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용문(登龍門)과 낙점(落點)

기사입력 2008.03.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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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後漢) 말, 환제(桓帝:146∼167)때 정의파 관료의 대표적 인물로 이응(李應)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청주자사(靑州刺史), 촉군태수(蜀郡太守), 탁료장군(度遼將軍)을 거쳐 하남윤(河南尹, 하남 지방의 장관)으로 승진하자 그의 고속출세를 시기하던 환관들로부터 미움을 받아 참소를 당하는 바람에 억울하게 투옥 당했다.

 

그러나 그 후 유력자의 추천으로 다시 복직한 후 사예교위(司隸校尉, 오늘날 경찰청장)가 되어 퇴폐한 환관 세력과 맞서 싸우면서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아 나갔다. 그러자 그의 명성은 나날이 올라갔다.
태학(太學)의 청년 학생들은 그를 존경하여 `천하의 본보기는 이응'이라 평했으며 신진 관료들도 그의 추천을 받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알고 이를 `등용문'이라 일컬으며 몹시 자랑으로 여겼다고 한다. (士有被其容接者 名爲登龍門(後漢書 李膺傳))

 

후한서(後漢書) 이응전(李膺傳)의 주해(註解)에는 이 등용문의 고사를 언급하고 있다. 용문(龍門)이란 황하(黃河) 상류 산서성(山西省)과 섬서성(陝西省)의 경계에 있는 협곡의 이름인데 양쪽 기슭이 가파른 절벽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어 마치 문(門)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을 흐르는 여울은 어찌나 세차고 빠른지 큰 물고기도 여간해서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오르기만 하면 그 물고기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이 협곡 아래에는 큰 폭포가 있어 매년 늦은 봄에 잉어들이 각 물줄기를 따라 몰려들어 격류를 거슬러 위로 뛰어오른다. 용문을 뛰어오른 잉어는 곧바로 용이 될 수가 있다. 뛰어오르지 못한 잉어는 물결을 따라 흘러내려가 그저 잉어로 남게 된다. 매년 용문을 통과하는 잉어는 72마리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서 리어도용문(鯉魚跳龍門), 즉 등용문의 고사가 생겨났다.

 

그 후 용문에 오른다는 이 말은 과거에 급제(及第)하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출세의 문턱에 서는 일을 말하게 되었다. `등용문'에 반대되는 말을 '점액(点額)'이라 한다. `점(点)'은 '상처를 입는다.'는 뜻이고 '액(額)'은 이마인데 용문에 오르려고 급류에 도전하다가 바위에 이마를 부딪쳐 상처를 입고 하류로 떠내려가는 물고기를 말한다. 즉, 점액(点額)이란 용문(龍門)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  잉어가 상처만 입고 이마에 점이 찍혀서 돌아간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서, 중요한 시험에서 낙방하거나 경쟁에서의 패배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선량들을 뽑는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저마다 자신이 우리들을 대표할만한 인물이요 적임자라고 때로는 자랑하면서 때로는 읍소하면서 우리 주변을 돌고 있다. 각 정당의 추천을 받을 때까지 이들은 각자 최선을 다해 자신을 알리는데 주력해 왔고 그 결과 마침내 어렵게 공천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들의 행보를 보면서 등용문의 고사를 떠올리게 된다. 용문을 오르기 위해 폭포에는 수많은 잉어들이 몰려들었고 그 중 몇 마리가 1,2차 관문을 통과해서 최종 대결에 나선 것이다. 승부는 이제부터이고 최종적으로 낙점을 받는 승자는 오직 한 사람이다.

 

조선시대에는 관원을 임명할 때 문관은 이조(吏曹)에서, 무관은 병조에서 판서 이하 당상관들이 모여 도력장(都歷狀)에 따라 심사한다. 조선초기부터 재직관리의 복무성적을 매년 6월과 12월에 심의하고 결정하였는데 이들을 합쳐서 도목정사(都目政事)라 하였다. 도력장은 도목정사 중에서 관리의 성적기록표를 가리키는 말로, 일찍이 신라 때 중국 당(唐)나라의 제도를 모방한 데서 비롯하였다.

 

조선시대 중앙과 지방의 정3품 이상의 벼슬아치들은 각각 3명의 인재를 추천할 의무를 가졌다. 천거(薦擧)란 관리로 등용할 수 있는 인재를 추천하는 것이며 인재를 추천하는 사람을 거주(擧主)라고 했다. 만약 추천된 사람이 관리로 임명되었더라도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추천을 했던 거주가 연대 책임을 지도록 했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사람을 추천하는 일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조와 병조에서는 이렇게 추천을 받은 사람들을 두고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적격 후보자 3명씩을 3년마다 신춘 첫 달인 정월에 선발한 뒤 삼망(三望)을 올린다. 그 때 왕은 이 3명의 후보자 가운데서 그 중 가장 적격자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의 이름 위에 붓으로 점을 찍었다. 이것을 낙점(落點) 또는 비하(批下)라 하였고 그 결과는 조보(朝報, 오늘날의 官報)에 발표하였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이들을 두고 이제부터 우리는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차례가 되었다. 투표용지에 등재된 이름 옆에 낙점(落點)을 하는 것으로 우리의 선택은 끝이 난다. 잘 못 뽑아놓고 또 다시 4년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신중해져야 한다.

 

오늘날에는 투표권을 가진 우리가 이 시대의 왕(王)이요, 동시에 우리가 한 사람만을 낙점하여 우리 군민의 대표로 나랏일을 잘하라고 국회로 추천을 하게 되므로 낙점의 잘잘못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하기 때문이다.  
잘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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