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시] 絶頂 절정

기사입력 2024.08.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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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季節의 챗죽에 갈겨

마츰내 北方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


李陸史《絶頂》, 1940년 1월,〈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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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소개한 시(詩) <絶頂 절정>을 두고 어느 비평가들은 <비극적 황홀>이라고 평하기도 하고, <고도의 언어 압축과 긴장>을 보여준다고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절정>을 읽고 느끼는 것은, 그가 일제 강점기에 민족이 처한 현실문제를 인식하려는 의지와 행동을 시로 나타내었다고 본다. 인간에게 있어서 의지는 내적 욕구요 행동은 의지를 밖으로 드러낸 실천이다. 


일제 강점기는 무단정치가 우리 민족을 그야말로 총칼로 탄압하고 사슬로 옭아매든 굴욕의 시절이었다. 이러한 매운 채찍에 갈겨져 있는 암담한 현실이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그는 서릿발 칼날에 서고자 한다. 이 같은 의지의 실천에는 퇴계 이황의 후손으로서 선비정신도 한몫했으리라.

그는 <무릎 꿇어 한발재겨 디딜 곳조차 없>던 강고한 겨울 같은 식민 지배에 항거하다 17차례나 감옥에 드나들었다. 그것은 내적 의지의 실천으로 행동이 구체화 되었다고 보겠다. 절정의 마지막 연은 조국 독립과 해방의 열망을 무지개로 은유하고 있다.

매섭고 차가운 겨울 속에도 우주의 기운은 무지개 뜨는 하늘과 봄빛을 머금어 두었다. 이렇게 볼 때 이육사는 철저한 항일 투쟁가이자, 한편으로는 낭만을 간직한 서정 시인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는 끝내 조국 해방의 무지개를 염원한 채 1944년(41세)에 북경 일제 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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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안동<이육사문학관>에서 육사의 시 <절정>을 비롯해 40여 편을 읽었다. 지금 이육사문학관에서는 <이육사 탄생 120주년>, <이육사 순국 80주기>, <이육사문학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이육사 시를 신영복민체로 쓴 <김성장 글씨 초대전, 2024.7.2.-8.31>이 열리고 있다. 신영복체는 <연대체> 또는 <어깨동무체>로 아주 독특한 서체로 유명하다. 그가 쓴 <처음처럼>이 소주병에 상표로 나왔을 정도다.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시인 <청포도>,<광야>,<절정>뿐만 아니라 필자에게도 낯선 <실제>,<해조사>, <꽃>, <아미>, <춘수삼제>, <뵈올까 바란 마음>와 같은 시와 시조를 감상할 수 있었다. 더구나 이육사 시를 신영복민체로 다시 생생하게 부활시킨 <김성장선생 글씨체> 또한 이육사 문학정신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그렇다, 우리가 민족 암흑기 시절, 이육사나 윤동주, 한용운이라는 민족 시인들이 계셨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일인가! 

(김진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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