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시] 새 옷

기사입력 2023.04.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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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에 새 옷 냄새

때때옷 생긴

언니는 좋겠다.


일 년 지나면

또 내 옷 되고


언니 새 옷 사고

나는 자꾸 물려 입고


언제쯤 나도

머리맡에 새 옷 놓고

잠들까 

                 김재준 시집 『다가서지 못한 시간들』에서

 

김재준의 시는 날렵하고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시의 표현에 있어서 언어의 경제성이다.

어려운 말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도 시를 읽는 이에게 생각에 잠기게 한다.

『새 옷』도 깔끔하고 단정하다. 그는 되돌아간 시간에서 추억을 살려내어 내일의 희망을 꿈꾸고 있다. 과거도 아름다운 미래의 희망이었다.

 

시인은『새 옷』을 통해서 새해 희망을 말하고 있다. 해마다 언니의 옷을 물려 입는 나는 언니에게 일말의 원망이 없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자기도 새 옷을 입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새 옷을 입은 언니도 뽐내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의 미안함과 다독거림. 그것은 바로 끈끈한 형제애이다. 

 

50, 60년대 살림살이가 어려웠던 시절, 대다수 가정에서는 옷만이 아니라, 교과서도, 가방도, 교복도 물려받았다. 어디 그것뿐인가. 부모에게서 집안의 가구도, 옷가지도, 그릇 같은 살림살이 도구도 물려받았다. 이제는 부모의 살림 도구 따위를 물려받기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오늘도 나는 아파트 앞에 내다 버린 멀쩡한 가구들을 보며 지나가고 있다. 

세월이 무상해 깜짝 감각적이고 편리한 1회 용품이 대세인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중고물품들을 서로 바꾸어 주고 파는 가게가 있어 다행이다. 가끔 그런 곳에 가보면 젊은 세대들을 찾기가 어렵다. 거의 60대 이상이 많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뜻밖에도 헌 것을 구하여 새것처럼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이를 빗대어 공자님 앞에 문자 한번 쓴다면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다』라는 의미이다. 연암 박지원이 했던 말이다. 

 

김재준의 시『새 옷』은 그런 의미에서 단지 새것만 추구하는 게 아니다. 새 옷의 희망에는 형제애가 담긴 정신을 이어받는 아름다운 전통이 담겨 있다. 법고창신의 정신과 같은 것! 그래서 새 옷에 대한 희망은 더욱 긍정적이다. 무엇에 대한 긍정적 희망은 부정적 낙망과 실패를 무력화시키는 좋은 묘약이자 무기이다.

 

김진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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