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기사입력 2007.12.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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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호랑이는 늘 공포의 대상이었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에도 호랑이 이야기는 언제나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였다. 귀여운 손자의 버릇을 고칠 때나 혼내는 일이 있을 때에도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드는 단골 소재로 호랑이는 인기였다.

 

그러나 서민에게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는데, 바로 가혹한 세금이었다. 예로부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잘못 경영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세금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세금을 올려 부족한 재정을 만회하려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과중한 세금 부과와 강제 노역으로 백성들을 착취하는 것이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해독을 끼친다는 뜻으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예기(禮記)》의 <단궁하편(檀弓下篇)>에 나오는 “가정맹어호야(苛政猛於虎也)”에서 유래되었다. 가정(苛政)이란 혹독한 정치를 말하고, 이로 인하여 백성들에게 미치는 해(害)는 백수(百獸)의 왕이라 할 만큼 사납고 무서운 호랑이가 가져다주는 해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노나라의 정국이 혼란 상태에 이르자 이에 환멸을 느낀 공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제나라로 가고 있었다. 공자 일행은 길을 가다가 허술하게 쓴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여인을 만났다. 그 울음소리가 하도 슬퍼서 공자는 수레 앞에 몸을 기대고 듣다가 자로에게 여인에게 가서 사연을 알아보라고 했다.

 

자로가 그 여인에게 가서 사연을 물은 즉 시아버지, 남편을 차례로 호랑이에게 잃었는데 이번에는 아들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는 것이었다.
이에 공자가 "그렇다면 이곳을 떠나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여인은 "여기서 사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여인의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들도 가슴에 잘 새겨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苛政猛於虎)는 것을.”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인 유종원(柳宗元)도 과중한 세금이 백성에게 미치는 해독이 독사에게 물린 독보다 더 심하고 괴로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름 값이 너무 올랐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원화가치는 점점 올라 수출업체들까지 비상이 걸렸다. 국내 유가가 급상승하면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저자골목에 무성하다.

 

이제는 차를 몰고 어디 나서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푸념들이 대단하다. 그러나 이렇게 점점 추워지는 계절에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

 

하우스로 농사를 짓는 농부의 한숨도 크게 늘었고 기름보일러를 가동하는 일부 농가에서도 대책이 없어 다시 연탄보일러로 바꾼다고 난리법석이다. 한편으로 보면 자동차 기름 값을 놓고 하는 푸념조차도 이들 앞에서는 배부른 사람들의 걱정이라 하겠다.

 

어디 기름 값뿐인가? 덩달아 물가도 오르고 공공요금도 곧 대폭 오를 거라는 발표가 나오자 걱정스런 표정을 짓던 사람들도 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서비스분야인 건강보험료까지도 대폭 오른다고 하자 아예 손사래를 친다.
이제는 더 믿고 버틸 데가 없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들이 저자거리 골목마다 소주잔에 가득하다.

 

사람들에게 세금문제 또한 가장 불만이 많은 분야이다. 봉급생활자들의 월급봉투에서 차지하는 세금의 비율이 20%를 웃돌고 있다.
물가상승과 부동산 관련 세금 등 곳곳에 도사리는 세금문제는 마치 전쟁터의 지뢰밭처럼 깔려 있다. 거기에다 비정규직 노동자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치하는 노사 양측의 비타협적인 태도로 인한 집단분규의 가능성과, 무능한 정부의 협상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던 한미 FTA 문제, 삼성특검과 BBK문제도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모두가 이대로 가다가는 더 큰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후보로 등록한 사람이 12명이나 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저마다 자기가 나라꼴을 제대로 만들어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나선 모양인데 우리가 보기에는 참으로 가당치 않은 사람도 섞여있는 것 같다.
선진국일수록 대체로 양당정치가 정착되어 있다. 당연히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정권은 이어지기도 하고 교체되기도 한다. 재임기간 동안의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선거에 의해 가려진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나라가 얼마나 어렵고 난장판이면 너나 할 것 없이 12명이나 나서서 서로 자기가 한번 잘해보겠다고 나서겠는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정치지도자를 두지 못한 우리 국민들의 애환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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