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도어와 개 꼬리

기사입력 2023.12.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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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아는 투우(鬪牛)는 스페인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경기이다. 여러 명이 한 조를 이루어 진행되는데 각자 역할이 주어진 세 부류의 투우사가 등장한다. 

 

먼저, 주역을 맡은 투우사가 소를 향해 붉은 천을 흔들어 서서히 흥분시킨다. 성난 소가 돌진해 오면 다른 조들이 이를 피해 6개의 작살을 차례로 소의 목과 등에 꽂는다. 소는 상처를 입으면서 점점 힘이 빠지지만, 오히려 더욱 흥분한다. 그 흥분이 최고조에 이를 무렵, 주역을 맡은 투우사가 다시 나타나 돌진해 오는 소를 칼로 찔러 죽임으로써 경기를 끝낸다. 

 

쓰러진 소를 등지고 관중의 환호에 멋진 모습으로 답하는 이 투우사를 ‘메타도르(matador)’라 한다. 관중들은 성난 소를 제압하는 극적인 장면을 통해 열광한다. 그러나 황소를 유인하는 붉은 망토 뒤에 날카로운 칼을 숨기고 있다가 극적인 반전을 연출하는 그의 역할을 두고, 공정한 경기로 승리를 쟁취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정치권에서는 그에게 붙여진 ‘메타도르(matador)’는 이름을 공작과 음모, 배신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흑색선전’을 뜻하는 말로 표현했다.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를 중상모략하는 선동자들의 역할에 비유한 것이다. 오늘날 널리 사용하는 ‘마타도어’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요즘 정치권에 이처럼 잘 어울리는 용어도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

 

흑색선전에는 여러 기법이 있다.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시켜 목적했던 대로 활용하거나, 사실 가운데 부정적인 내용만을 확대, 포장해서 물고 늘어지는 방법이 있다. 주로 내부 지지자들의 결집을 끌어내기 위해 쓰는 가장 흔한 방법이다. 

 

그러나 아예 없는 사실을 있었던 것처럼 조작해서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는 방법은 가장 악랄하다. 바로 ‘마타도어’라고 부르는 수법이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져도 다시 원상으로 회복할 수는 없다. 피해자에게는 깊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는 마타도어는 가장 저급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통한다.

 

예로부터 선비사회에서는 좋은 붓을 구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 선비들이 좋아했던 붓은 주로 청설모 털로 만든 청필(靑筆)이나 쥐의 수염으로 만든 서수필(鼠鬚筆)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붓은 단연 담비(貂)와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이었다. 황모필은 매끄럽고 탄력이 좋아 명품 붓으로 선비들 사이에 귀한 대접을 받았다. 선비들은 황모필은 물론, 그 꼬리털로 만든 모피까지도 호피(虎皮)만큼이나 귀하게 여기며 좋아했다. 

 

이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 가운데 오소리(狢)가 있다. 한곳에 모여 집단생활을 하는데, 같은 족제비과에 속하는 동물이지만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바람에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그 털은 뻣뻣하고 탄력이 없어서 붓을 만들어 쓰지도 않는다. 

 

‘개 꼬리 삼 년 묵혀도 황모되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품성과 버릇은 웬만해서는 고쳐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처럼 아무리 비슷하게 생겨도 막상 쓰려고 들면 쓸모가 하나 없다는 걸 빗대어, 세간에서는 이 두 동물을 자주 비교의 대상으로 올리곤 했다. 이렇듯 쓸모가 없는 집단을 가리켜 ‘한 언덕에 모여 살고 있는 오소리 무리’라는 뜻의 ‘일구지학(一丘之狢)’이라는 성어도 바로 이 오소리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한서(漢書)』「양운전(漢書 楊惲傳)」에 나온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가짜뉴스’로 대표되는 유언비어가 뉴스의 대부분을 도배하고 있다. 또다시 흑색선전과 비방은 단골 메뉴로 따라다니면서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고소, 고발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저잣거리에서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낀다. 

 

유언비어는 처음에는 ‘그럴 리가’ 하면서 웃어넘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은 어느새 그 소문을 믿게 된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현상의 이유가 인간의 기억이 메시지의 내용보다 그 출처를 먼저 망각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가짜뉴스는 표적을 가리지 않는다. 누구나 예외 없이 그 타깃(target)이 될 수 있다. 요즘은 자판 몇 번 두드리는 수고로 수십 년 전의 일도 곧바로 소환할 수 있는 세상이므로, 어지간한 이력과 배짱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이제 그 수위도 곧 절정을 이룰 것이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정치권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누가 담비인지, 담비 흉내를 내는 오소리인지 다 알 수 있다. 안타깝고 가소로운 것은 오소리 같은 자들에게 붙어 부화뇌동하는 새파란 젊은 정치인이다. 

 

아마 정치 생명줄이라고 여기는 모양인데, 그러나 아서라. 마타도어 수법을 아무리 배우고 익혀도 소용없다. 개 꼬리 삼 년 따라다녀도 쓸모없기는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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