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각지쟁(蝸角之爭)

기사입력 2007.07.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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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교수

양나라 혜왕과 제나라 위왕은 서로 침략하지 않기로 맹약을 맺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위왕이 배신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화가 난 혜왕은 자객을 보내 위왕을 죽이려 했다.

 

혜왕의 신하 공손연(公孫衍)은 그 계획을 듣고서 암살보다는 당당히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신하 계자(季子)는 백성을 전란에 빠트리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간했다. 두 신하의 얘기를 들은 또 다른 신하 화자(華子)가 이마를 찌푸리면서 왕에게 말했다.“제나라를 공격하라고 하는 자도 나라를 어지럽히는 자요, 공격하지 말라고 하는 자도 나라를 어지럽히는 자입니다. 또한 이들을 나라를 어지럽히는 자라고 말하는 자도 나라를 어지럽히는 자입니다.”
 “그럼 어찌하면 좋은가?”
 “옳고 그름의 분별을 떠나 도(道)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아야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재상 혜자(惠子)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대진인(戴眞人)이라는 도인을 혜왕에게 소개했다. 대진인이 혜왕에게 말했다.
 “왕께서는 달팽이라는 동물을 아십니까?”
 “알고 있소.”
 “달팽이 왼쪽 뿔 위에 촉씨(觸氏)라는 자가, 오른쪽 뿔 위에는 만씨(蠻氏)라는 자가 각각 나라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 두 나라가 서로 영토를 뺏으려고 싸웠는데 죽은 자가 수만에 달할 뿐만 아니라 도망가는 적을 추격하다가 15일 만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어디 있소?”
 “좋습니다. 그럼 현실의 이야기로 말씀드리죠. 왕께서는 이 우주의 사방과 상하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끝이 없지요.”
 “그럼, 그 끝이 없는 우주에서 노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사람이 왕래하는 나라들이 있는 듯 없는 듯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요.”
 “사람이 왕래하는 나라 중에 위나라가 있고, 위나라 속에 양나라가 있고, 양나라 안에 왕이 계십니다. 우주의 무궁함에 비한다면 왕과 달팽이 뿔 위의 촉씨국과 만씨국 사이에 다른 점이 있습니까?”
 “다른 점이 없구려.”

대진인이 나가자 혜왕은 망연히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한참동안 있다가 말했다.
 “저 사람은 성인(聖人)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오.”장자(莊子) 칙양편(則陽篇)에 나오는 고사로써 세상에서 벌어지는 시비곡절이 모두 달팽이 뿔 위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이 부질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상상을 초월한 비유로 보잘 것 없는 우리 인간들의 욕심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우화이다. 대자연(大自然)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참된 자유(自由)의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는 장자의 논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가끔은 멀리 떨어져 현실 밖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당(唐)나라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지은 <대작(對酌>라는 시에 이 와각지쟁의 고사를 빗댄 구절이 있다.
[蝸牛角相爭何事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    
로 다투는가?
石火光中寄此身 기껏해야 부싯돌 번쩍이는
사이에 붙어있는 이 몸이거늘.
隨富隨貧且歡樂 부하면 부한 대로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그저 즐길 일
不開口笑是癡人 입 벌려 웃을 줄 모른다면
그 사람이 바보지]

 

정치판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이제는 타협과 조정, 협상이라는 말은 아예 꺼낼 수도 없게 되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매일 쏟아내는 것도 부족해서 상대방의 아픈 곳을 찾아내 흠집 만들어 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언제 저 사람들이 한 솥밥을 먹은 사람들이었나 싶을 정도로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다.

몸체는 달팽이인데 머리 위의 뿔 두 개가 서로 죽이겠다고 싸우는 형국이다. 반대편에서는 신이 났다. 가끔 두 편을 번갈아가며 교묘하게 거들어 싸움을 부추긴다. 저들끼리 싸우다 상처가 날대로 나서 둘 다 죽는 꼴을 보겠다는 심보다. 지켜보자니 흥미롭다 못해 인생사가 허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소한 다툼을 의미하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이나 진흙탕 속의 개싸움이라는 뜻으로 타인의 이목을 생각하지 않는 더러운 자기 이익만을 위한다는 의미의 이전투구(泥田鬪狗) 모두 개인적인 욕심에서부터 생겨나는 일이다.  

이 고사를 통해 우리 모두 남에 대한 배려가 지나치게 부족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고, 장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충고를 반성하면서 받아들여야 한다. 다수의 힘으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집단들의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가면을 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모습 앞에 공공질서를 지키자는 서민들의 외침은 공허하게 들린다. 

공권력은 무시되고 원칙은 편법 앞에 힘을 쓰지 못한다. 보편타당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은 정부의 일방적인 강제 앞에 무기력하다. 왜곡된 사회정의관을 가진 사람들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가는지를 지난 5년간 우리는 경험해오고 있다.

보편타당한 가치관이 존중받고 법을 거론하기 전에 상식이 먼저 통하는 사회를 우리는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먼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자식이 성장해서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대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어느 부모의 대답에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에 대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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