 시장에 찾아가 보라’는 말처럼 시장은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활기찬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주요 도심지의 전통시장은 상인의식의 변화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방안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최근 여러 도심지의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키워가고 활력을 찾으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이 있는 쇼핑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다시 사람들을 전통시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회 건물에 미술 전시장을 설치하여 전시회를 열고, 시장의 비어 있는 점포를 공방 같은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어 공예 작가 등에게 무료로 제공해 작품 활동과 판매, 체험이 가능한 곳으로 조성되었다. 또한 시장 활성화 구역 내에서 정기적인 문화 공연을 한다. 

전통시장은 지역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한 터전으로써 지역의 중심 역할을 해 오던 곳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의 등장과 온라인 쇼핑몰의 증가로 인해 전통시장은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시장이 쇠락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 살 곳을 잃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삶과 문화가 녹아든 장소가 상실된다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 마트나 백화점 상품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전통시장이 가진 본연의 의미는 무엇일까?
유럽의 전통시장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형마트로 인해 전통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유럽 전통시장이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임 비아둑트(IM VIADUKT)는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가게를 열어서 전통시장을  바꿔나갔다. 인테리어 소품, 액세사리, 빈티지 등의 상가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각종 체험행사, 문화 이벤트를 통해 시장의 개념을 넘어 놀이와 문화공연의 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오스트리아 잘쯔부르크의 슈라넨 시장은 장인들이 운영하는 정육점들이 위치해 있고 프리미엄 마켓으로 성장했다. 전통시장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과 달리, 이 시장에서 파는 상품들은 매우 높은 장인품질의 고가 상품이다, 생필품을 구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요리 체험과 여가문화를 통한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전통시장이 인위적 방식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다면 유럽의 전통시장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생활 속에 녹아들었다. 유럽 사람들은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 즐기고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한다. 즉 ‘전통시장은 사람을 만나 소통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그들은 농산물이 대형마트보다 비싸지만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선호한다. 그리고 오래된 건축물 주변에서 시장이 열려 문화공연이 자연스럽게 수시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통시장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융합돼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을 선호하는 ‘오랜 관습’이 오랫동안에 걸쳐 만들어졌다.

현재 우리 지자체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많은 문화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 황학동 중앙시장의 지하에는 ‘신당창작아케이드’라는 공예가와 디자이너들의 커뮤니티가 있다. 원래 이곳은 1970년대 만들어진 지하상가로 번성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점포가 몇 개 안된다. 서울시가 이곳을 보수해 젊은 공예가와 디자이너들에게 작업실과 장비를 마련해줬다. 입주 디자이너들은 두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임대료와 관리비 걱정 없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서울중앙시장의 상인들에게 등불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점포에 자신이 만든 등불을 달게 하거나, 상인들과 함께 좌판 사이 통로를 행진하며 노래도 불렀다. 전통시장이 신진 작가와 함께하며 문화 콘텐츠를 더한 문화공간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강원도 봉평장은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국에서 가장 큰 장터로 손꼽혔다. 여느 시장처럼 침체된 상황에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자세와 상인, 기업과의 협업으로 인해 수학여행, 나들이 문화 관광지로 진화하였다. 지금 봉평장 점포 앞에는 상인의 얼굴과 제품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미니 간판을 설치했다.

전통시장의 활력 회복을 통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시장을 살린다는 것은 경제활동의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를 넘어서 해당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장소로서의 가치가 더해진다. 재래시장을 지역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그 지역만의 문화를 담은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함께 성장해 가는 발판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시장 활성화는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인 지역주민에 의해 주도되어야 하고 그 목적은 지역주민의 행복한 삶을 도모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측면이 모두 고려되어야 하며, 전통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지역문화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전통시장이 존립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역문화 인프라 구축,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이 조성되어야 한다. 전통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공간을 지역주민의 삶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역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장소,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의 장소, 그리고 지역경제의 중심 장소로서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통시장은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역문화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장소로서 의미가 있다.

우리 지역의 전통시장이 발전하면 지역이 발전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정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전통시장의 발전을 위해 지역주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게 나타난다. 지역의 쇠락하는 전통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전통시장은 상업적 기능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기능도 반드시 포함하는 개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즉 지역주민에게 커뮤니티 및 문화적 장소로서 역할을 해야 하고, 지역 중심지의 재생을 위한 수단으로 전통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전통시장은 이렇듯 물건을 사는 장소만이 아니라 생활의 즐거움과 삶의 여유와 활기를 주는 문화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시장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문화의 중심지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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