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의 명소, 연호(蓮湖)가 다시 태어나다

기사입력 2022.04.27 13:28  |  조회수 29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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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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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에서 뱃놀이하는 모습 / 1991 울진문화지 6호 표지 

 

2021년 5월 3일 「연호근린공원조성사업」 준공식을 가졌다. 코로나 19로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대중이 모이는 행사는 거의 하지 못했다가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열린 행사라 참석자들은 모두 즐거운 모습이었다. 

 

연호근린공원 조성사업은 2019년 12월에 시작했으니 1년 반만에 완공한 것이다, 그동안 많은 민원이 있었고 군민들의 요구사항들이 많아 충분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다 보니 예정보다 늦어졌다고 하였다. 더구나 ‘군수가 바뀔 때마다 연호정 정비를 하느냐’는  곱잖은 시선도 있었지만, 연호정은 자손만대 누려야 할 울진인들의 휴식처이기 때문에  완벽한 공원시설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새롭게 단장했다고 한다. 예전에 잘 만들어 놓은 산책로나 체육시설, 무대 등 기존의 시설들은 일체 손을 대지 않고, 다만 호수 안에 연꽃을 새로 심고 팔각정만 세웠다.  

 

예전에도 여러 번 연꽃 살리기 사업을 해왔으나 연꽃이 예상대로 잘 자라지 않아 성과는 늘 불만족스러웠다. 

 

이번에는 과감하게 토질부터 개선하는 근본적 차원에서 접근하였고 호수 중앙에 날렵한 모양의 팔각정을 세워, 연꽃 속에 묻혀 개화성을 들을 수 있는 운치를 만들었다. 

달빛을 받으며 정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면 마치 중국 항주(抗州)의 서호(西湖)나 동정(洞庭)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 불 켜지 마라 어제 진 달 돌아온다.

아이야 박주산채(薄酒山菜)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라고 노래한 한석봉의 시가 연상되는 절경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연호를 강릉의 경포호에 비견한 모양이다. 

특히  볼만한 것은 연호정의 야경이다. 연호정자를 비치는 오색 조명은 시시각각 환상적인 광채를 발하며 팔각정 교량에 설치된 조명은 잔잔한 파문을 따라 그야말로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호수 주변에는 곳곳에 쉼터와 함께, 예술 동호인들이 마음대로 공연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무대와 각종 운동기구들이 배치되어 있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이참에 연호정의 역사를 정리해 보자.

1984년 울진군지 기록을 보면 ‘본래 연호가 있는 자리는 고(高)씨가 살던 마을인데 마을의 땅이 꺼져 늪이 되었다고 하여 ‘고성(高姓)늪’이라 불렀다. 잉어(鯉魚), 붕어(鮒魚), 뱀장어 등이 많았고 ‘平浦十里’에 부용(芙蓉)이 만발했다‘고 적혔으며 ‘한 옛날에는 염어선(鹽魚船)이 오르내렸다’라고 기록되었다. 소금을 실은 배가 연호까지 올라왔다는 이야기 같다.

 위 군지에 보면 본래의 연호는 지금보다 몇 배나 넓어 현재의 울진 시가지 중심부까지 호수였다고 한다. 노인들의 증언에도 현재의 울진 농협 마트 자리, 울진읍사무소 위치까지도 모두 연호 호수였다고 한다. 1995년에 발간된 울진향토사연구지에는 연호정은 깊이 4.5척(尺) 주위 6.7리(둘레 3km)로 강릉 경포대와 같다고 기록하였다. 둘레가 3km였다니 넓이가 대충 가늠이 간다.  


호수 안에는 샘이 있어 지금도 지하수가 계속 솟아오른다고 하며, 예전에는 인근 마을 부녀자들이 샘물에서 빨래를 했다고도 전해진다. 경치 또한 빼어나 ‘연호정은 옥계동(玉溪洞) 계곡의 물소리와 숭고한 함벽정(涵碧亭)과 함께 그 이름을 떨쳤다’고 기록하였다. 호수 안의 무성한 연꽃 사이로 쪽배를 타고 연인과 함께 뱃놀이를 즐기던 모습을 보면  가히 그 운치가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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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단청의 월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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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락교

 

연호에는 연꽃뿐만 아니라 물고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몇 해 전만 해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아 행정관서에서 ‘낚시 금지’라는 팻말을 세운 것을 기억한다. 연호정 답사기에 보면 ‘낚시꾼과 연꽃 구경객이 붐비고, 고기 잡는 소리와 연 캐는 곡조가 서로 바라보며 화답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울진의 노래 가사에도 ‘연호정 호반에는 낚시꾼 많다’라고 한 것을 보면 연호에는 연꽃과 함께 물고기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연호는 무엇보다도 시인 묵객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울진군지 기록에 ‘1815년(순조 15년) 호심(湖深)에 향원정(香遠亭)이라는 죽루(竹樓)를 세웠으나 오랜 풍우로 정자(亭子)가 퇴락되어, 1922년(壬戌年) 7월 16일 군수 이기원(李起遠)이 옛 동헌의 객사 건물을 옮겨 세우고 ‘연호정(蓮湖亭)’이라 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 호수 중앙에다 팔각정을 세운 것은 향원정을 세운지 207년 만에 다시 세워진 것이다.   

 

연호정에는 많은 시인 묵객들의 시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중 1889년에 울진현령으로 왔던 죽존(竹尊) 박영선(朴永善)의 귀곡성시가 재미있다. 

 

 '죽존(竹尊) 박영선(朴永善) 현령은 지역 문사들과 자주 정자에 모여 연향을 마시며 풍류를 즐겼다. 어느 날 부터인가 매일 나오던 문사들이 갑자기 발걸음이 뜸해졌다. 박 현령이 괴상히 여겨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귀곡성(귀신의 울음소리)’이 들려 향원정에 오기를 꺼린다는 얘기를 듣고 아래와 같이 칠언절구 시를 지었다고 한다.

 

죽존(竹尊) 박영선(朴永善)의 귀곡성(鬼哭聲) 시

「 塚上爲亭 鬼莫嗔 / 무덤 위에 정자 세웠다고 귀신은 성내지 말게

  亭中人是 塚中人 / 정자 속 사람이 바로 무덤 속 사람이라네

  人鬼相隣 何害事 / 사람과 귀신이 서로  이웃이 된들 무슨 해가 되겠으며

  蓮花世外 萬年塵 / 저승과 인간세상은 만년토록 사바세계에 속하네」


이 시를 짓고 난 후로는 귀신의 울음소리가 없어졌다는 일화가 있다. 

 

연호정은 예로부터 지역 선비들이 모이는 중심지였다. 선비들은 수시로 모여 시를 읊었고 정기적으로 시회를 열어 장원을 뽑기도 했다. 지금도 울진 토박이 문중들의 문집들에는 의례히 연호정을 차운한 한시들이 전해온다. 현재 연호정자 안에는 여러 개의 시판들이 걸려있는데 모두 지역 유림들이 시회를 열었을 때 지은 수작(秀作)들이다.

 

어느 때는 연꽃을 감상하는 축제도 열렸다고 한다. 물론 요즘과 같은 거창한 축제는 아니었겠지만, 주민들이 모여 밤새도록 시회를 하거나 연꽃 놀이에 취해 있다가, 새벽녘이 되면 연꽃 봉우리가 ‘퍽’하며 터지는 개화성(開花聲)을 듣는 것을 정점으로 놀이가 파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번 연호정 정비사업 가운데 가장 백미로 꼽히는 것은 호수 중앙의 팔각정일 것이다. 팔각정의 이름은 ‘월연정(月蓮亭)’이라 명명하였고 팔각정으로 들어가는 교량을 ‘어락교(魚樂橋)’라고 지었다. 정자 명과 교량 명칭은 김성준(金成俊) 울진문화원장이 짓고 글씨는 초사 신상구(申相九) 서예가가 썼다.


이는 연호정 내부에 게판된 울진 선비들의 한시에서 취했다. ‘월연(月蓮)’은 연호정 내부 가장 높은 위치에 게판된 ‘소계 윤용기’ 선생의 연호정 시 ‘月照紅蓮遠上汀/달에 비친 붉은 연꽃 멀리 물가에 이르렀네’에서 취했다. 또한 ‘어락(魚樂)’은 만초 장규형 선비의 詩 중 ‘피래미는 즐겁게 잔물결 일으켜도 / 知樂條魚吹細浪’에서 땄다. 


소계 윤용기 시 / 笑溪 尹龍璣 詩

海北城東有一亭 / 바다 북쪽 성 동쪽에 한 정자가 있어

登臨眠界忽然醒 / 올라가 바라보니 눈앞이 홀연히 환하다

 鳥衝殘靄低飛岸 / 새들은 아지랑이를 뚫고 산자락 낮게 날으고

 月照紅蓮遠上汀 / 달에 비친 붉은 연꽃 멀리 물가에 이르렀네

 天古文章爭甲乙 / 예로부터 문장가들은 저마다 글재주를 겨루고 

 百年侖奐耀丹靑 / 백년토록 물속의 무늬는 단청을 더 빛나게 하네 

 五州勝狀乎湖左 / 우리 고을에 뛰어난 경관과 거울 같은 호수가 있어 

沽酒斜陽去馬停 / 석양 길 주막에 가던 말도 멈추게 하네 


만초 장규형 詩 / 晩樵 張奎炯 詩

 蓮花世界倚湖亭/ 정자 앞에는 연꽃들이 만발한데 

濃沫風烟快眼醒 / 짙은 안개 바람이 단잠을 깨우누나

知樂條魚吹細浪 / 피래미는 즐겁게 잔물결 일으켜도

忘機卷鷺立虛汀 / 망기한 백로는 허정에 서 있네 

江山過劫浮泡白 / 강산은 억겁을 지내며 파도에 떠 있고

臺榭呑光遠峀靑 / 노을은 불타게도 산은 푸르다네  

太白仙舟安在否 / 신선의 쪽배는 어디에 있는지  

塵愁一滌擧盃停세 / 상근심 모두 잊고 술잔을 잡아보네 

                 

멋지게 단장된 연호공원에는 유서깊은 고장 답게 역사적인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연호정자 뒤쪽의 고려 충신 최한주의 기적비(紀績碑), 무대 앞쪽의 ‘울진의 노래비’는 울진의 역사와 울진인들의 정신을 함축하고 있어 자녀들 교육 장소로도 좋은 공간이다. 노래비 건립은 울진군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으나 예산 관계로 미루어 오다가, 2020년 12월 울진문화원에서 특별사업으로 건립하였다. 울진 금강송을 형상화한 좌우 기둥과 중간에 울진의 지도를 넣고 ‘울진의 노래‘ 가사를 적었다. 태양광 전지를 설치하여 버튼을 누르면 항상 울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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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정의 울진의 노래비/2020년12월 울진문화원에서 세웠다/중앙은 울진의 노래와 울진군 지도이며 좌우 붉은 색 기둥은 금강송을 상형화하였다. 

 

울진의 노래는 1957년 윤병한 선생이 작사하고 김송열 선생이 곡을 붙였다. 연호정 준공식과 함께 열린 노래비 제막식에는 작사자 고 윤병한 선생의 자녀인 윤두한씨와 형제, 자매들이 다수 참석하여 많은 분들의 칭송을 받았다.   

 

모르긴 해도 전국적으로 연호정처럼 시내와 연접한 자연 호수가 또 있을까 싶다. 

휘영청 밝은 달밤,  정자 난간에 걸터앉아 연닢에서 굴러 떨지는 물방울 소리와 “퍽”하는 ‘개화성(開花聲)’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무릉도원이 아닐까. 말끔하게 단장된 연호 공원, 명실공히 울진인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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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정 야외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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